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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다양한 빛깔로 빛난 하루

| 조회수 : 1,683 | 추천수 : 71
작성일 : 2007-05-12 02:07:51


  금요일,everymonth의 반룬 예술사 이야기모임이 있는

날이기도 하고,프랑스 인상주의의 길목에서란 멋있는

제목으로 유혹하던 음악회가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중간에 남은 시간에 무엇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낼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로 집을 나섰습니다.

우선 수업시간에

이집트 미술에 관한 남은 발제를 듣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역사와 더불어 그 지역의 미술이

어떻게 이집트의 미술과 다른가,그 지역의 미술이 갖는

특징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조금 나서

그리스로 가기 전 슐리만에 관한 것도 한 장 읽었지요,

그의 고고학적 발굴로 인해 그리스로부터 시작한다고 믿었던

서양미술의 역사는 그리스가 마지막 종착역인 것이 밝혀지게

된 사연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그 지역에 가서 느꼈던 감회가 새롭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서 보는 특별한 경험,페허가 주는

황량하지만 아름다던 추억이 되살아나고

터키의 고고학 박물관에 들렀을 때

평생 보게 되리라곤 예상도 못했던 히타이트 유물과

아시리아,신바빌로니아 지역의 유물을 보고 놀랐던 기억도

새로왔습니다.

아시리아의 유적에 대한 지식이 없었을 때에는

브리티쉬 뮤지엄에 가서도 그 방에 들러 볼 생각도 못하다가

나중에 역사책과 더불어 미술사 책을 읽고 나서

다시 간 뮤지엄에서는 그 방에서 상당히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놀라워 하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눈은 눈이로되 같은 눈이 아니란 것을 실감하던 시간들

갑자기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불끈 하는 마음이 든 날이기도

했지요.

반쪽이님이 아트 페어에 가서 정말 마음이 동하는 그림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한 점 구했다고

생애 처음으로 원화를 구한 기념으로 칼국수로 점심을

한 턱 내는 바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곤 사정대로 흩어져

키아프 전시 가는 팀,덕수궁 현대미술관 가는 팀으로

나뉘었는데 남농 허건의 전시는

뭐라고 할까 전시장에서 느끼는 약간 어딘가 모자라다는 느낌

이것으로 충분한 기분이 덜 드는 전시라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베스트와 그 아래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자꾸 신경을 건들여서

시립미술관으로 다시 갔습니다.

그런데 기대보다 훨씬 좋은 전시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동안 받았던 도슨트들의 설명중에서 최고였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국화,1953-2007년전이란 제목의 전시였는데

박래현의 작품부터 시작하여

최근에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6부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덕수궁에서의 미진한 기분을 확 날려버리는 너무

귀중한 전시였습니다.

시립미술관 입장료외에는 따로 미술관 전시비용도 받지

않는 ,그리고 시간만 넉넉하다면

최근에 시립미술관에서 구입한 신소장품 전시도 함께

볼 수 있는 (우리들에겐 그런 시간여유가 없어서 그냥

왔지만) 아주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전시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한다는 도슨트의

알찬 설명이 마음에 들어서 처음으로

카페를 소개하면서 이 곳에 들어와서

미술에 관한 글을 써줄 수 있는가 하고 물었더니
'
흔쾌히 대답을 하네요.

다시 보고 싶은 그림들이 너무 많지만

오늘 단 한 점 고르라고 하면 이것이다 하고

골랐던 작품은 정종미의 어부사시사란 제목의 그림이었습니다.

4점중에서 3점을 걸어놓았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운데 작품앞에서 발길을 돌리기가 너무

어렵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집에와서 찾아보니 그림은 프린트가 저작권 위반이라고

되어 있어서 제대로 소개할 수 없지만

인터넷에 정종미라고 치면 그녀의 홈페이지에 많은
''
그림이 올라와 있으니 찾아보는 수고만 한다면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군요.

대신 그녀에 관한 소개글이 있어서 올려놓습니다.



[큐레이터 장정화의 그림 따라잡기]정종미 作 `몽유도원도`
[헤럴드경제] 2005-01-11 11:45


채색화로 `진정한 전통` 계승

인천지방법원 로비에는 아주 건강한 그림 한 점이 걸려있다. 정종미의 `몽유도원도`다. 얼핏 안견의 이미지를 차용했나 싶지만 실은 정신을 계승한 작품이다. 안견이 조선시대 이상향을 담아 수묵의 멋진 신세계를 그렸다면, 채색의 전통을 되살리는 마음으로 현대인의 이상향을 담은 채색의 신세계다.

