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아이들과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따로 없이 부족한 실력으로 예습을 하면서 이끌어가는 시간인데요
아무래도 보람이의 빈지리가 컸던 탓일까요?
가우디에 관한 책 예습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업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이 가우디 먼저 읽어요 하고 주문하길래 책을 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읽기로 한 부분에 단어를 찾아놓은 것이 보이지 않아서 갑자기 눈앞이 노란 기분이더라고요.
아니 이럴 수가!!
마침 진달래가 (늘 예습을 해오는 아이라서요 ) 구엘 공원에 관한 설명부분의 단어를 다 찾아와서 모르는 부분은 그 아이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단 수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수업 이후에 늦은 밤 대학생인 쫑마마와 둘이서 하는 독일어 수업은 한 주 쉬겠노라고 미리 연락을 한 상태였지요.
아무래도 독일어 단어 찾아가면서 미리 예습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한 주는 쉬고 싶었거든요.
어제의 그런 경험이 약이 되어서 불어도 한 주 정도 맡은 부분을 쉬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일요일 아침 마음 다잡고
제가 맡은 부분 번역을 했습니다. 장식 예술에 관한 것인데 바로 마티스의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는 곳이었지요.
마음을 집중해서 다 마치고 나니 개운하기도 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시간이네요.
어제 쫑마마는 독일어 수업은 못해도 그 시간에 행복한 왕자에 와서 책을 읽고 싶다고 하더니 시간이 되니 왔더군요.
늦은 시간, 그 아이가 메모해놓은 종이를 보니 선생님이 제대로 잘 지내시는 모습을 보여야 언니도 편하게 일본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러니 잘 지내시길 바란다는 그 아이 나름의 배려를 담은 글이었습니다 .메모라도 버리기 아까운 마음에 챙겨서 들고 왔던 기억이 나네요.
한 주 정도 수업을 쉰다 해도 이해할 수 있는데 그냥 휴강없이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신기하다고 말해주는 학부형들의 마음도
고맙게 받았습니다 .
불어 예습을 마치고 나니, 이제 악기 연습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인가
가만히 피아노 앞에 서보게 됩니다. 그런데 아직은 피아노 뚜껑을 열 기분이 되지 않네요. 기분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냥 뚜껑을 열고 앞에 앉아서 실제로 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란 것을 알기는 하는데
그래서 마음이란 가볍고도 무거운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요일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