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정독한 후,
무학의 뛰어난 통찰과 김어준 특유의 에티튜드에 반해 그의 책을 다시 읽고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건투를 빈다'인데 실용적인 조언과 경험담이 버무려져 깨알같은 재미와 깨달음을 줍니다.
닥치고 강추!!!
식당에 가보니에 소개해도 좋을만한 부분이 있어 한 대목 소개합니다.
"나는 기력 쇠하면, 동네에서 작은 식당 하나 하려 한다.
왜냐. 나는 우연히 옆집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웃과 각별한 척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유럽의 바처럼 내 컵과 내 술을 보관해두고 평생을 같은 축구 클럽 응원하며 함께 즐기는 커뮤니티 거점이란
우리나라에 있지도 않고. 그 나이에 노인정에서 나이가 비슷하단 이유 하나만으로 장기만 두고 싶지도 않다.
또한 그 나이 되도록 옳다 그르다 시비 가리는 토론 하고 있기도 싫다. 그저 열 받는 것과 흥분되는 것이 공유되는
'꽈'가 같은 사람들이랑 먹고 마시고 수다 떨며,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과 영 관련 없이 늙어가고 싶다.
하여 그런 거점으로 난 식당 하나를 열 게다. 그래서 35년 전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 전을 이야기하면서 어제 일처럼
같이 열광하고 30년 전 2008년 광우병 사태를 이야기하며 오늘 일같이 함께 흥분하는 사람들, 노년엔 그렇게 통하는
사람들하고만 놀고 싶다는 거다.
하여 그 식당은 철저히 내 맘대로의 룰로 운영될 게다. 사전예약제지만 손님들은 무슨 메뉴가 나올지 모르고 그날그날
메뉴는 내가 정한다. 테이블은 서너 개만 둘 것이며 부자 되자고 하는 건 아니니 가격은 딱 식당 돌아갈 만큼만 책정한다.
그러니 손님은 그냥 내가 준비한 걸 먹거나 아니면 꺼지거나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들끼리 밥만 처먹는 것들
은 퇴장이다. 오면 당연히 대화에 동참해야 한다. 조선일보를 칭송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화 내용에 문제 있어도 바로 퇴
장이다. 그렇게 취향과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먹고 마시며 떠들며 늙어가고 싶다.
이 식당을 위해 난 50대부터 요리를 배울 생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요리 학원 3개월 다녀 배우는 게 아니라 살면서 두 달
에 하나씩 일년에 다섯 가지 정도, 그렇게 50대 내내 요리를 배울 생각이다. 요리 문화 발달한 몇 나라는 아예 가서 몇 달
살면서 요리 배울 생각도 있다. 거기서 먹고사는 거야 뭐 청소부를 하든 어쩌든.
그리고 그 모든 걸 한 사람의 동업자와 하고 싶다. 서빙을 내가 하면 요리를 그가 하고 요리를 내가 하면 서빙을 그가 하
는, 따로 설명이나 지시 필요없고 이윤과 역할 때문에 다투는 법 없는, 그런 동업자 한 사람과 인생 마지막을 보내고 싶
다. 인생 전체를 털어서 그런 동업자 한 사람, 그 나이에 남길 수 있다면, 그럼 성공한 삶이 아니겠나 싶다."
정치건 사소한 상담이건 그의 책 전반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깔려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거칠게 말해도 진심이 느껴져서 불쾌하지가 않아요.
외려 가려운 등을 긁듯 시원하면서 유쾌하죠.
그가 씨,바. 졸라... 라고 말해도 그건 뭐랄까 욕쟁이 할머니 국밥에서 욕으로 감칠맛을 더해주는 기분?
이 부분을 읽는데 저도 모르게 그 식당에 가고 싶다... 얼른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했어요.
그 날이 오면 조또 아닌 발슐랭이 그의 식당에 가서 먹고 마시고 떠들다가
82쿡 식당에 가보니에 졸라 편파적인 방문기를 남길거에요.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얼른,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