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색소음기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스파숍. 아로마 마사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의자 밑 30㎝ 지점에 있는 배낭만한 크기의 박스에서 미세한 파도소리가 3초 간격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마사지가 끝나고 잠에서 깬 김효령(35)씨는 “오랜만에 쉽게 잠이 들었는데 아마 저 소리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파숍, 학교, 학원, 산부인과 병원, 사무실 등에서 ‘백색(白色)소음’이 들리고 있다. 고려대를 비롯한 10여 개 대학 도서관에서도 이 소음을 만날 수 있다. 학습효과를 높이거나 불면증 치료, 환자의 안정 등에 도움이 되도록 미묘한 소음을 내는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백색소음이란 여러 가지 주파수의 소리(소음)를 골고루 섞어놓은 것을 말한다. 여러 가지 빛을 섞으면 흰색이 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백색(白色)’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자연의 바람 소리나 물 소리, 빗 소리 등도 여러 가지 주파수가 합쳐진 일종의 백색소음이다.
백색소음 장치 판매업체들은 백색소음이 마음을 안정시켜 숙면을 이끌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며, 집중력·암기력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특히 파도·비·시냇물소리 등은 성인에게, 자궁음·심장박동·자장가 등은 예민한 유아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숭실대 전자통신학과 배명진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백색소음을 들으면 뇌에서 알파(α)파 배출량이 증가하고, 베타(β)파가 감소한다. 알파파는 정신을 집중했을 때나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 베타파는 뇌가 불안할 때 나오는 주파수다.
고운여성병원 고강덕 원장은 “태어난 뒤 분리불안을 느끼는 신생아들에게 자궁소리(자궁 안에서 태아가 느끼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는데 칭얼대던 신생아들이 이 소리를 듣고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백색소음의 효과를 강조하는 음향 연구가들은 백색소음이 반복적으로 내는 3초 주기가 사람이 가장 안정적일 때 내는 호흡의 주기와 유사한 데 그 비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백색소음이 오히려 해롭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에드워드 창 박사는 “언어능력이 없는 유아에게 백색소음을 들려주면 뇌가 멍해지면서 언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서재갑 연구원은 “백색소음의 진동수가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생리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데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 백색소음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완전하게 규명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