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부엌도 그냥 썰렁~합니다.
예쁜부엌 보시느라 한껏 높아진 안목들, 또다른 부엌을 만나실 땐 잠시 내려놓으셔야~ㅎ

1. 거실에서 본 부엌 전경. 왼쪽엔 조리공간, 오른쪽엔 수납공간으로 마주보고 있죠.
저 로만쉐이드 커튼은 친구에게서 얻어온 건데요, 원래 길이가 2/3밖에 안되는 두 장이었는데
마저 이어 붙이고 남은 건 개수대 쪽 가리개로 씁니다.

2. 세탁실에서 본 보조주방 전경(오른쪽이 주방입니다). 친정에서 물려받은 김치냉장고는 용량이 무려 71리터^^
버튼도 없이 콘센트만 꽂으면 바로 작동되는 초간단 버전입니다. 수납장은 귀신이 살고 있어서 못 열어요 ㅎㅎ
3. 다시 주방으로 와서

a.왼쪽 조리공간. 설거지를 끝내면 압력밥솥 하나만 덜렁 남기고 다 들어갑니다..

b.조리중. 저 트롤리는 예전에 소개한 적 있는데 냉장고가 먼 부엌구조에서 참 쓸모있어요.
식재료들 죄다 내놓고 끌고 다니면 시끄러운 사람조수(일명 ‘남편’) 보다 10배쯤 더 이쁘지요..

c.게다가 다리 부러진 낡은 다림판 하나만 얹으면 일케 입식다리미판도 돼주는 기특함까지.
4. 개수대부터 고스톱 방향 투어 들어갑니다~.

a-1. 설거지 중(Before)

a-2. 설거지 끝(After).
설거지용 연장(?)들로 늘 번잡한 싱크대가 커튼조각 덕에 일케 수습됩니다.

a-c. 한쪽은 벽이 아니어서 압축봉을 라디오 옆면에 가까스로 댔는데 그래도 잘 견디네요.

b.빌트인된 음식물탈수기.
안팎 분리되는 이중구조의 탈수통인데 이사 온 첫날 모르고 그냥 썼더니
찌꺼기가 옆구멍으로 다 삐져나오고 걸리고..한마디로 가~관입디다.
찌꺼기 문제는 양파망으로 해결했어요.
탈수할 땐 망을 오므려서 덜덜덜~~~하고 쓰레기통에 탈탈탈~.

c-1.개수대 밑

c-2. 역시 개수대 밑 -- 대기전력 먹는 빌트인들은 멀티탭으로 헤쳐모여
5. 조리대

a. 환풍기에 걸린 레시피 꽂이.
치킨집이나 세탁소에서 주는 광고용 집게입니다.
광고지만 빼고 굴러다니는 즉석사진을 넣었어요.

b. 왼쪽 조리대 상단.
토스터, 핸드블렌더, 미니믹서, 진공포장기...소형가전들은 전부 여기에~
콘센트가 있으니 이 자리에서 꺼내 쓰고 바로 넣으면 됩니다.

<b-1> 진공포장기. 꺼내쓰기 귀찮아서 애물단지 될까봐 젤 가까운 곳으로 지정석을 잡았어요.
꺼낼 필요 없이 코드만 꽂으면 바로 작동.

<b-2> 자주 먹는 요리의 레시피만 담은 상자. 육류,채소,해물..식으로 분류돼있어요.
이 카드를 뽑아 렌지 위 레시피 집게에 꽂아 씁니다.

<b-3> 싱크대 문짝에 낙서를?ㅎㅎ 이걸 뭐라 부르나요..
“화이트보드처럼 쓸 수 있게 코팅된 롤”인데요.
몇해 전 어느 회원님의 소개 덕에 알게 된건데, 서재에서 쓰고 남은 자투리를 여기 붙여서
연중계획도 적어놓고 갑자기 메모거리가 생기면 종이,펜 찾는 대신 문만 열어서
보드펜으로 휘리릭 날려쓰기도 하고....아주 굿입니다.

c-1. 아래쪽 냄비류 수납. 편수 팬은 위로 쌓지 않고 옆으로 죽 눕혀서 한손으로 빼내고요.

c-2. 위칸 양수 수납. 싱크대 깊이 때문에 안쪽 걸 꺼내려면 허리 숙이고 머리 들이밀고ㅜ..ㅜ
어느날 택배 받은 스티로폼이 넘 튼튼하길래 넣어봤더니 크기가 딱!!
작은 냄비류 얹어서 서랍처럼 쓰니 한결 낫네요.

c-3. 저희집 최고령 냄비. 몇 살인지는 몰라요.
시어머니의 친정어머니(=시외할머니)께서 쓰시던 겁니다.
지금 할머니 연세가 아흔이니까..최소 30-40년?
나이로 보나 주인으로 보나...그래서 ‘할매냄비’라 부릅니다.
남편이 해장국 데워 먹는 용도인데요 작은할매는 아침용, 큰할매는 저녁용^^

d-1. 그릇장 문. 뭐 붙이는 거 싫어하는데 할 수 없이(기억감퇴;;;) 만든 만년달력 겸 스케줄표입니다.
항아리 비슷한 유기그릇은 보드펜과 기타 잡동사니 수납용이고요.

d-2. 분리수거도 안되는 쿠션솜과 천쪼가리로 대충 주물딱...
찍찍이로 붙이고 화이트보드용지(?)를 붙여 메모.

d-3. 보드펜 뚜껑 잘 잃어버리는 분께 추천해요.
샤프처럼 꼭지를 눌러서 켜서 간편하고 더 작은 글씨를 쓸 수 있네요. 쓸수록 굵어지지도 않고요.

