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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응모>불혹의 나이가 된 나의 사랑스러운 거품기~
저도 내일 모레면 이 거품기와 동갑이 되겟지만 저놈도 나이를 먹긴 먹을테니^^
2년여전에 돌아가신 저의 친정 엄마가 그 이전에 몇년전쯤인가 문득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수진아 이제 이건 제가 써야지 너 빵굽는 실력도 되고 엄만..이제 아무것도 하기가 싫구나,전부터 너에게 물려 주고 싶었는데
이놈이 고장도 안나고 아직 너무도 잘 돌아가니 우리 딸래미 줘야지.."
초연한 눈빛으로 흘러가듯 말씀하시던 그 모습에 가슴이 쿵 내려 앉았지만 어차피 필요하던 물건이기에 조심스럽게 받아가지고 왔
답니다~
그것이 벌써 5년전의 일이였어요~
그때 엄마 몸에 악성종양이 자라고 있었고,힘든 항암치료와 수술때문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치신 상태였답니다.
저희 친정 부모님께서는 일찌감치 외국에서 자리를 잡으셨지요!~
그래서 이거품기도 우리나라 토종이 아니라 파란 눈 금발머리를 가진 거품기라는 것이죠^^
장인정신이 투철하고 물건 잘만드는 게르만민족이 만들었다는것이 굳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지만,
생김새는 우리나라 국산 토종보다 더 순박하고 단순한 이젠 된장찌개 냄새쯤은 끄떡 없을 모양를 가진 놈이랍니다~
어쨋든 저와 남동생은 독일에서 출생하고 6년을 살다 3년정도는 브라질의 한 도시에서 살았더랬습니다.
엄마는 전업주부셨고 늘 맛있는 간식을 꼭 직접 손으로 만들어주시곤 하셨어요~
브라질에서는 제가 좀 자라고 초등학교 입학전후라 그런지 브라질에서의 기억이 많이 나는 편인데,
별로 덥지 않고 햇살이 유난히 가득했던 어느 겨울 주방안에서 거품기로 케익을 만드셨던 기억이 또렷하답니다.(브라질은 겨울도 선선한정도였습니다)
"엄마 이거 어떡해 ?왜 이렇게 빨리 돌아가??어 이게 반죽이야.?"
엄만 제가 질문을 와다다 쏟아내도 흐믓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절 바라보던 기억이 유난히 또렷했어요~
보조의자 하나 들고 와선 옆에서 재잘 재잘 끝없이 질문하던 저의 모습을 한번도 싫은 내색 없이 다 받아주시고 대답해주시면서 케
익을 만드셨지요~
마지막 생크림을 만들고 짜개로 생크림 데코를 하는데 모양이 자꾸 삐둘어지는거여요~
그때 제가 한마디 했죠!
"엄마 모양이 이상해 W자 같애 "
별뜻 없이 이야기한것에 웃음보가 터진 저의 엄마~
전 그때 정말 제 한마디로 엄마를 그렇게 웃겨드릴수 있다는게 너무도 재미있고 신기했었던 기억도 더불어 나고요~
옆에서 생크림 찍어서 먹어보고 참견하던 그 1시간의 시간의 영원히 멈춰졌으면 하는 생각 지금도 가끔 해봅니다~
저 거품기는 엄마 돌아가시고 한때 꺼내지 않았어요~
엄마 생각에 어쩌다 파운드케익을 구울라치면 눈물이 펑펑 쏟아져선 이젠 그때 제가 어릴때만큼 나이 먹어 옆에서 참견하고 있는
귀엽고 착한 딸아이 앞에서 민망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죠.
"엄마 왜자꾸 울어 재미있게 만들고 있는데 엄마 울면 나도 눈물이 나와~"
6살이 된 제딸은 속상해하며 눈시울이 벌개진채 어디서 휴지를 몇장 뜯어와 제 뜨거워진 눈을 콕콕 찍어주곤 했었어요.
제 모습하고 똑같이 쭈그려 앉아서 제가 거품기로 뚝딱 만들어내는 빵들을 보면서 질문하고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딸
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겉으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울어버리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답니다~
제가 어릴때 엄마에게 예쁜 추억으로 기억으로 지금까지 제가 행복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듯.
