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비디오 숍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라디오와 러브 인 아프리카를 놓고 어느 영화를 먼저
볼 것인가 고심하다가 라디오를 골랐습니다.
오랫만에 멀리 간 그 가게에는 그동안 새로 나온
신작 영화가 많아서 눈이 즐겁더군요,
그래도 우선 순위를 매겨서 빌려야 하니까
라디오를 고른 것인데
주인이 말하길 러브 인 아프리카가 선호도가 더 있는 영화이니까' 있을 때 빌려보라고 하길래
그러자고 하면서 금요일에는 그 영화를 보았지요.
비욘드 사일런스를 만든 감독답게 절제된 스토리 진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반납하러 가서 라디오를 찾으니
이미 다른 사람이 빌려갔다고 해서 아쉽지만
그냥 돌아와서 소설책을 읽었지요.
오늘 다시 빌리러 갔을 때
이윤기가 건너는 강이란 에세이와 비디오 라디오를
각각 빌려 왔는데
오늘은 두 가지가 다 흡족한 날이었습니다.
오후에 빌려온 에세이를 집에 와서까지 마저 다 읽고 나서
아이들이 잠든 후 라디오를 보았지요.
라디오란 주인공의 별명입니다.
주인공 제임스 로버트 케네디는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인데
늘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카트를 밀고 돌아다니는 아이(아이라고 하긴 너무 크고 청년이라고 하긴 너무 어린 것 같은)
가 어느 날 미식축구를 연습하는 선수가 던진 공을 줍습니다.
돌려달라고 하는데도 그냥 그 공을 갖고 가자
다음 날 선수들이 그 아이를 가두고 테아프로 손과 발을 묶고 린치를 가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장면을 본 감독이 그 아이에게 사과하면서 아이를 풀어주고 그 둘 사이에서 일종의 소통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이름조차도 말하지 못하던 소년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조금씩 말도 하게 되고
감독의 권유로 학교에도 나와서 감독을 돕습니다.
물론 그 사이 사이에 해프닝이 많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이사회에서는 학교에 나오는 그 아이가 일반 학생들에게
해가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그 동네의 은행장인 한 학부형은
아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농구와 미식 축구 선수인 아들)
라디오가 방해가 될까봐 (늘 라디오를 듣고 좋아하는 것을 보고 감독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이사회에 보고를 하기도 하지요.
린치를 가하는데 주동이 되었던 조니 (은행장의 아들)는
이번에도 라디오에게 거짓으로 선생님이 심부름 시킬 일이 있어서 불렀다는 구실을 대어 여자 아이들이 샤워하는 샤워실에
라디오가 들어가도록 유도합니다.
그 사건으로 겁에 질린 라디오는 감독을 찾아가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고 누가 시켰냐고 묻는 감독에게
말 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팁니다.
그러자 감독이 네가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라디오를 달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더군요.
조니는 그 일로 출장정지를 당하고 라디오가 고자질 했다고
오해를 하지만 결국은 라디오가 말한 것이 아니고
주변의 동료가 감독에게 이야기 한 것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와는 달리 변하게 되더군요.
라디오에겐 생명줄이나 다름 없던 어머니가 어느 날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혼란에 빠진 라디오
그를 달래러 함께 간 감독과 그의 딸 메리 (메리는 자신과는
그렇게 따뜻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던 아버지가 라디오에게
많은 시간을 내주고 돌보는 일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중입니다.) 메리는 돌아오면서 아버지에게
생전 처음 듣는 어린 시절의 경험담을 듣게 됩니다.
어린 시절 신문을 돌리다가 신음소리에 다가가 보니
어떤 소년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구덩이에 갇혀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것
두 소년의 눈이 마주쳤지만 자신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한 이년동안 계속 하던 신문돌리기를 그만두고 말았다는 고백을 듣고 메리는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더군요.
그 때부터 감독의 가족은 진정한 의미에서 라디오의 가족이 되고 이 이야기는 감독의 부인 입장에서 전달이 됩니다.
결국 라디오는 그 학교의 축구 감독이 되어서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 학교 사상 가장 사랑받는 감독이기도 하다고요.
감독과 라디오는 지금도 만나고 있다고 하고
감독은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 두 사람이 영화의 마지막에 실제 인물의 모습이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라디오의 역을 하는 쿠바 구딩 주니어의 표정이 얼마나
다양하고 진실한 느낌을 주는지
넋을 놓고 표정 연기를 보았습니다.
아이들과 한 번 더 함께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의 목록에 올려놓고
다시 또 다시 볼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빌리려고 하자 새로 가게 된 비디오 가게 주인이 물어보더군요.
아니 이 영화를 어떻게 아세요?
제가 영화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웬만한 영화는 다 본 상태라서,새로운 영화가 나와도 좋아할 만한 영화에 대한
감이 빠르게 오네요.
그랬더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반갑다고 하면서 그녀도 영화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는데
이상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어서 아쉽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가게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제가 사기엔 조금 아깝지만 그래도 읽고는 싶은 책들이
약 30권정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했더니
앞으로 원하는 책을 이야기해주면 구해놓겠다고 합니다.
아니,이런 횡재가 있나?
돌아오는 길
얼마나 마음이 뿌듯했는지 몰라요.
팡팡 클럽이란 영화도 비디오로 만들어졌더군요.
프랑스와 영국의 7년전쟁이 배경인 실화인 영화인데요
오늘은 그 영화를 보아야지 마음을 먹고 있는 중입니다.
라디오에서 좋은 장면이 많은데
영화 검색을 하니 온통 라디오 방송에 관한 것,실제 라디오를 소개하는 사진들만 나와서
못 찾고 말았습니다.
혹시 인터넷에서 라디오란 영화에 관한 소개글이나 이미지를 보시는 분이 있으면
이 곳에서 구경할 수 있을까요?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쿠바 구딩 주니어의 놀라운 연기-라디오를 보다
intotheself |
조회수 : 1,353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5-02-07 12: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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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courtyard
'05.2.8 2:19 AM늘 좋은글 잘읽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이영화를 보고싶어 찾아봤어요.
http://www.imdb.com/title/tt0316465/2. intotheself
'05.2.8 9:54 AMcourtyard님
아이이가 인상적이네요.
라디오의 스틸이미지를 찾아 볼 수 있게 홈페이지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영화가 좋아서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중이지요.
이번 연휴에는 말아톤을 보려고 하는데
아마 비슷한 감동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군요.
그 영화를 본 한 아이는 영화보는 중에
영화관에서 나와서
그리고 집에 와서도 울었다고 하더군요.
사람 마음속을 자극하여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그것이 굳어지기 쉬운 마음에 영양분을 주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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