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서양사 공부를 시작한 지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중에 몸이 아픈 일이 아니면 거의 결강을 하지
않고 잘 지내왔는데
언젠가 우연히 듣게 된 목요일의 나들이,예술의 전당에서
한 달에 한 번 열한시에 음악회를 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혹해서 혹시나 하고 이야기를 꺼냈는데
다행하게도 수업을 하루 쉬고
음악회에 가자는 의견이 통과되어서
오늘 처음으로 갈 수 있는 사람들만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 갔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정말 사람들이 많더군요.
오전의 음악회라 레파토리가 어떨까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그것이 기우더군요.
19세기 프랑스 작곡가들인 비제와 생상스,포레
그리고 베토벤의 로망스,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교향시
그리고 렌트란 뮤지컬곡 중 하나와 오 해피 데이
마지막으로 앵콜곡으로 들은 엘가의 곡 하나
이렇게 짜여진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아무리 좋은 음반이라도 현장에서의 생생함을
다 담기는 참 무리로구나
그렇다면 앞으로 가능하면 목요일 한 번의 나들이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합니다.
사람들마다 음악회에서 들은 음악에서 받은 느낌이 다르겠지만
저는 오늘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설명을 미리 듣고
설명과 더불어 주요 선율을 제대로 소개받고 )과
스트라우스의 교향시가 특별히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향시를 내용을 요약해서 올려주니
더 생생한 느낌으로 들을 수 있었고
악기 편성과 연주의 순서,언제 관악기가 들어가는가
그런 것에도 눈길을 주면서 보낸 두 시간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아쉬운 순간들이었습니다.
오늘 새로 연 문으로 올 한해는 아무래도
자주 연주회장에 갈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드는 하루였지요.
이런 날의 기분에 맞는 화가를 집에 와서 찾으려고
자리에 앉으니 역시 르노와르가 떠오르네요.
음악회가 끝나고 밥을 먹으려고 가는 중에
어디서 눈에 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누굴까 하고 바라보니
일산에서 사진모임 있을 때 만난 노니님입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던 중에
호들러 그림 이야기를 하네요.
몇 년 전 스위스 여행에서 클레 미술관에 가서
클레 그림 실컷 보았다고
그래서 호들러 이야기 잘 읽었다고요
그리고 보람이 시험 합격한 것 축하한다는
늦은 인사도 받았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노니님과의 대화
반갑고,갑자기 스위스가 불가능한 장소가 아니라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지요.
사진 모임이 다시 일산이나 가까운 곳으로 올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공연히 마음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무엇을 꾸준히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중이라서요.
마음속에 생상스의 음악이 남아 있는 날
아무래도 남은 시간에는 생상스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아야 할 것 같네요.
새로운 문을 연 날의 즐거움을 조금 더 누릴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