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한의원에 갈 때만 해도 그 곳에서 읽으려고 두 권의 책을 골라 넣었습니다 .(침맞는 시간이 길어서 만약을 위해서)
그런데 자리에 앉자 한의사(사에 이미 존칭이 들어 있으니 그냥 이렇게 부르기로 하겠습니다.)가 보고 있던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천문학자가 강의하는 아인슈타인 이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관심이 있으면 계속 켜 놓겠다고 하면서 올래에서 제공하는 EBS강의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보겠다고 해서
침을 맞으면서 두 편의 강의를 듣는 생각지도 못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요.
글로만 읽을 때는 그렇게고 어렵던 이론들이 전문가가 여러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설명을 하니 머릿속에 전구가 확 켜진 느낌이
들었던 시간, 만약 이런 우연한 계기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강의가 있다는 것도 몰랐겠지요?
친절한 안내로 그 안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목록도 보게 되었는데요 일반 한의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인 것만은 확실한
묘하고도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현대 철학자중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는 들뢰즈, 그가 말한 리좀 개념이 실제로 제 인생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 특히.
생각지도 못한 인연들이 가지를 뻗어서 제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덕분에 닫힌 문들이 자꾸 열리는
기분이 드는 것, 그것으로 인해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들이 실제로 현실화되는 기회도 넓어지고 있고요.
요즘 고민하고 있는 클래스 하나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낮에는 일하느라 함께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서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로 이야기를 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원하는 것은 가장 약한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의 모임이었습니다 . 그래서 최재천 교수가 이야기하는 통섭의
식탁을 먼저 읽고 각자가 자신이 발제할 수 있는 책을 정하고 그것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답변하면서 함께 앞으로 가보는 그런
수업을 꿈꾸었는데 의외로 고전에 대한 요구가 더 크더군요. 그렇다면 굳이 이 사람들과 고전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 망서림으로
고민을 하던 중에 오늘 이 프로그램을 만나고서는 마음의 망서림이 상당히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해답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온 셈이라고 할까요?
제 개인적인 고민은 그렇다치고 오늘 강의를 보면서 느낀 것은 중고등학교의 과학시간에 이런 식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면
과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도 신세계가 열릴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해 겁을 내고 있을 때 무엇인가 밖에서 굳어있는 부분을 열어주는 열쇠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그 다음
무엇과 연결될지 알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신기한 작용이 아닐까 요즘 자주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앞으로 당분간은 한의원에 갈 때 설레는 마음으로 다니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무엇과 만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