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떠나서 해가 바뀐 오늘 낮에 도착을 한 여행, 그 사이에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 밀린 신문을 통해서 읽었습니다 .신문을 펼치기가 겁나는 시절을 살고 있어서일까요?
역시 우울한 소식들이 가득하더군요. 그 중에서 두 명의 죽음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해도 역시 한 생명이 삶을 마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기는 일이로구나, 마음 아프게 생각을 하면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가해자를 용서하려고 기도하고 있다는 어머니에 대해서 여러가지 말들을 읽기도 하고요.
고문기술자였다가 지금은 목사가 되었다는 이근안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네요. 누가 그에게 목사가 될 자격을 줄 수 있는 것일까
회개하고 거듭난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일까, 과연 기적의 영역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아, 새해 벽두부터 머리가
아프고 판단은 갈수록 어렵고,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음은 복잡하고, 시차탓인지 잠은 오지 않고, 그래서 사진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에 가는 길에 중간에 기착한 홍콩 공항에서 시간이 있어서 공항안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사진으로
남긴 것인데요,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책은 제게 상당한 자극이 되었답니다.
책과 더불어 커피도 동반자 역할을톡톡히 했는데요 외국에서의 커피값이 한국에 비해서 상당히 싼 것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게 되는 것일까, 고개 갸웃거리는 현상이 이어진 날들이었지요.
공항안의 서점에는 읽을 수 없는 중국어로 된 역사나 정치 서적도 가득했지만 한편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책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지금 여행객들에게 어필하는 책들이 무엇인고 하는 호기심에서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사람의 눈은 참으로 미묘합니다. 관심이 가는 쪽으로 눈이 향한다는 것, 이번 여행에서 건축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자는 마음을
먹은 덕분일까요? 공항안에서도 다른 것보다는 건축적인 공간에 대해서 자꾸 관심이 가는 겁니다. 공간의 배치는 어떻게, 동선을 어떤 식
으로 움직이게 하는지, 그리고 빛은? 이런 조그만 관심이 그 곳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는 것에 놀랐던 시간들이 기억나네요.
어깨에 매는 가방에 따로 준비해 간 세 권의 책이 있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던 것인데요, 역시나 처음 고른 생각의 프레임이
재미있어서 홍콩까지의 비행기안에서, 그리고 공항에서 기다리는 중에 다 읽게 되었지요. 여행기를 메모하려고 들고 간 노트에서
제일 먼저 기록의 재미를 누린 것도 역시 생각의 프레임에 대한 것이었네요. 그래서 기념으로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휴대폰으로 노느라 정신이 없고 두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무엇인가 기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런 풍속이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 모양인가 웃어야 좋을지
울어야 좋을지 난감한 기분이더라고요. 한 무리의 청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리고 소년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나이 든 남자애들이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도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다들 자신의 휴대폰을 상대하고 있는 겁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비행기가 제대로 뜨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잡혔습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하고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수고를 눈여겨
보고 있는가, 감사하고 있는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한 컷 찍게 된 사진입니다.
홍콩에서 그 다음 기착지는 토론토, 이민 간 동생이 사는 모습을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서 들렀습니다. 그곳ㅇ,로 차를 몰고 데리러 온
동생부부와 그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그 다음 날 하루를 함께 논 다음 밤에 떠나는 버스를 타고 24일 아침 뉴욕에 도착을 했지요.
고된 여행이었지만 그렇게라도 그 식구들을 보고 나서 정식 여행을 시작하게 되니 마음은 편했습니다.
그러니 진짜 여행담은 24일 뉴욕도착에서부터 시작하는 셈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