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부터 소개받은 한의원에 가서 진맥을 하고는 침으로 치료를 받게 되었지요.
보람이가 출국하기 전에 몇가지 마음에 걸리는 증상이 있고, 저도 오랫동안 이것은 좀 곤란하구나 싶은 증상이 있어서
마음먹고 찾아간 것인데요 , 첫 날 마치 원형 극장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처럼 빙 둘러 앉아서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사이에 앉아 있으려니 스트레스가 은근히 생기더군요.
그래도 그 날 하루는 눈이 시원하고 피로가 덜한 것과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가벼운 느낌이 신선했는데요
보람이에게 이야기하니 엄마, 혹시 그것 기분 탓 아니야? 하고 말해서 웃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아니면?
목요일 원래는 배드민턴을 치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 헬쓰장이냐 침이냐 고민하다가 이왕 시작한 일이니
조금은 끈기 있게 시도해보자 싶어서 다시 간 한의원, 역시 여기 저기서 아픈 것을 호소하고 증상을 서로 말하고 옆에서 말을 걸고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제가 참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나오면서 조금 조용한 시간은 언제인가 물었더니
원장님 왈, 시장이 바로 사람이 사는 조건아니겠어요? 한 방 두드려맞은 기분이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런 분위기가 힘들면 다음에는 조용한 방에서 치료받게 해주겠노라는 말을 듣고 나왔습니다. 우리가 자신이 어떤 인간인가를 깨닫는
것은 이렇게 외부에서 갑작스럽게 오는 경우도,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 때의 자신의 반응을 보고도 알 수 있는 것이로구나 그런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된 이틀, 그리고 또 한가지는 늙는다는 것의 구체성을 눈앞에 보는 것이 마음 무겁다는 것이기도 했지요.
저보다 연배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두 곳, 헬쓰장과 한의원, 얼마나 다른 풍경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같은 사람도 다른 공간에
가면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보람이가 떠난다고 친구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엄마가 보람이랑 통화하려면 카카오 톡이 편하니
스마트 폰으로 바꾸면 어떠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보람이 왈, 엄마는 카카오 톡이 불편한 사람이에요
왜? 라고 상대방이 묻자 엄마는 일상적인 대화를 잘 못하고 긴 글을 쓰는 편이라서 차라리 네이버 메일이 더 맞거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이제는 아이의 눈으로 엄마가 읽히고 평가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날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 한 주, 여러가지 상황에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들락날락하고, 고민이 많은 어른들을 만나느라 마음이 지치기도 하고
사람이 겪고 있는 상황이란 얼마나 다양한가 놀랍기도 하고, 그렇게 어수선한 한 주가 지나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