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 화요일에 모여서 바이올린 둘, 첼로 한 명 이렇게 세 명이서 연습을 해오고 있습니다.
아이들 방학이 되면 어른들도 덩달아 바빠서 어른들 연습도 방학을 하지요. 그러다가 오늘 2012년의 첫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요
앞으로 잘하게 될 때까지 연습하자는 곡도 두 곡 선정을 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미라씨는 여전한 모습이었는데요 우리들에게 나무 한 그루를 보여주었습니다.
잘 자라지 못하던 나무를 살려보려고 물을 주고, 햇빛에 가끔 내놓다보니 생생하게 살아난 나무였습니다.생명의 신비를 느낀다고 하는
말을 할 때의 그녀의 수줍지만 기쁜 얼굴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느낌이 확 밀려오더군요.
함께 할 동료가 있다는 것,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것이 주는 강한 에너지에 대해서 역시 감사한 마음으로 그 곳을 나왔습니다.
함께 연습하는 모니카님, 이번 6월에 독일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책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요
그녀가 지난 번 오스트리아 여행 때 미리 책을 읽고 가서 도움이 되었노라고 그러니 이번에도 읽고 가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제 마음이 더 분주합니다. 독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무엇을 읽는 것이 좋을까 궁리하는 것도 그렇고 , 독일에 가면
아이들이 읽을만한 아주 쉬운 책을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작동을 해서 말이지요.
약대 출신인 그녀가 인문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새롭게 이런 저런 책을 읽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게도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고민하는 문제중의 하나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저녁 시간에 (이왕이면 늦은 시간에 모여서 ) 문과, 이과 서로의 장벽을
허물고 최재천 교수가 이번에 내놓은 통섭의 식탁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함께 읽어보고 싶다는 것인데요 막상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해보니 의외로 이과 출신이 여럿 보이네요. 말을 내놓으면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고
느낀 날이기도 했지요.
시작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니 이때부터라고 확정을 하면 어떤 형태로든 모임을 꾸리게 될 것
같네요. 이런 시도가 어디로 갈지 그것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마음을 열고 그 시간을 만나면 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연습을 마치고 보람이랑 만나서 한의원에 갔습니다. 소개를 받고 간 한의원에서 진맥을 하던 한의사께서 저보고 겁이 많으시군요
그리고 끈기가 대단하고요. 그렇게 이야기를 꺼내시네요. 아무런 사전 정보를 드린 것도 아닌데 진맥만으로 그런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고, 보람이게는 꾸준하게 무엇을 하기가 힘들지요? 라고 묻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사람의 몸과 정신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된 것일까
알고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을 진맥만으로 알 수 있다니, 하루 종일 조금은 놀란 기분으로 지낸 날이기도 했어요.
침구실에 둘러 앉아서 침을 맞는 사람들은 전부 여성이더군요. 아마 남성의 침구실은 따로 있는 것인지 처음 간 한의원이라서
잘 알 수 없었지만 실제로 한의원에 들어오는 분들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기도 했고요. 그런데 호소하는 증상들이 다양해서
사람이 아플 수 있는 부위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여기 여러 날 앉아 있으면 오히려 정신 건강에 해롭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 날, 매일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의사들의 정신 건강은 어떻게 지키고 사는 것일까 묘한 걱정을 하기도 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보람이가 엄마에게 하는 당부, 엄마, 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오늘 어린아이들 처럼 호소하는
그런 아줌마들처럼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고요.
지금은 물론 엄마도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장담할 수 없는 일 아닐까? 얼마나 힘들면 그렇게 응석을 부리듯 말을 하는
것일까? 아직 젊은 아이에게는 이해가 되기 어려운 상황일 것 같긴 하네요.자연스럽게 자연과 더불어 이런 말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공염불이 되기 쉬운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몸은 자신의 존재를 병을 통해서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나를 조금 더 소중하게 다루어달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 자꾸 돌아본 날이기도 했고요.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pina 음반을 들으면서 키스 반 동겐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하루가 마치 꿈처럼 녹아없어져 버린
느낌이 들기도 하고, 먼 여행을 하고 돌아온 느낌이 들기도 하는 묘한 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