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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응모] 어머니와 그릇이야기

| 조회수 : 7,264 | 추천수 : 66
작성일 : 2006-09-19 00:33:41
1990년 결혼하기 얼마전쯤...
어머님은 절 데리고 다락에 올라가셨습니다.
그 다락에는 저희도 뭐가 있는지 잘 몰랐던 어머님의 보물창고였습니다.

박스를 하나 두개씩 풀면서
이거 가져갈래? 저거 가져갈래?
그러셨습니다.

철 없던 욕심에 이것 저것 많이도 챙겨왔습니다.
그래도 어머님은 다 주셨습니다.
아마 어머님은 그 것들을 가져다가 제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잘 쓰리란 걸 아셨는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늘 생각하는거지만
어떻게 어머님은 그런 그릇들을 고르셨는지
어머니의 안목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영향은 정말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나도 내 자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늘 걱정스럽고 조심스럽습니다.

오래된 낡은 그릇들이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안목과 손길이 담겨 제겐 보물같은 그릇들입니다.



12인조 양식기 셋트입니다.
이걸 주시면서 어머님은 그러셨지요...
아끼고 아끼던건데 네가 가져가려고 그랬나보다....
이 그릇 덕분에 결혼하고 16년동안 손님 치루는 데 아무런 불펀이 없습니다.



그 시절에는 코닝..그러면 알아주던 시절이었죠.
이 용기도 참 잘 씁니다.
어머님은 찜요리 담아두시는 데 쓰셨는데 전 빵 담아놓는 데 사용하지요.



이건 아마 셋트중에 일부는 절 주시고 일부는 어머님이 쓰시고 그랬던 거 같아요.
너무 약한 크리스탈이라 몇번 이사하면서 몇 개 깨먹은 게 너무 속상합니다.



이것도 코닝인데 워낙 손님을 많이 치루시니까 같은 그릇이 몇개씩 사두셨는데
그중에 골라 절 주셨어요. 전 여기에 빵을 굽는 빵틀로 잘 사용합니다.



노리다께 5인세트인데
이건 결혼할 때 주신 건 아니고 어머님 돌아가시고 유품 정리하며 가져온 그릇입니다.



이 저장용기도 참 예쁘지요?
어디서 이런 걸 사셨는지...
전 차류를 담아놓았습니다.



이 그릇은 12인조 세트인데 접시에 컵 놓는 자리가 만들어져 있어서
부페할 때 참 좋습니다.
저 어릴 때 생일이면 어머님이 이 그릇에 담아 주셨어요.
12개를 4개씩 딸 셋에게 나눠주셨죠.



지금도 정말 너무너무 잘 쓰는 볼과 피크닉 세트입니다.
같은 세트는 아닌데도 세트처럼 색이 똑같습니다.
볼은 너무 가볍고 얇아서 사용하기에 너무 편하고
피크닉 세트는 아이들 어렸을 때 정말 잘 썼어요
아무리 멜라민이라도 아이들과 매일 사용하다보니 컵도 2개나 깨먹고
접시도 몇개 깨먹었습니다.



타파웨어...
그시절엔 다 저런색이로 둥근 모양이었죠.
이것도 지금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냄비세트는 10개가 한세트인데
제일 큰거 두개는 어머니가 쓰신다고 빼 놓고 주셨어요.
이 냄비 상자 뜯으시면서 그러셨죠.
이 냄비가 너무 비싸서 18개월 할부로 산건데
어쩌면 할부가 딱 끝나는 달에 결혼 하느냐구요.
아마 네거라 그랬나보다...그러셨어요.
뚜껑 부분이 몇개 이가 나갔는데 독일제라 어떻게 AS를 받아야 할지 몰라
덜렁거리면서 16년째 잘 쓰고 있는 냄비입니다.

후라이팬과 압력솥도 하나씩 주셨죠.
휘슬러 압력솥도 파킹 몇번 바꾸고..아직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어머님은 나이가 좀 드셔서 도자기를 배우러 다니셨어요.
그 때 직접 만드신 도자기들입니다.
이건 어머님 돌아가시고 가져 온 것들이죠.
나뭇잎 모양...백조 모양....참 단아하고 예쁘지요?



크리스마스 때 쓰던 컵 받침과
수저들입니다.
재털이는 손님 오셨을 때 상에 올려놓으시던 것이었어요.
손님 올때만 쓰니 이것도 그릇 취급을 받던 것이었죠.
이 재털이도 어머님 돌아가시고 가져온 것이지요.



