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 첫 시간에는 네 명이 모여서 세계역사에 관한 책을 함께 읽습니다.
읽는다기 보다는 각자 한 chapter를 읽어와서 모르는 부분을 리더에게 물어가면서 해결하고
다음 시간에는 일본어 문법 한 과 새로운 진도, 한 과 복습식으로 공부를 하고 마지막으로 어린 왕자를 읽습니다.
사실 어린 왕자를 강독할 수준이라고 힘주어 말하기엔 실력이 모자라지만 우연히 선물받은 책이라서
함께 읽었으면 하고 제안을 했더랬지요. 누구나 한 번은 한글로 읽었을 책이라서 , 그리고 책자체도 예뻐서 모두가 동의를 했고
그렇게 시작한 책, 그다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식,처음에는 우리들의 리더가 한 장을 맡아서 해석을 하고 그 다음주에는 그것을 이어받아 우리들 중의 누군가가
번역을 하고 리더는 새로운 장을 나가고 하는 방식으로요. 그렇게 해서 오늘 10번째 장을 읽었는데요, 그렇게 읽고 나면 나머지 장을
전부 복습하는 것은 어려우니 여러 번 한 처음 장들은 버리고 예를 들어 오늘은 7,8,9 장을 복습하는 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눈이 확 열리는 기분, 주먹구구식으로 따라가던 내용을 한자도 입으로 읽을 수 있고 뜻도 확 스며드는 묘한
기분을 느꼈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모임을 만들어놓으면 처음 멤버가 그대로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변화가 생깁니다.
일이 생겨서 함께 못하는 사람들,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 처음에는 기웃거리면서 고민하다 일단 들어오면 누구보다 맹렬하게 공부하는 사람들
일본어반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된 반이 되어가고 있네요.
오늘 수업중에 느낀 것은 저만 그렇게 눈이 열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란 것, 늘 나는 못한다고 이 반에서 놀
것이 아니라 먹고 노는 모임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초록별님도 어느새 일본어를 소리로 따라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이 사람들과 조선, 중국, 그리고 일본 삼국의 근대사를 함께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생긴 날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어떤 모임이라도 그것은 생물이나 마찬가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 날이기도 하네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는 것, 그러니 변화의 폭이나 속도,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움직여가는 도중에 어떤 기가 모여서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되는가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의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그런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오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