우리 딸도 그런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겠금 해주고 싶으니 말이죠~
자세히 보면 아직도 남아있는 손때들은 엄마가 쓰시면서 (너무 긴 세월이라)닦이지 않았던 건데 저도 일부러 아주 깨끗하게는 닦
지 않고 보관하면서 돌아가신 엄마의 손길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려고 대충 마른 수건으로 훑어만 주는 정도입니다.
가끔 지금도 사용하면서 신기하고 놀라운 것은 이놈이 너무도 야무지게 잘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40년이나 된 놈인데 말이죠.
이제나 저제나 꺼내 쓸 때마다 ,
'오늘은 수명을 달리 하려나,고장은 날까 말까'
하고 조바심 반 걱정 반 조심스럽게 지켜보지만 35년이 지나고 만 40살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이 거품기는,
저 친정 어머니의 분신이자 어릴때의 즐겁고 따뜻하고 행복했던 추억으로 인도하는 가장 소중하고 제 몸의 일부같은 살림이랍니다
조금 무겁고
조금 불편하고
조금 시끄럽기까지도 하지만.
제겐 너무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놈이랍니다~
40년의 세월을 이기고 첫주인이였던 우리 엄마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그 밑의 혈육인 딸인 제가 새주인이지만
가끔 베이킹을 하지 않아도 꺼내보면서 전주인을 그리워(?)할 이놈을 만지작 만지작 해봅니다~
"거품기야 너도 어디 아프지 말고 오래 오래 아주 오랫동안 건강하게 나와 살자꾸나"
오늘은 속으로 울지 못하겠어서 사랑스러운 엄마를 떠올리며 모처럼 눈에 눈물바람 일으키며 펑펑 눈물 쏟고 있네요~
내 사랑 거품기야~
내 사랑 어머니!~
먼훗날 언젠가 수명을 달리 할 이 거품기와 어머니를 하늘나라에서 다시 뵙기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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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맛있겠당
'06.9.17 10:16 PM요즘 아버지가 편찮으시니깐 님의 말이 구구절절이 맘에 닿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항상 그 자리에 계실것 같은데 말이예요2. 연꽃아씨
'06.9.17 11:17 PM진짜 튼튼하게 보이네요.거품날도 아직 새거같구요.
어머님과의 추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희 엄마 생각납니다.가까운곳에 사시지만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내일은 뵙고 와야 겠습니다.3. 란비마마
'06.9.18 11:01 AM.............ㅠㅠ..............
4. miki
'06.9.18 11:29 AM안드로메다님 오랜만이에요.
아직 2년밖에 안 되셨으면 정말 거품기만 봐도 눈물이 날것 같아요.
마른 수건으로 대충 닦는 마음도 알 것 같구요,,,,,5. 안드로메다
'06.9.18 11:30 AM에이구 갠히 이벤으 응모 했다 싶네요 제가 써놓은 글에 자꾸 엄마 생각 나서 제목만 봐도 청승이^^
너무 어둡게 쓴게 아니낙 걱정도 살짝 되네요~
우리 주부님들 감성도 풍부하신데 말이죠(특히 친정 엄마라면 다들 애틋하신분들이 많으셔서 ㅠㅠ)
다들 지난 일이니 웃으면서 추억할수 있는 여유를 가졌음 하네요~
마마님 울지 마세요 ㅠ
아씨님도 맛잇겟당님 감사하고 저도 혼자 계시는 아빠께 잘해드려야겠어요^^~6. 안드로메다
'06.9.18 11:34 AM앗 미키님 요즘 미키님 글 안빼놓고 잘 보고 있어요 요즘 맘이 허한지라 당최 글 쓰기를 못하고 있었어요 사진도 어디서 퍼서 올리지 않음 잘 안올라가고요~
어쨋든 방가와요 미키님~
미키님 요리에 늘 군침 흘리고 갔답니다^^~(제 침으로 컴터 화면이 축축하지 않던가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