어머님은 이북분이셔서 손님이 오시면 늘 만두와 빈대떡을 하시곤 하셨지요.
그래서 집에 커다란 누름돌이 있었는데
어머님은 나도 필요할 거라면서 어디서 구하셨는지 이렇게 평평한 돌을 구해오셔서
이걸 씻고..삶고..말리고를 여러번 하셔서 저를 주셨습니다.



오래된 그릇들이지만
아직도 쌩쌩하게 잘 쓰고 있는 그릇들입니다.

저도 누구엔가 물려줄 수 있을까요?
이젠 낡아서 물려줄수도 없지만 물려줄 딸도 없고..... -.-

어머니가 힘들게 음식 만들고..손님 치루고 하는 걸 보며
난 절대 결혼하면 저렇게 힘들게 안살거야....그랬었는데
나도 모르게 어머니 흉내를 내며 살고 있습니다.


http://coolinblue.com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물결
    '06.9.19 12:54 AM

    와~~감동했습니다.

    어머님의 안목도 존경스럽고 정갈하게 쓰고 있는
    따님도 존경스럽습니다.

    딸이 없으시다니 며느리에게 물려주세요.
    그 며느리 얼마나 행복할까요?

  • 2. 구경꾼
    '06.9.19 1:04 AM

    안녕하세요 인희님
    그렇지 않아도 전에 홈에서 이글보고 지금 여기에 딱 어울리는 글인데 언제 올리시나 했어요^^
    어머님의 그릇을 소중하게 사용하시는 인희님 볼때마다 제 머릿속은 친정집에 있는 엄마의
    그릇장을 떠올리면 어떤 그릇이 내것이 될까 하고 생각도 해보고 나는 딸내미에게 어떤 그릇을
    줄수 있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 3. 코스코
    '06.9.19 2:00 AM

    저는 저 돌이 제일 탐나네요
    정성으로 씻고 삶고 말리고... 얼마나 정성이 담긴 물품인가요~

  • 4. 영영
    '06.9.19 8:15 AM

    제가 그리던 어머니상 입니다.,
    어머니 안목존경 스러워요
    그걸 알아 주시는 따님도 이쁘시구요
    전 딸이 둘이나 되는데 어떤걸 줄수 있었까 생각 해 봅니다.
    아직 20년은 더 있어야 할듯 한데 물건만 아니라 추억과 교훈 도리 등등
    이야기를 담아 물려주어야 겠죠?
    이번달 주제 전 너무너무 좋으네요 매일들러 남살림 구경하고 추억을 듣고
    교훈을 되새기며 나자신의 각오도 다지고 저도 82 폐인이랍니다.

  • 5. who knows?
    '06.9.19 8:17 AM

    너무 멋집니다. 가슴도 찡하고~~

  • 6. 작은아씨
    '06.9.19 8:37 AM

    추천 한번 눌러드리고 가요.
    역시.. 멋진 어머님 밑에서 인희님같은분이 탄생하는거군요..

  • 7. 서현맘
    '06.9.19 8:58 AM

    어머님 안목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릇이 정갈하고 예쁜게 딱 내 스타일이네요.

  • 8. 두디맘
    '06.9.19 9:14 AM

    와아~~~~

  • 9. yozy
    '06.9.19 10:15 AM

    어머님 안목도 대단하시고 어머님께 물려 받은
    그릇들을 정갈하게 관리도 잘하시고 활용하시는
    님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 10. 젊은느티나무
    '06.9.19 10:27 AM

    와~
    정말 입이 딱 벌어집니다.
    어쩜 저렇게 이목이 좋으신지 .. 어머님의 이목을 물려받으신 따님이 부럽습니다.
    저두 그 반만 따라갈수 있으면 좋은텐데.
    정말 부럽습니다.
    그릇에 별 욕심이 없는지라 그냥 와, 좋다. 그러고만 있는데 마지막 돌에 댓글을 안달수가 없네요.

  • 11. 나도할래
    '06.9.19 12:14 PM

    정말 놀랍네요.
    전 딸은 없고 며느리에게라도 물려줄 수 있는 멋진 그릇을 가질 수 있을지
    조금 한심스럽습니다.
    님, 잘 쓰시는 모습 보기 좋네요.

