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역삼동의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서울 시향 정기연주회에 갔었습니다.
everymonth의 켈리님이 올려놓은 연주회 소개글을 보고
윤이상님의 음악을 처음으로 현장에서 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 걱정반 기대반의 마음을 안고 간 길이었지요.
아트센터를 찾아가서 처음 들어가보니
어딘가 익숙한 그림이 눈에 띕니다.
노은님이라고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인데요
그녀의 에세이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된 화가이기도 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 앞에서 한참 바라보고 나서
아직 남은 시간에 간단한 요기를 하면서
들고 간 변신이란 제목의 소책자를 다 읽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산 세 권의 소책자중에서 그 책만
다 못 읽고 약간 남은 상태라서요.
윤이상,그리고 부르흐와 슈만 이렇게 세 작품의
연주회란 것만 알고 참석한 연주회
그런데 지휘자의 지휘하는 모습이 참 특이했습니다.
뭐라고 할까,특히 슈만의 곡을 연주할 때는
지휘자가 단원들을 폭풍속으로 몰아넣었다가 풀어주다가
하면서 일체가 되어 연주하는 ,액티브한 지휘가
한순간도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 그런 지휘덕분에
제대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슈만의 교향곡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역시 피아노 소나타나 협주곡,혹은 독주곡과는 달리
교향곡은 이렇게 들으니 참 좋구나 새삼 느낀 날이기도 했지요.
특히 관악기가 어디서 어떻게 들어가고 또 쉬고 하는가에
관심을 갖고 연주를 지켜보다 보니 마치 제가 그 안에서
함께 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지요.
부르흐곡에서는 협연하는 사람이 바이올린,비올라
두 사람이 동시에 나와서 특이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협연곡도 곡이지만 나중에 앙콜로 연주한 곡이
두 악기의 음색을 제대로 들어보고
서로 주고 받는 음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기분이
드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이 낳은 작곡가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해서
글을 읽기도 하고 생각도 한 적이 있으나
제대로 곡을 들어보려는 시도도 못한 사람이 바로
윤이상님입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곡을 하나 듣고 나서는
내년에는 꼭 통영음악제에 하루라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7년 한 해는 현장에서 만나는 음악으로
이제 막 귀가 열리기 시작하는 일본어로
그리고 외부로 강의를 들으러가면서 공부의 재미에
막 물이올라서 더욱 빠져드는 배우는 즐거움으로
새롭게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이 되고 있네요.

집에 와서 브루흐의 음악을 찾아서 들으면서
노은님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고 그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어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밤이네요.
마침 켈리님이 오늘 앙콜로 들은 곡을 찾아서
everymonth에 올려놓았길래 그 곡도 들을 수 있었지요.

아트센터에서 들고 온 팜플랫을 가방에서 꺼내놓습니다.
그 곳 연주회를 못 간다해도 무슨 곡을
공연할 목록에 올려놓았나 그것을 살핀 다음
찾아서 들어볼수도 있고
어떤 공연에 마음이 끌리는가 알아보고 싶기도 해서요.
하루를 쉬면 음악회에 가리라 작정을 했지만
정작 작년에는 금요일 하루동안 너무 여러가지 일을 하느라
밤이 되면 음악회에 갈 체력이 남지 못하기도 했고
멀리 가는 날이 많아서 저녁시간에 서울에 못 오기도 했지요.
그런데 올해가 되서야 마음속에 그리던 연주회장에서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는 기회가 생기고
감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 가능하면 낮 시간에 집에서
조용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저녁시간에 맞추어
나가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그렇게 해보니 지휘자가 앙콜곡으로 자신이 직접
바이올린 연주와 지휘를 겸해서 앙콜을 받는 특이한
앙콜곡까지 제대로 듣고 돌아와서
after로 음악을 더 들어도 행복한 금요일 밤이
저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