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불어반, 그동안 그녀가 온다면 정말 힘이 되련만, 여의도로 이사간 그녀가
다시 일산으로 수업을 하러 오기가 쉽지 않은 일이고 더구나 우리들은 초보자인데 책이 재미없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강력하게 함께 공부하자고 권하기 어려웠던 권 희자씨. 드디어 오늘 수업에 합류했는데요
역시 수업중에 모르는 불어 문장을 제대로 꿰맬 수 있는 아리아드네의 실이 되어 주었습니다.
제대로 전공한 한 사람의 힘이란 이렇게 크구나 실감한 날, 우리들은 야수파에 관한 이야기를 , 입체파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그에 관련된 그림 이야기를 하느라 한참 수업에 몰두했지요. 그리고 2차로 시작한 스페인어, 첫 날 첫 수업이어도
언어 감각이 있는 그녀는 역시 어렵지 않게 따라오는 느낌이었고 새로운 언어를 평생 처음 대하는 느낌이 좋았다고 하네요.
멀리 수유리에서 일산까지 힘들게 오고 갔던 캘리님이 당분간 함께 하기 어렵게 되어서 머리를 짜낸 우리들, 그렇다면
세 번째 주에는 철학을 그리고 나머지 주는 지금 하는 야수파에 대한 공부를 하고, 그 다음 권희자씨가 들고 온 프랑스 역사에 관한 것을
그리고 그 책까지 다 읽고 나면 곰브리치의 미술사를 불어로 읽어보면? 이런 식으로 아직 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순식간에 쌓이고 있습니다.
사람의 인연이 갖고 오는 에너지의 확산에 대해서 생각한 날, 점심먹고 헤어지기 아쉬워서 커피 숍에 가서 이야기가
점입가경, 우리들은 만나면 무엇인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지요.
쌈지돈을 저금해서 지중해로 떠나기로.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다음 달부터 그런 계획을 실천에 옮기자고
그 일을 맡을 사람마저 정하게 되었는데요 신선한 바람처럼 느껴진 날이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세상의 모든 악기와 세상의 모든 언어가 궁금하다는 제게 그녀는 다음 주에 하모니카 연주 음반 하나를
들고 오겠다고 하네요. 그녀의 남편이 연주회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는 문제의 음반을!!
제가 지금 다니게 된 한의원의 원장님을 소개받고 만난 이야기를 듣더니 지난 금요일 배리님이 말을 하더군요. 그런 만남이
바로 들뢰즈가 말하는 리좀처럼 느껴져서 신기하다고요.
저도 바로 그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앗 이렇게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구나 놀랐던 기억이 오늘의 이런 새로운 바람과
더불어 생각납니다. 금요일 수업에 온 한 진순씨는 제가 공부하듯이 다니고 있다는 헬쓰 클럽 이야기를 듣고는 쇼크를 받아서
(그녀는 몸이 힘들어서 헬쓰장의 싸우나 이외에는 한 번도 기구를 이용해서 운동한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겠노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제게 받은 쇼크가 그런 식으로 생각을 변화시켰다고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쇼크와 자극의 릴레이가 가능한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지 가득한 불어 책을 보고 이제는 인연이 없는 언어가 되었다고 느끼는 불어 전공한 분들이 있다면 주저없이 함께 하시는 것
환영합니다. 전공을 했다는 것때문에 오히려 더 멀리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자신의 지금 상황에 대해서 뭔가
부담을 느끼기 쉽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것, 그런 체험이 그것만이 아니라
조금 더 신선한 세계와 만나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인생에서 늘 경험하다 보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글을 쓰는 동안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듣고 또 듣다보면 유난히 가슴속으로 파고 드는 부분이 있지요.
그 때 아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에 사로잡히는 순간의 맛이라니!!
혼자서 감탄하면서 듣고 있자니 벌써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짜여진 일상이 조금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다가도 이렇게 짜여진 일상이 있으니 나머지 시간을 그렇게도 소중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마음을 바꾸어 먹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