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우둥과 친구들은 대전국립묘지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왔습니다.

녀석이 이승에 머문다는 49일.
그 49일을 맞아 한 번 더 보려고 찾았던 거지요.
인사를 하려고요.
주,과,포(술, 과일, 북어)만 놓고 간단히 하자고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와 친구 몇몇이 음식을 조금 장만했습니다.

주, 과, 포는 남자아이들이 사왔고
삼색나물, 탕, 메, 적 등은 다른 친구들이 조금씩 해왔고
인우둥은 젓가락 올려져 있는 호박전과 참치 동그랑땡을 준비했지요.
그 녀석,
맛있게 먹고 떠났겠지요?
녀석을 위해 준비한 음식들...
과정샷입니다.
1.동그랑땡은 돼지고기로 하는 거지만
비도 오고 여름이고 해서 안전한 참치로 만들었습니다.
간 보기도 편해서 좋았지요.

아홉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기름 뺀 참치, 으깬 두부, 표고 다진 것, 양파 다진 것이 주재료고
위에 올린 것은 밀가루 조금, 달걀, 청 홍 고추 다진 것, 파 다진 것, 깨 등입니다.
간은 소금으로만 했고요.
참치 기름을 빼야하는데 음식을 준비한 친구 자취집엔 체가 없어서
급하게 이렇게 만들어 참치를 쏟았습니다.
저는 주방에서는 체가 요긴하니 씻어서 다시 쓰라고 잔소리했지만
친구는 설겆이하기 싫다고 버렸습니다.
사실 이 일회용기도 예전에 제가 함께 떡볶이 먹고 씻어 두었기에 그나마 있었던 거지요. ㅎㅎ

2.잘 섞어, 섞어서!!!

3. 예쁘게 부칩니다. 동골 동골 통통하게 말이죠.
부치기 전에 밀가루 솔솔 뿌려주고 달걀물에 퐁당 샤워시킨 건 다들 아시죠?
고기와 달리 좀 질척해서 모양잡는 게 조금 더 신경쓰이더군요.

4. 채반이 없어 친구자취집에 하나 밖에 없는 쟁반에 키친타올을 깔고 전을 식히고 있습니다.
밑에 꽤 많이 깔려있어요. 후라이팬이 작아서 조금씩 부쳐냈거든요.

5. 새벽 일찍 일어나 식힌 전을 밀폐용기에 담았습니다.
위에 얹은 지단은 호박전까지 부치고 남은 달걀물을 부쳐 식힌 후, 골패쪽 모양으로 썰어 얹은 거에요.

이래뵈도 이게 꽤 많은 양이었는데 사진엔 너무 적게 나오네요.

호박전에 밀가루 묻힐 땐, 비닐봉투에 밀가루 넣고 함께 흔들어주는
최신 방법(?)을 써봤습니다.
너무너무 편했어요. 강추, 강추에요.
소금도 이때 아주 조금 넣고 흔들었어요.
소금간은 거의 안 한 느낌으로 조금 넣었습니다.
금방 먹는 것도 아니고 해서 달걀옷이 벗겨질까봐서요.
전에 달걀에 소금간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러면 달걀이 삭아서 너무 묽어지더라구요.
호박전은 모양을 위해 매우 싱겁게 하고
마트에서 생선초밥 사면 주는 조그만 간장을 함께 넣어갔습니다.
음복할 때, 간장을 뿌려 먹었지요.
맛있었어요.
원래 집에서 젯상 차릴 때는
붉은 음식은 쓰지 않는 거라고 해서
고춧가루도, 붉은 고추나 실고추도 쓰지 않지만
격식 차려야 하는 어른 제삿상도 아니고
그냥 녀석에 대한 인우둥의 마음이니까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어 청 홍 고추로 호박을 간단하게 장식했습니다.
쑥갓 등으로 더 예쁘게 하는 건...
거의 혼자 동그랑땡과 호박전을 한 관계로...
과감히 생략하구요.
그리고 이렇게 녀석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목발 짚은 친구와 우비모자 쓴 친구 사이에 있는 검은 머리가... 인우둥이에요.
출근하느라 발인 때 장지에 못 따라갔는데
이렇게 내 손으로 만든 음식으로 상을 차려주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하하하, 잘 먹었어... 호탕하게 웃으며 갔을 거에요. 그렇죠?
(그런데 다 쓰고 나니... 이거 다른 분들한테는 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드네요.
너무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섞어서... 게다가 즐거운 이야기도 아니고...
기분 안 좋으시다는 의견 있으면 내리겠습니다. 리플이나 쪽지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