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 물리적으론 다른 날이 아닌데도
여행기를 새해가 오기 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어서
정리를 마쳤습니다.
그동안의 추체험이 여행못지 않게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행 일정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쉽다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날
아침을 먹고 짐을 완전히 다 챙긴 후에 돌바바흐체 궁전에
먼저 갔습니다.
이 곳은 술탄 압둘 메지트가 명령하여 새로 궁전을 지은 곳으로
그의 생몰연대가 1839-1860년이니 서구화의 세례를 받은 시기에 지은 건축물이기도 하고.기울어 가는 오스만 제국을 새롭게 일으켜 보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한 나라,혹은 한 제국이 기울어가는 마당에
지나칠 정도의 재정이 소요되는 이런 궁전의 건립이
어찌 제국의 재건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제국이 급격하게 쇠퇴하는 일에 일조를 했겠지요.
이 궁전에 들어가는 절차는 아주 까다롭더군요.
카메라를 들여가는데도 따로 돈을 받고
그 안의 청원경찰이 지키고 있으며
일정 선안으로는 사람들이 드나들 수 없기도 하고
안내도 그 궁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땄다는 이 궁전은 규모가 작아서
오히려 더 아기자기하고 멋진 느낌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화려한 것에는 마음이 끌리지 않고
오히려 술탄이 사용했다는 작은 규모의 서재와
음악실,그리고 연회장의 위에서 들어오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한 빛에 마음을 뺐겼습니다.
파랑색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아주 작은 것이었는데도
빛의 유입으로 인해 느낌이 다르더군요.
아,프랑스의 성당에 가서 진짜 황홀한 느낌의 빛의 향연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계화,혹은 서구화를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시설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한때는 세상을 호령했던 한 제국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이제는 여러가지 것들에서 수용자의 신세로 전락한 것을
바라보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하고
그것이 단지 오스만 제국만의 일이 아닌 것을
그런 생각도 했지요.
할렘에 온 여자들이 직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서
창을 통해 행사를 바라보았다고 알려진 공간을 보는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끌려와 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갔을 여자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공연히 생각이 먼 옛날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인생으로
뒤돌아갑니다.
사진을 뒤적이다 보니 궁전 입구를 찍은 사진이 있군요.
돌마 바흐체란 가득찬 정원이란 뜻이라고 하네요.
군데 군데 정원이 있는데
이 곳에서 놀란 것중의 하나는 관광대국이란 이미지와는 달리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이 잘 개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책자도 다양하게 꾸밀 수 있으련만 참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 안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자체가 너무 자본주의적 발상인가
그런 생각도 문득 했었지요.
내부를 찍어서 올린 사진들도 있네요.
돌마바흐체를 보고 나서
크루즈로 보스포로스 해협을 건넜습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곳이라 신기한 느낌보다는
조금은 친숙한 기분으로 물과 주변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건넜습니다.
점심을 터키식으로는 마지막으로 먹은 곳
음식맛이 그동안 먹은 중에서 제일 맛이 있더군요.
마무리가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레스토랑안에 걸려 있는 흑백사진들을
구경했는데 흑백의 아름다움이 잘 묻어 있는 사진들이라
눈길을 떼기가 아쉬워 구석 구석 보면서 돌아다녔지요.
그 다음에 간 곳이 루멜리 성이었습니다.
이 곳은 전망이 기가 막히더군요.,
그 이전에 본 궁전보다도 역시 자연이 한 수 위라는 것을
웅변하는 곳이었습니다.
이 곳은 오스만 투르크가 콘스탄티노풀을 점령하기 일년전
술탄 메흐메드 2세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단시일안에 짓기 위해서 3개조로 나누어 서로 경쟁을 시켜서
4개월만에 완성을 했고 콘스탄티노풀 공략의 일등공신 노릇을 한 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점령이후에는 군사적 중요성이 사라지자 한때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고 전해지네요.
이 곳을 보고 나서 간 곳이 슐레이마니예 모스크입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마음이 급하네요.
제가 보고 싶은 곳은 고고학 박물관인데
그 곳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다른 모스크도 보았는데 이 곳까지 가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지만
제가 아는 일행만,혹은 저 혼자만 하는 여행이 아니니
그런 불평을 하기엔 좀 그렇고
마음만 급합니다.
그래도 이 곳은 슐레이만의 명령으로 당대 최고의
건축가 시난이 지었다는 모스크이니
역사적인 중요성이 큰 곳이라고
그러니 정성껏 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들어섰습니다.
블루 모스크와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구석 구석 돌아다니며 눈길을 주는데
이제 며칠 동안 시간이 지났다고 알아 볼 수 있는
아랍글자도 한 두 자 정도 생겨서 신기합니다.
아쉽게도 내부를 볼 수 있는 사진을 찾을 수 없네요.
이 곳을 나와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
고고학 박물관에 갔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보고 싶었던 것이 히타이트 시대의 유물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집중하여 그 시대의 것을 주로 보았습니다.
그래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유물,예를 들면
이슈타르 문에 있던 조각상을 본 것과
아시리아 시대의 벽화를 본 것
그리고 이집트와 히타이트 사이의 평화 협정 체결서를
본 것이 큰 수확이었지요.
언제 다시 올 수 있을 지 모르는 곳이라
다른 나라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생략하고
보고 싶었던 것을 여러 차례 둘러보면서 보고 또 보고 한 셈이라고나 할까요?
중근동 관에서 지중해쪽 유물은 전시한 곳으로 이동을 했을 때
가능하면 유물을 보는 것보다는 도록을 사는 일을 먼저
하고 싶었는데 불행히도 이 날이 명절이라고 문을 닫았네요.
안을 들여다보니 너무 규모가 작아서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습니다.
이 쪽에서는 지중해 근방의 나라들에서 출토된 조각들이 많았는데
서양사 시간에 본 조각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많아서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이라고 알려진
(사실은 알렉산더의 관은 아니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여자들이 새겨진) 관과 다른 커다란 규모의 석관을 보고 나니
벌써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이 곳에서의 촉박함이 못 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중근동관에서 꼭 보고 싶은 것을 보았으니
그것으로 위로를 삼아야겠지요?
이렇게 여행의 일정이 끝나고 공항으로 가는 길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이 곳에 마지막으로
눈길을 주느라 차창 밖을 하염없이 보다보니
벌써 공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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