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가 발견한
사진전 소식입니다.
이란 영화의 대명사인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65)는 조국의 대부분을 뒤덮은 고원지대의 단조로운 풍광 속에서 영감과 감수성을 길어 올린다. 묵직한 양감을 지닌 채 첩첩이 이어진 고산들과 그 아래 펼쳐진 눈덮힌 황무지, 밀밭·옥수수밭, 굽이쳐가는 길들의 정적 어린 풍경은 시인, 사진가이기도 한 그가 즐겨 포착하고 노래해온 제재들이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 국내 최초로 마련된 그의 사진전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는 키아로스타미 영화의 주된 배경을 떠올리며 만날 수 있는 전시회다. 산과 언덕, 하늘, 나무, 길 등으로 요약되는 이란 고원의 다기한 풍경사진들이 연속되는 전시장에서 관객들은 마치 실제 그곳 풍경을, 기구를 타고 보는 듯한 느낌에 젖게 된다.
출품작은 ‘길’과 ‘무제’란 제목의 연작 작품 84점(1978~2003년)과 올해 찍은 신작 30여 점이다. 영원한 침묵 속에 빠진 듯한 이란 고원의 이곳저곳을 주관적 감성을 배제한 채 집요하게 응시한 이 역작들을 보며 우선 감지되는 것은 그 생생한 질감이다. 눈덮힌 언덕과 밑둥이 눈에 파묻힌 채 그림자 드리운 겨울나목의 앙상한 가지, 까마귀떼 날아가는 산줄기의 단면들, 눈이 막 녹기시작하는 구릉과 밭의 굴곡진 이미지들은 판화나 수묵화처럼 강한 흑백 명암의 대비를 통해 표면의 미세한 질감을 드러낸다. 융단의 결 같은 눈밭의 표면과 살결 같은 굴곡을 포착한 그 질감들은 자연이 언뜻 보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변화와 내면의 이야기들을 지녔음을 일러준다.
파도처럼 굽이치는 여러 길들의 존재또한 주시해야할 요소다. 이란 고원의 길들은 옛부터 실크로드의 길목으로 숱한 재화와 대상들의 행렬이 지나갔던, 아랍과 다른 문화 전통을 낳은 제2의 자연이었다. 눈덮히거나 황량한 돌산, 혹은 촌부들이 당나귀나 트랙터를 타고 지나가는 길들을 통해 작가는 인공적 직선 대신 곡선이 연속되는, 자연, 인간의 풍정과 호흡하는 길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영화 의 배경이 되었던 따뜻한 여정의 무대가 바로 그 길들이다. 작가는 이 ‘착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자연으로부터 받은 초대”라고 말한다. 서울 환경영화제 딸림행사인 전시는 9월15일까지다. 작가는 9월9일 방한해 이날 열리는 사진집 출판 기념행사와 10일 예정된 작품 마스터클래스(광화문 시네큐브)에도 참석한다. (02)720-5114.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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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사진전 소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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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1,020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5-08-29 08: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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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capixaba
'05.8.29 9:11 AM감사합니다.
좋은 소식이네요.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사진을 찍는 줄은 몰랐어요.
저희 남편은 직업상 해외출장을 무척 많이 다니는데
다녀본 곳 중 이란만큼 아름다운 곳을 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감독 오는 날 꼭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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