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공부하는 초등학생중에 피아노를 정말 좋아하고 잘 치는 남학생이 있습니다.
본인은 피아니스트에 대한 꿈도 있고, 작곡에도 관심이 있어서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다면 작곡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네요.
첼로는 어떠니? 권해보았지만 첼로는 저음이라서 아무래도 반주 소리로 더 쓰이는 것같다고, 그것에 비해서 바이올린은 주선율을
연주하니까 ( 제 생각이라서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고 아버지에게 허락도 받은 상태라고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제가 처음 바이올린 배울 때 언제까지 배우게 될 지 몰라서 덜컥 악기를 못 구하고
아트마니아님의 악기를 빌렸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녀에게는 이미 오랫동안 동반자가 될 좋은 악기가 생겼다고 해서 그렇다면 그 악기를 이 아이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줄 수 있는가
물어봐 달라고 다리를 놓았더니 오늘 흔쾌히 그 아이에게 선물로 주겠노라고요. 그런 의도로 악기를 하는 아이가 잘 쓰고 다음에
새롭게 시작하는 아이가 있다면 또 그렇게 전해주는 식으로 악기가 쓰일 수 있다면 하고 선선히 이야기해주는 그녀에게 놀랍기도 하고
아, 나도 언젠가 바이올린을 조금 더 잘하게 되고, 평생 쓸 악기를 구할 일이 있다면 지금 내가 연습용으로 쓰고 있는 이 악기를
누군가가 새로 시작하는 계기로 삼도록 해야겠다 저절로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내년에는 여름 음악회에 아이들과 더불어 참석해달라고요.
우리가 꿈꾸는 음악회는 재능을 겨루는 그런 음악회가 아니라 누구라도 음악을 즐기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하고, 그런 자리에서의 뜻밖의
만남으로 혹은 가슴 두근거라는 시간이 되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어울려서 함께 하는 자리가 되면 하는 것이랍니다.
실제로 첫 연주회에서 첼로소리에 반한 달래가 1년 선배인 노다윤에게 첼로를 배우기 시작해서 세 번만에 켤 수 있는 곡이 여러 곡
생겼고 스페인어 교실 송년음악회에서는 달래, 노다윤, 그리고 홍주, 거기다가 저까지 함께 4중주를 하기로 이야기가 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거든요.
마침 오늘 수업중에 만난 아이들중에서 두 명이나 풀룻을 배우고 있는 중학생이 있어서 물어보았습니다.
봉사활동을 풀룻을 배우고 싶지만 여러 가지 형편상 레슨비를 내기가 어렵거나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가르쳐주는
그런 봉사는 어떤가 하고요. 그랬더니 봉사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그런 식의 봉사가 가능한가 물어보네요.
봉사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말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학생들이 기계에 친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악기나 음악
혹은 동화구연, 언어가 되는 아이들은 언어 봉사, 이런 식으로 다양한 봉사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도 하게 되었답니다.
아트마니아님께 드린 또 다른 미션은 우리가 everymonth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공부를 시작한지 벌써 7년이 넘었으니
2015년 10주년이 되는 해에 맞추어서 그동안 사이버상으로 만나서 공부를 하게 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의미로
기록을 해서 꼭 출판형식이 아니더라도 글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싶은데 그 일의 한 기둥이 되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 왈, 제가 하겠다고 말하는 일은 실제로 구체화되는 편이니 이번 일도 그럴 것 같다고 해서 이렇게 신뢰받다니
하고 놀랐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조금씩 만들어가는 일들에서 에너지를 주고 받고, 그것이 다른 형태로 가지를 뻗고 그 와중에서 뜻하지 않은
새로운 것들과도 만나고, 이런 변화와 생성이 하루하루를 얼마나 빛나게 하는가 ,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른 그림은 블라맹크이고요
지난 금요일에 구한 음반으로 글렌 굴드의 베토벤을 들으면서 새로운 한 주의 첫 날이 기분좋게 마무리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