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파리 오케스트라, 그리고 백건우의 협연이 있는 날, 그들은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설레는 마음으로 예술의 전당에
갔습니다. 마침 조금은 넉넉하게 도착해서 오랫만에 음반점에 가서 여러가지 음반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맘껏 누리기도 했지요.
바이올린 선생님에게 드릴 곡 하나, 그리고 글렌 굴드의 연주를 6장 CD에 담은 음반, 장 한나의 쇼스타코비치 , 호른과 피아노 연주
이렇게 골랐습니다. 물론 들었다 놓았다 하던 곡들도 여럿 있었지요. 산노을님은 새롭게 handel 곡을 듣게 되었노라고 음반 하나 더
골랐고, 파가니니를 골랐길래 그 음반은 내게 있으니 빌려서 듣고 이왕이면 다른 곡으로 골라보라고 권했습니다.
음반을 고르고 나서 자리를 잡고는 조금 남은 시간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느라 둘이서 한참 분주했지요.
드디어 무대에 연주자들이 등장하고, 첫 곡이 시작되었습니다 . 오케스트라마다 내는 소리가 다른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파리 오케스트라는 뭐랄까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축제를 하러 온 사람들같은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아니면 음악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같다고 표현하면 될까요?
특히 눈길을 끈 사람은 첼리스트였습니다 .마치 솔로 주자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약간 앞쪽에 앉은 첼리스트와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몰두해서 몸을 흔들어가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그녀가 이 시간을 오롯이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듣는 우리들에게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녀의 독주회에 온 것처럼 눈을 떼기 어려운 그런 상황이었는데요 나중에 물어보니 저만 그런 느낌이 든 것이 아니더라고요.
마침 연주가 시작되기 전 , 산노을님이 그녀의 둘째 딸이 클라리넷을 막 시작했노라고, 그런 이야기를 하길래 딸이 배우는 김에
악기를 산다면 함께 배우는 것은 어떤가 권유하기도 하고, 저 자신도 켜는 악기, 치는 악기, 마지막으로 부는 악기 이런 식으로
배우고 싶은데 그 중 마음을 끄는 것은 오보에와 클라리넷, 그리고 트럼펫이라고 그 중에서 한 가지는 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요
이상하게 오늘 연주에서 클라리넷 주자의 역할이 크고 더 눈에 띈 것은 마음의 투사였을까요?
베토벤 소나타 전 곡 연주때 한 번 연주장에서 그의 소리를 듣고 이번이 두 번째인 백건우, 슈만의 곡을 여러 번 들었지만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 아름다운 연주였습니다 . 피아노가 내는 다양한 소리라니, 언제 저런 소리를 나는 낼 수 있을까
불가능한 꿈을 꾸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갑자기 그의 브람스 연주 음반이 궁금해졌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 하고 이미 마음을
정했기 때문에 그저 마음속으로만 소리를 떠올려보기도 했네요.
음악회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오케스트라의 기량이 최고조로 드러나는 것은 교향곡이란 점입니다 .제겐
역시 오늘도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을 제대로 들었는데요, 하프주자의 하프를 마치 쓰다듬듯이 손과 줄이 밀착하는 느낌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중에도 눈길을 끄는 것을 비롯해서 악장을 달리하면서 다른 감각으로 연주가 진행되는 전과정에서 숨 죽이면서 듣던 시간의
몰입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음악을 듣던 시간의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서 늘 곤란을 느낍니다.
연주가 끝나고 열광적인 청중들의 반응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미리 준비한 앵콜곡이었을까요 세 곡이나 계속된 연주
마지막에서는 조그만 동작으로 청중석에서도 박수와 더불어 곡을 듣기도 했답니다.
집에 와서 우선 호른과 피아노곡을 먼저 들어보는 중인데요, 원래 르동의 그림과 더불어 들어보려고 검색하다가 갑자기
첼로 연주를 하는 그림이 눈에 들어오네요. 처음 보는 화가인데, 존 화이트 알렉산더라고 미국화가입니다 .분류상으로는 상징주의라고
되어 있지만 왜 이런 분류가 가능한가 고개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의 그림속에서 음악과 관련된 그림이 몇 점 있다보니
오늘은 이 화가의 그림으로 .이렇게 마음을 먹고는 여러 점 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듣는 음악이 주는 가장 큰 힘은 집에서 듣던 음악을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롭게 듣게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큰 힘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듣고 나면 그 음악이 생명을 얻어서 새로운 기운으로 태어나는 것같다고 할까요?
한동안 슈만과 베를리오즈와 더불어 놀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드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