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식구님들, 설은 잘 쇠셨나요? ^^
저는 양가에 식구가 많지 않고,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단촐하게 설을 지내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 놓아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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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시어머니께서 저희 집으로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 설에도 시어머니께서 오시기로 했는데, 어머님이 음식을 너무 많이 차리지
말라고 하셔서, 점심밥상만 정말 간단하게 차려냈답니다.
설 며칠 전에 다녀온 강화도에서, 강화 특산물인 인삼막걸리를 사왔어요.
과메기 한팩에 채소를 곁들여서 설 전날, 전야제하면서 소박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봄동에 생김, 마늘쫑, 과메기, 물미역, 생마늘을 얹어서 싸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지요.
며칠 전에는 친정에서 얻어온 만두소로 만두를 만들었어요.
카메라를 피하는 저 머리 뻗치고 덩치 큰 아이는,
저랑 촛불집회도 함께 나가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집안일도 도와주는,
아직까지는 착하고 예쁜 저희 집 둘째랍니다.
시어머님이 오시기 전에 한가지씩 반찬을 만들어 두었어요.
고구마묵도 쑤고, 과일사라다도 만들고, 동그랑땡이랑 버섯전도 부치고
콩나물 무침과 시금치나물도 만들고 김장김치도 썰어두고요.
소불고기도 볶고, 코다리찜도 국물 자작하게 만들어서 상에 올렸어요.
반찬이 몇 개 없으니, 비슷한 사진도 여러 장 올려보고요. ㅎㅎㅎ
황태무국도 끓이고 쌈채소랑 데친 물미역도 준비하고 두릅장아찌도 꺼내놓았는데
왜 그 사진은 없는 것인지... 어흑 설날 밥상이 너무 허전해보이네요. ^^
어쨌든 시어머님의 주도로 감사기도를 함께 하고 식사를 맛있게 했답니다.
점심을 함께 하고 난 뒤에 시어머님은 댁으로 돌아가시고
저희는 서둘러 친정으로 갔는데, 벌써 동생네 가족이 와있었어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솔이와 단이, 조카들이 함께 세배를 했습니다.
올해는 친정아버지가 기력이 약해지셔서 휠체어에 앉아 세배를 받으시네요.
시어머님과 함께 하는 시댁의 설날 모습은 차분 그 자체인데,
친정에서의 설날은 음주와 가무, 수다와 고스톱이 어우러지는 자리랍니다. ^^
여동생 부부와 막내고모네 식구들이 함께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랐던 시간이었어요.
친정에서의 1박 2일을 끝으로 무사히 설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가 싸주신 음식들과 과일들을 정리하면서 연휴를 마무리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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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시어머니께서 목사님이셔요.
저와 남편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데 그렇다고 신앙을 강요하시지 않으셔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감사한 부분이랍니다.
설날 점심에 식탁에 앉아서 시어머님의 주도로 감사기도를 하고 있었어요.
설이라서 그런지 가족들의 건강과 사업의 번창, 손주들의 학업과 관련된 기도가 길어지고 있었죠.
조금 지루하다~~~ 왜 빨리 안끝내시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께서 친정부모님의 안부에 대한 기도를 하시던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솔이와 단이의 외할아버지께
번뇌와 외로움이 함께 하지 않도록 기도드립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그만 울컥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어요.
시어머님의 진심과 친정아버지의 힘겨움이 동시에 느껴졌나봐요.
제가 시어머니께 잘하는 며느리는 아닌데, 이제부터라도
시어머니와 울엄마, 울아버지께 더 잘하는 자식이 되보려고 합니다. ^^
즐겁고 취하고 맘아프고 감동스러웠던 솔이엄마의 설날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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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친한 친구들에게 간단하게 카드를 만들어 선물했어요.
82식구님들께도 마음을 담아 한장씩 드리고 싶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