정종미의 작업은 힘겨운 노동을 수반한다. "먼저 다듬이 위에서 도침을 하고 담채의 수간안료를 아교와 수없이 바르기,콩을 여러날 불려 갈아서 콩즙을 짠 후 수없이 올리고 닦고 지우고 훔쳐내기,다시 붙이고 뜯어내기,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무너질 듯한 어깨 … "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동양화의 대표적인 그림인 문인산수화를 통해 필력과 먹빛을 담아왔던 작가는 12년전 미국체류 중 동양의 채색에 관한 자료를 모으면서 한국전통의 색에 대한 깊은 감동으로 전통을 되살린 채색화를 시작했다. 정종미의 채색화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장지위에서 시작된다.

`외발뜨기` 닥종이를 두들겨서 조직을 튼튼하게 한 후 노란 염색을 하고 그 위에 여러 공정을 거친 콩즙을 도포하면 물과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방수상태가 된다. 그위에 오방색의 천연삼베조각을 6개월간 삭힌 전분으로 만든 풀로 붙인다. 전체적인 화면은 땡감과 석채로 염색하듯이 한층한층 쌓아올려지면서 색감이 우러난다. 그의 작품의 독특한 깊이와 풍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생강즙으로 갈은 먹을 칠한 부분은 겉돌지 않고 물과 반응하면서 깊이감을 더해준다.

튜브로 짠 물감으로 그린 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맛과 정신을 담기위해 정종미는 물질로서의 색채가 아닌 정신이 담긴 색채를 만들기위해 인고의 과정을 마다않는다.

조선시대부터 사대부중심의 문인화가 동양화의 대명사로 알려져왔고 채색화는 뒷전에 밀려있었으나 이는 성리학자들의 철학에 따른 시대적 흐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신라시대 의상과 카펫에서 색의 아름다움을, 고려불화나 민화에서 더욱 다양한 색채를 발견한 작가는 진정한 전통은 채색화에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 기억속에 남은 화가 다른 한 명은 민경갑입니다.

색앞에서 입을 떡하니 벌리게 만들었던 화가이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원화를 직접 보고 온 날 사이버상에서 만나는

그림은 흥이 덜하지만 그래도 다시 보고 싶은 날

바라보려고 찾아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전시장에서나와서 정동길을 걸어서

광화문까지 갔습니다.

셋이서 함께 걸어가니 그 길이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잠깐 남은 시간

세종문화회관 뒤에 생긴 작은 공원에 앉아서 이야기나누다가

들어간 연주회장

무슨 음악과 만날까 기대했지만 완전히

기대이상이었습니다.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첼로 그리고 클라리넷

악기는 이렇게 만났지만

악기들의 다양한 조합으로 실내악의 묘미를 맘껏 느낀 날이기도 하고

무대에서 김대진의 피아노와 강동석의 바이올린을

소리로 만난 날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악기가 고전시대의 규범을 벗어나서

유희로 우리들을 휘어잡는 매력적인 시간속에 있었습니다.

2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버려서 마치

꿈에서 깨어나기 싫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집에 있는 음반으로 듣던 라벨이나 드뷔시라고

같은 음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너무 행복한 기분에 그냥 헤어질 수 없어서

함께 간 셋이서 카프리 한 병씩 마시면서

음악회에 관한 이야기,음악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어오는 길

눈감고 있어도 머릿속에서 소리가 출렁이네요,

happy to the last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오늘같은 날 함께 보고 싶은 화가는 단연 르노와르입니다.

생의 기쁨을 그리고 싶다던 화가

이상하게 어린 시절에는 끌리지 않던 화가였는데

지금은 아주 기분이 좋은 날이나

기분을 즐겁게 하고 싶은 날에 뒤적이게 되는 화가가

되었네요.어느새







집에서 그림을 보면서 함께 듣는 음악이 드뷔시인데요

무대에서 공연되는 음악을 한 번 듣고 나면

지루하다고 느끼던 곡이 갑자기 광채를 띄면서 새롭게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재미있네요.












간송미술관의 봄전시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간송미술관에서 무슨 작품을 만나게 될 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그림과의 인연으로 ,올해 더욱 깊어진 음악과의 인연으로

삶의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일상이 정지되고

새로운 시공간으로 전이되는 경험을 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그것이 일상을 더욱 즐겁게 살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금요일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작은 제비꽃
    '07.5.12 10:32 PM

    님 덕분에 용기를 내어 몇 사람과 함께 책읽기를 시작했어요.
    감사드려요^^
    생애(?) 처음으로 유럽에 갔다 오늘 돌아왔어요.
    대영박물관,테이트 모던,내셔널 갤러리
    루브르,오랑주리,오르세,퐁피두센터,피카소 미술관,로댕 미술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고흐 미술관
    그렇게 그림들을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그 와중에 님 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공부를 많이 했다면 님처럼 더 잘 볼 수 있을 텐데...아쉬워 하면서요.
    저도 르노와르를 많이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요번 여행으로 르노와르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한국화,1953~2007년 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좋은 글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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