6. 반대편 냉장고쪽 전경입니다.

7. 냉장고 왼쪽 구석. 오갈데 없는 잡다구리들이 숨는 방.

a. 냉장고 틈새에 걸린 앞치마 두 장 중, 앞뒤가 똑같은 이 앞치마는 원래 샤워커튼였어요
(인증하려고 윗단 자투리 동원 ㅋ).
욕조와 닿는 아랫단에 곰팡이가 핀 걸 잘라내고 가운데 무늬 부분만 잘라서 만들었죠.
방수는 기본이고 기름,먼지,비누거품..모든 걸 막아주는 만능입니다.

b. 이 원피스형은 원단 자투리도 해치울 겸 손님접대용으로 만들어봤는데 개시를 못했어요.
저거 입고 조신히 맞을 손님이 안오셔서^^

8. 냉장고 오른쪽 수납장.

a. 오븐장은 원래 보통 칸이었는데, 싱크대 하자보수 뒤 남은 불량선반 밑에 레일을 달아서
인출식으로 만들었어요.
문구점 포장에 따라온 손잡이를 끼우니 모양은 허접해도 제 몫은 다 하네요.
<그릇장 안 식구들 + 기타>

유리컵

이영호 작가의 백자들. 커피잔, 맘대로 배열하는 재미가 있는 ㄱ자형 작은 접시

다기는 남편이 받은 결혼선물이고,
병과 냄비받침은 취미로 도예를 하는 지인이 주신 선물.

개성이 뚜렷한 각 지역 공방의 찻잔들

할매냄비와 나이를 맞먹는 오래된 유기입니다.
친정어머니의 기억을 끌어모아 보면 이것도 최소 3-40년?
어머니 말씀으론 그 당시엔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던 거라 원재료가 별로 안좋답니다.
그래서 아무리 닦아도 유기 특유의 광택이 안나요. 큰건 잡동사니함, 작은건 과자 그릇.

검은색 그릇들. 경남 합천에서 활동하는 도예가의 금박나뭇잎과 공기들.
오른쪽 접시는 광주왕실도자박물관에서 산건데, 누군지 몰라도 이분 다른 작품이 정말 궁금해요.
손으로 대충 주무른 듯 울퉁불퉁한 테두리하며 붓질에서 ‘수작업’의 매력이 물씬 풍깁니다.

철화분청 자기.
계룡산 기슭은 예로부터 ‘철화분청’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도자기로 유명하죠.
접시와 장군, 둘 다 같은 작가가 만든 겁니다.
접시사진이 희멀겋게 나왔는데, 우리 그릇들의 진면목은 음식을 담았을 때 나오는 것 같아요.

녹색빛이 나는 ‘녹유’(방곡도예촌).
겉에 흐르는 유약자국이 매력인데 얘도 사진발은 덜 받네요.
솟대무늬 접시는 한국도자기.

민승기 작가의 접시들. 리본 묶은 수저받침은 그날 밥상의 주인공 표시입니다 ^^

제주 도예촌의 옹기.
오래전에 끊어진 제주옹기의 맥을 어렵게 잇고 있는 제주 도예촌의 알단지와 합단지
(찻잔도 고향이 같아서 겹치기 출연^^).
제주옹기의 진수는 당연 물허벅인데 소품으로나마 위안을 삼네요.
제주옹기는 화산토로 빚기 땜에 붉은빛을 띄고요, 유약을 바르지 않아도
흙이 아닌 현무암을 켜켜이 쌓은 가마(석요)에서 구우면 저렇게 은은한 광택이 난대요.
식구가 적어서 나름 단촐한 살림일줄 알았는데..제 부엌사진 보고 제가 놀라네요.
참을성 있게^^;; 여기까지 다 읽고 봐주신 분들 ‘베이글 미녀’ 되시라 빌게요~~~~
P. S ...마지막, 제가 좋아하는 사진 한 장.

좁고 불편하지만 정갈함과 평온함만은 여전한 옛날 부엌.
그저 재현된 부엌인데도 가만 들여다보면 옛날 주부들의 희노애락이 느껴져요.
제 기분에 따라, 어떤 날엔 하얀 머리 수건을 쓴 주부가 행복한 표정으로 가마솥을 여는 장면이,
다른 날엔 장작불 앞에 쪼그려 앉아 매운 연기 핑계를 대며 친정생각에 눈물짓는 그림으로.
사진속 살림들이 워낙 단촐하니 지름신 쫓고 싶을 때 꺼내봐도 좋습니다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