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식구들이랑 모여서
평소에는 전혀 마시지 못했던 양주를 한 잔
그리고 그것은 취향이 아니다 싶어서
다시 준비한 산사춘을 섞어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새벽 1시가 되었습니다.
그 시간 이후에 다른 일을 하면 구정 신년의 하루가
너무 늦게 시작될 것 같아서 바로 잠을 잤더니
이상하게 새벽에 눈이 떠집니다.
샤워를 하고
아직은 사방이 깜깜한 시간
음악을 들으면서
테이트 갤러리에 들어와 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에 먼저 보는 해돋이입니다.
전하는 말로는 그가 죽기 얼마전 해가 바로 신이라고 했다는 말이 있더군요.
그는 햇빛이 풍경에 비치는 효과에 천착한 화가라고 전해지는데요 그런 점이 바로 최초의 인상파라는 명예를 얻게 한
것이 아닐까 싶군요.
새벽에 이동활의 음악 정원에 들어와서 듣고 있는 곡이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의 프랑스 조곡입니다.
정말 주옥같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많은 곡들을
정성스럽게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루 하루의 시작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그저 고맙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테이트 갤러리에는 터너의 그림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되어 있고
전시도 일반 전시와 특별 전시로 나뉘어서
인터넷 상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너가 바로 sunrise,sunset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한 해의 시작이란 점에서
우선 sunrise만 보고 있는 중입니다.
벌써 sunrise를 모은 그림이 끝났군요.
이번 그림은 로마네스크 교회의 내부입니다.
로마네스크,고딕
이런 이름은 중세 성당의 구조물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서양문화사에서 건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건축에 대해서 제대로 된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뒤적여보니 한길사에서 출간된 건축사 책이
한 권 있더군요.
지금 주문해놓은 상태인데
우선 먼저 읽어본 다음
서양문화사가 끝나고 나면 그 시간에
함께 읽어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The Angel Standing in the Sun exhibited 1846
제목에 눈길이 가서 일부러 복사해서 붙여놓았습니다.
유로파와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 이야기로군요.
제목을 읽어보지 않으면 무슨 그림인지 모를 그런 분위기
그것이 무슨 이야기라도 상관없이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아련한 색감에 눈길이 가는 그림이기도 하네요.
어제부터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에크낫 이스워런이란 처음 들어보는 저자인데요
그의 이력을 보니 1959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1959년
미국에 갔을 때 인도에서 영문학 교수였나 봅니다.
그러다가 미국에 와서 학위를 위한 교육에서 평생 교육이란
화두를 안고 명상센터를 만들어 30년 이상 운영하면서
10여권의 책을 쓴 사람이라고 되어 있네요.
그가 인도에 있을 때
직접 간디의 가르침을 받기도 한 사람인 모양입니다.
책이 표지에서부터 안정감을 주는데다가
책의 내용이 바뀔 때마다
연두색으로 중요한 말들을 미리 요약해 놓아서 그런지
읽는 일이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장이 바뀔때
양쪽 페이지로 해서 두 페이지가 다 연두색으로 되어 있고
한쪽에는 우파니샤드,혹은 불경,혹은 성경에서 인용한
귀절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mantram이라고 되어 있으면서
아주 간단한 한 구절씩이 인용되어 있네요.
이 책은 빌린 책인데
우리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되면
각자에게 한 권씩 선물하면서
마음이 급할 때
한 번씩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 그림은 테이트 갤러리에서 볼 때
인상적이어서 여러 번 둘러본 그림인데
지금 이렇게 보고 있으니 아주 반갑네요.
그림을 보는 동안 완전히 어둡던 바깥이
아주 조금씩 밝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연주를 들으면서 그림을 보는 시간 내내
몸이 조금씩 깨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음속에 올 한 해 소망하는 일들을 새기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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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와 함께 하는 새해 첫 날
intotheself |
조회수 : 1,505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5-02-09 07: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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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봄&들꽃
'05.2.10 3:00 AM언젠가 어느 여름날 새벽녘에 밝아오는 햇살들을 맞이하면서
만약 영원한 순간이란 게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느낀 적이 있어요.
반복되는 영원한 순간...
신성한 영원함...
이에 비해 하루가 개시되어 흘러가는 일상이란,
비록 나는 그것으로부터 내 생존의 식량을 제공받는 것이긴 하나,
얼마나 남루하고 비루한 것인가!
.....
올려놓으신 터너 그림들을 보니 그때 그 기분이 떠오르네요.
나중에 시간 되시면 sunset 시리즈도 올려주세요. ^ ^2. 스프라이트
'05.2.10 12:14 PM색감과 그림 너무 훌륭하네요. 좋은 구경 감사해용.~
3. 작은정원
'05.2.10 1:48 PM너무 좋네요...한숨만 나와요...갤러리에 사는 개미라도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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