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 편안한 밤 시간 되고 계신가요?
5월인데도 밤 기온은 쌀쌀하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하모니님의 부름을 받고 야밤에 친정엄마의 서울 입성소식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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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삿날짜를 받아놓고나서, 엄마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많이 해드려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저희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냉면이랑 소갈비찜, 쭈꾸미볶음이에요.
원래 비냉파였는데 요즘 물냉으로 돌아서셨더라구요.ㅎㅎㅎ
이날은 냉장고에 넣어둔 김밥으로 전을 부쳐서 냉면과 함께 내었네요.
냉동실에 있던 사골국도 꺼내서, 샤브고기를 듬뿍 넣어 뜨끈하게 끓이고
알배기 배추를 두 통 사다가 겉절이도 무쳤어요.
쉬는 날에는 남편이랑 엄마를 모시고 대명항에 가서
쭈꾸미 샤브샤브를 사드렸어요. 4월은 쭈꾸미가 제철이잖아요.
엄마가 이사가시는 전 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소갈비찜을 했어요. 10키로...^^
5키로는 식구들끼리 갈비찜으로 한끼 먹고, 나머지 5키로는 양념만 해서 지퍼백에 꽁꽁 싸
엄마 이사가시는데 싸드렸어요. 울엄마 혼자 사시면서 영양실조 걸릴까봐~^^
엄마의 이삿날이 큰아이의 생일이기도 해서
송별회 겸 생일파티를 함께 했답니다.
외할머니의 송별회에 조금 밀린 분위기이긴 했지만
생일 당사자가 좋아하는 연어초밥도 만들구요.
미역국이랑 잡채, 동그랑땡이랑 오이부추무침으로
소박한 송별회 겸 생일파티를 했답니다.
그날 밤, 엄마는 영혼의 단짝인 부녀회장님을 공원에서 만나
한바탕 서운함을 나누고 코로나시국에 잠깐 끌어안고
아쉬운 이별식을 하셨구요.
이삿날 아침, 소고기 장조림이랑 냉면양념장, 냉면 무절임을 싸서
엄마가 이사가는 새집 냉장고에 고이 넣어드렸어요. ^^
이삿짐이 얼추 정리되고나서 부녀회장님의 선물을 풀어보았어요.
건강하시라는 문구가 적힌 선물을 풀어보니 어여쁜 유기그릇셋트였어요.
떡집언니가 선물로 해준 이사 떡을 이웃에게 돌리고 나니 이사도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엄마는 아버지랑 오랜 시간을 보내셨던 아파트로는 들어가기가 힘드셨나봐요.
아버지와 사시던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친구분들이 많이 사시는 근처에 사시기 편한 빌라를 얻으셨어요.
혼자 사시기에 아담하고 아늑해보여서 다행이에요.
아버지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두 분이 제 곁에서 제 음식을 많이 드셨는데,
앞으로는 엄마집에서 손님 행세 좀 하고 밥 좀 얻어먹어야되겠어요. ^^
벌써 지난 주에 동생이랑 엄마집에 출동해서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을 한바탕 먹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토요일이 어버이날이죠.
엄마에게 깜짝 선물을 준비했어요. ㅎㅎㅎ
요즘은 개업식이나 기념일 화분에
"청아문화재단 천서진 드림"
막 이렇게 써서 선물하는 게 유행이라면서요.
그래서 저도 울엄마의 최애가수인 김호중의 이름 좀 도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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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라는 시간을 엄마와 아버지 옆에 살면서
기쁜 일도 있었고 가슴 아픈 일도 참 많았네요.
결국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엄마는 친구분들이 기다리는
서울로 회귀하게 되셨습니다.
일산에서 엄마는 많은 사람들을 사귀었고 사랑도 많이 주고 받았지요.
엄마에게는 형님도 생기고, 삼총사도 생기고, 새벽운동 파트너들도 생겼어요.
무뚝뚝한 약국주인도 엄마에게는 함박웃음을 보이며 엄마를 챙겼고,
나와 친한 부녀회장님과는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엄마와 가까이 살면서 알게 된 엄마의 넘사벽 친화력.
울엄마, 생의 많은 부분 고달펐고 고생 많았던 장여사의 새로운 시작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답니다.
(사실 응원할 필요도 없어요. 서울로 이사가고 나서 더 젊어지신듯해요^^)
같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지요.
밤이 깊어가네요.
모두들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