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절 데리고 다락에 올라가셨습니다.
그 다락에는 저희도 뭐가 있는지 잘 몰랐던 어머님의 보물창고였습니다.
박스를 하나 두개씩 풀면서
이거 가져갈래? 저거 가져갈래?
그러셨습니다.
철 없던 욕심에 이것 저것 많이도 챙겨왔습니다.
그래도 어머님은 다 주셨습니다.
아마 어머님은 그 것들을 가져다가 제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잘 쓰리란 걸 아셨는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늘 생각하는거지만
어떻게 어머님은 그런 그릇들을 고르셨는지
어머니의 안목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영향은 정말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나도 내 자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늘 걱정스럽고 조심스럽습니다.
오래된 낡은 그릇들이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안목과 손길이 담겨 제겐 보물같은 그릇들입니다.
12인조 양식기 셋트입니다.
이걸 주시면서 어머님은 그러셨지요...
아끼고 아끼던건데 네가 가져가려고 그랬나보다....
이 그릇 덕분에 결혼하고 16년동안 손님 치루는 데 아무런 불펀이 없습니다.

그 시절에는 코닝..그러면 알아주던 시절이었죠.
이 용기도 참 잘 씁니다.
어머님은 찜요리 담아두시는 데 쓰셨는데 전 빵 담아놓는 데 사용하지요.

이건 아마 셋트중에 일부는 절 주시고 일부는 어머님이 쓰시고 그랬던 거 같아요.
너무 약한 크리스탈이라 몇번 이사하면서 몇 개 깨먹은 게 너무 속상합니다.

이것도 코닝인데 워낙 손님을 많이 치루시니까 같은 그릇이 몇개씩 사두셨는데
그중에 골라 절 주셨어요. 전 여기에 빵을 굽는 빵틀로 잘 사용합니다.

노리다께 5인세트인데
이건 결혼할 때 주신 건 아니고 어머님 돌아가시고 유품 정리하며 가져온 그릇입니다.

이 저장용기도 참 예쁘지요?
어디서 이런 걸 사셨는지...
전 차류를 담아놓았습니다.

이 그릇은 12인조 세트인데 접시에 컵 놓는 자리가 만들어져 있어서
부페할 때 참 좋습니다.
저 어릴 때 생일이면 어머님이 이 그릇에 담아 주셨어요.
12개를 4개씩 딸 셋에게 나눠주셨죠.

지금도 정말 너무너무 잘 쓰는 볼과 피크닉 세트입니다.
같은 세트는 아닌데도 세트처럼 색이 똑같습니다.
볼은 너무 가볍고 얇아서 사용하기에 너무 편하고
피크닉 세트는 아이들 어렸을 때 정말 잘 썼어요
아무리 멜라민이라도 아이들과 매일 사용하다보니 컵도 2개나 깨먹고
접시도 몇개 깨먹었습니다.

타파웨어...
그시절엔 다 저런색이로 둥근 모양이었죠.
이것도 지금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냄비세트는 10개가 한세트인데
제일 큰거 두개는 어머니가 쓰신다고 빼 놓고 주셨어요.
이 냄비 상자 뜯으시면서 그러셨죠.
이 냄비가 너무 비싸서 18개월 할부로 산건데
어쩌면 할부가 딱 끝나는 달에 결혼 하느냐구요.
아마 네거라 그랬나보다...그러셨어요.
뚜껑 부분이 몇개 이가 나갔는데 독일제라 어떻게 AS를 받아야 할지 몰라
덜렁거리면서 16년째 잘 쓰고 있는 냄비입니다.
후라이팬과 압력솥도 하나씩 주셨죠.
휘슬러 압력솥도 파킹 몇번 바꾸고..아직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어머님은 나이가 좀 드셔서 도자기를 배우러 다니셨어요.
그 때 직접 만드신 도자기들입니다.
이건 어머님 돌아가시고 가져 온 것들이죠.
나뭇잎 모양...백조 모양....참 단아하고 예쁘지요?

크리스마스 때 쓰던 컵 받침과
수저들입니다.
재털이는 손님 오셨을 때 상에 올려놓으시던 것이었어요.
손님 올때만 쓰니 이것도 그릇 취급을 받던 것이었죠.
이 재털이도 어머님 돌아가시고 가져온 것이지요.

어머님은 이북분이셔서 손님이 오시면 늘 만두와 빈대떡을 하시곤 하셨지요.
그래서 집에 커다란 누름돌이 있었는데
어머님은 나도 필요할 거라면서 어디서 구하셨는지 이렇게 평평한 돌을 구해오셔서
이걸 씻고..삶고..말리고를 여러번 하셔서 저를 주셨습니다.

오래된 그릇들이지만
아직도 쌩쌩하게 잘 쓰고 있는 그릇들입니다.
저도 누구엔가 물려줄 수 있을까요?
이젠 낡아서 물려줄수도 없지만 물려줄 딸도 없고..... -.-
어머니가 힘들게 음식 만들고..손님 치루고 하는 걸 보며
난 절대 결혼하면 저렇게 힘들게 안살거야....그랬었는데
나도 모르게 어머니 흉내를 내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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