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 특별 활동으로 만든 왁스 방향제 입니다.
참 예쁘죠?
저희 아이들이 배우는 미술 선생님께서 겨울 방학 한가한 시간에 엄마들끼리 하루 모여서 이런 걸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지난 주에 만든 것입니다.
모든 재료 준비는 미술 선생님이 다 하셨어요.
여기 들어간 말린 꽃도 대부분 선생님이 손수 말려서 만든 것이랍니다.
라벤더향과 레몬그래스 향이 발산되는 예쁜 왁스 방향제...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
또는 병에 꽂아놓은 예쁜 꽃...
이런 것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실생활에서 없어도 큰 지장은 없는 것들이지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라, 오히려 아름다움으로만 그 존재 가치를 발휘하나봐요.
반면에 실생활에 쓰이는 것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인해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해요.
제 선배 교수님은 언제나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연구하시며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신 분인데 이제 일흔 살 생일과 함께 은퇴하신다고 해요.
싸구려 털실로 투박하게 만든 무릎 담요라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은퇴 후 이걸 덮고 지난 날을 회상하며 편안하게 지내실 선배님의 모습은 아름다울 것 같아요.
서투른 뜨개질로 만든 옷이 아름다우려면...
그걸 입어줄 사람이 아름다워야 하구요 :-)
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시도 썼나봅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어 아이들도 저도 한가한 시간을 누리면서 아름다운 사람들 초대 놀이도 시작되었습니다.
종업하는 날 둘리양은 친구들과 함께 하교해서 - 명왕성에서 도보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은 초극소수랍니다 ㅋ - 하룻밤을 자고 놀았아요.
밤늦도록 속닥속닥 놀다가 학교를 가지 않는 다음날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서 브런치를 먹는 여중생들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이 테이블이 근사해 보이는 것은 반찬 몇 가지 때문이 아니고, 함께 먹을 사람들을 기다리는 설레임 때문입니다.
미키마우스 양말을 신은 발에서 설레임과 신남이 느껴지시나요?
ㅎㅎㅎ
반찬가게 쇼윈도우처럼 차려놓은 음식에다 얼큰한 쇠고기국과 안동식 찜닭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이 날의 손님은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먼 곳, 아제르바이잔 이라는 나라에서 이민온 가족이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교수이자, 제가 존경하는 친구는 스물 두 살 어린 나이에 미국 유학을 떠나왔어요.
그 때 떠나온 나라는 소련이었는데 유학 중에 나라가 붕괴되어 새로운 나라의 국민이 되어버렸대요.
남편도 아제르바이잔 사람인데 지리적으로 터키와 가까운 지역출신이어서 시댁 식구들은 터키어를 사용한대요.
이 친구는 그래서 아제르바이잔 언어, 구 소련의 공식 언어였던 러시아어, 시댁 식구들의 언어인 터키어, 그리고 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말할 수 있어요.
한국어와 영어만 해도 버벅거리는 저와는 언어 능력이 비교가 안되는 사람이죠.
이 친구네 둘째 딸이 글루텐 알러지가 있다는데, 한국 음식을 요리하니 밀가루 걱정을 안해도 되어서 좋았어요.
평소에 매운 음식도 잘 먹고, 해외 출장과 여행을 자주 다니는 친구라서, 한국 음식도 잘 먹겠거니 하고 순 한국식으로 차렸어요.
아니나 다를까, 친구는 몇 년 전에 한국 출장을 가서 먹어본 김치 맛에 반해서 명왕성의 국제시장인 오아시스 마트에서 김치를 사다먹곤 한다는데 제가 만든 김치가 더 맛있다며 아주 잘 먹었어요.
좋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자리, 바깥은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한 집안에서 뜨끈하고 얼큰한 국을 먹으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 아름다운 저녁이었어요 :-)
이젠 누구를 초대할까... 생각해보는 것도 참 즐겁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