  • 12. 아녜스
    '06.9.19 12:22 PM

    어머니가 기뻐하시겠어요.
    감동했습니다.
    부럽구요. 잘보고 갑니다.

  • 13. 소금별
    '06.9.19 12:46 PM

    대단하십니다...
    저도 이번 추석엔 어머님 찬장을 박박 뒤져볼생각입니다...

    정말.. 너무너무 안목좋으시고, 정갈한 성품의 어머님을 두신것 같습니다.

  • 14. 지원
    '06.9.19 1:18 PM

    어머님 안목이 세월이 흘렀음에도 손색이 없어보입니다^^
    많은 자랑거리중에
    누름돌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어찌 저리 평평한 돌을 구하셨는지...^^

  • 15. 들녘의바람
    '06.9.19 1:28 PM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나셔서 눈물이 글썽거리지 않으셨는지....
    인희님 어머님의 격이 있으신 안목이 지금의 인희님의 삶도 항상
    넉넉하고 앞을 내다보시는 눈이 어머님에게서 또한 아버님에게서
    전해지는게 안닌지요???
    저도 5년6개월되어도 "아버지" 란 단어 만 생각 해도 눈물이 고이어 뚝뚝 흐르네요...... 지금도 역시나.

    오래 오래 사용하시고 좋은 추억을 담아서 행복하세요.

  • 16. 포도공주
    '06.9.19 1:35 PM

    그릇들도 주인을 닮는지..
    참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이네요.
    몇번 홈피에 놀러가서도 느낀 건데.. 너무 대단하세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면서도 깨끗한 그릇들.
    어머니와의 추억까지 간직하고 계시니.. 부럽기만 합니다.

  • 17. 꽃다지
    '06.9.19 2:41 PM

    정말 감동입니다.
    물려받은 그릇들을 쓰노라면 새록새록 엄마가 보고 싶겠어요 저도 가슴이 찡~해지네요.
    딸은 차차 엄마를 닮아간다죠?!

  • 18. 파헬벨
    '06.9.19 2:42 PM

    저는 파란 노리다께가 너무 이쁘네요.
    코렐도 타파웨어마저도 클래식하니 멋집니다.
    참 감각있으시고 멋진 어머님이셨네요
    다락에서 이거 너쓸래 하며 이것저것 아끼던 것을 꺼내시던 어머니를 상상해보니
    마치 제가 갖은 추억인냥 찡해요.
    저도 제 딸아이에게 아름다운 어머니였다고 그렇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노력해야겠지요. ^ㅡㅡㅡ^

  • 19. 똘똘이
    '06.9.19 5:49 PM

    아름답습니다.
    좋은 안목으로 좋은 물건 오래오래 쓰는 모습...너무 좋네요.
    저도 제 물건 한 번 이뻐해주러 나가야 겠네요^^

  • 20. miru
    '06.9.19 6:12 PM

    인블루님께서 어머님 쎈스를 닮으셨던 것이군요~^^
    인블루님 솜씨보면서 늘 감탄했었는데,
    어머님께서 참 쎈스가 있으셨던 분 같네요~

  • 21. 그린
    '06.9.19 7:17 PM

    inblue님~~
    글과 사진을 보다보니 인희님 어머님과 저의 엄마랑
    취향이 비슷하셨나봐요.
    아마도 같은 세대를 사셨기 때문일까요?
    꼭 울엄마가 제게 말씀하시는 듯한 기분이 드네요.^^

  • 22. 지성조아
    '06.9.20 8:24 AM

    와........너무나 감동스럽습니다...
    어머님의 안목도 안목이지만..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그릇들의 정갈함이 inblue님을 나타내네요..
    부럽습니다.^^

  • 23. 캐시
    '06.9.20 2:59 PM

    저도 20살때 저 시집갈때 준다고 계들어서 냄비세트 은수저 ..사두시던 게 생각나네요
    결국10여년 지난뒤 쓰게 됐지만

    코닝 냄비 저도 얼마전에 얻어왔는데 .. 엄마 안쓰고 모셔두길래

    저도 좋은거 있음 딸아이 물려줄거 같아요 지금도 저 시집갈때 달라고 난린데

  • 24. 야간운전
    '06.9.23 9:59 PM

    정말 어머니 안목이 대단하셔요.
    저도 저런 어머니 되고 싶어요. 그런데 그릇 나눠줄 때 좀 아까울것 같아서 어쩌지요. 프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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