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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단 푸대접 종결자....
밑에 있던 글 중에 예단 이불 때문에 서운하다는 글이 있어서 저도 보태봅니다.
저 결혼할 때 시댁, 친정 양쪽에서 도움을 안받고 제가 모은 돈으로 서울에 전세얻고 살림살이 사서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월급받아 집에 보내느라 모은 돈이 없었죠.
시댁에서 꾸밈비(?) 로 100만원 받은게 전부라서 함도, 예단도 다 생략하기로 했었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돈이 없었지만.... ^^
그래도 아예 안하기는 섭섭해서 세탁기 사드리고 여우털 목도리 하나 해 드렸습니다.
( 그 당시 한 참 유행하던 머리 부터 꼬리 까지 있는 목도리요.)
집 전세 구하러 서울에 왔다가 백화점에서 제일 좋은걸로 큰 맘 먹고 골라서 드렸거든요.
거기다가 어울리는 구슬백까지 덤으로 얹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더군요.
자세히 보지도 않으시고 장속에 넣어 두시길래 좀 서운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제가 3월에 결혼을 했고 결혼 후 첫 추석 연휴.....
새뱍에 출발했지만 너무 막혀서 오후 3 시쯤 도착을 했는데요,
그 때 차가 없어서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들어갔어요.
동네 입구에 있는 공터를 지나는데, 당시 7, 8 세 정도된 조카 4명이 강아지 한마리랑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우리차가 아니라서 차를 세우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서 시댁으로 들어와 인사를 하고 얼른 음식 만드는 일을 거들기 시작했죠.
잠시후에 아이들이 마당으로 들어와서 한 아이가 목줄을 한 강아지를 마당으로 끌고 다니고 아이들이 뒤를 따라다니면서 노는데 따뜻한 전이라도 먹이려고 다가갔다가...
끼~~~~~~~~~~~~~ 약~~~~~~~~~~~~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끌고 다니던 게 목줄을 한 강아지가 아니고 제가 예단으로 드린 여우털 목도리더라구요.
저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고,
남편이 그 꼴을 보더니 아이들을 혼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 목도리 사면서 가격 때문에 몇 번을 만지작 거리다가 샀는지 알고 있는 남편인지라 정말 많이 화가 났었죠.
남편이 애들을 혼내는 소리에 시부모님이랑 아주버님들, 형님들께서 마당으로 나오셨습니다.
저는 형님들이랑 아주버님들 께서 아이들을 혼내실까봐 남편을 말리면서 괜찮다고 그만 하라고 황급히 수습을 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기가 막힌 것은 다른 어른들의 태도였습니다.
다들 뭐 그런일로 애들을 혼내는가 하는 태도...
거기다가 형님들이랑 아주버님들은 남편이 아이들을 혼낸 것이 기분이 나쁘다는 .... 몹시 불쾌한 표정이었습니다.
당연히 애들을 혼내지도 않았구요.
여우털 목도리는 몇 시간 동안 길바닥을 끌고 다녀서 여기저기 뜯기고 털까지 빠져서 도저히 쑬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남편이 불때는 아궁이에 집어 넣어 버렸습니다. ㅠㅠ
우리 엄마가 그렇게 갖고 싶어 했어도 못 사드린 여우털 목도리...
그날 밤에 이불 꺼내려고 장롱 열었을 때 같이 사드린 구슬백이 여기저기 구슬이 뭉텅이로 빠진채로 장롱 구석에 쳐박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진짜 많이 서운했습니다.
차라리 그냥 돈으로 드릴걸....하는 후회가 그때 들더군요.
그 때 지금처럼만 모피에 대한 개념이 있었다면 사지 않았을 텐데...
여우야 미안해..... 그 때 내 생각이 짧았어.
1. ...
'11.2.8 6:03 PM (116.120.xxx.236)무식하다는 말 아무데나 쓰기 참 그렇지만..
그 경우엔 정말 액면 그대로 '무식해서' 그러려니..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선물에 대해 예의있는건 둘째치고
그저 물건 알아보는 안목조차도 '전혀' 없는..
저도 참 여우한테 덩달아 미안해지네요. -_-;;;
돈으로 드릴걸..하는 원글님 마음씨도 좋으십니다.
저같음 그 돈 나 맛있는거 사먹을걸..하는 생각이 들것같아요.2. m
'11.2.8 6:04 PM (72.213.xxx.138)그래서 돼지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원글님, 속푸세요~
3. .
'11.2.8 6:06 PM (121.124.xxx.126)저도 수년전에.. 순금 노리개 1냥을 드렸는데.. 음.. 그냥 휙 던지시더라구요..
순금인지 모르시고..ㅋㅋㅋㅋㅋ
그냥 원글님 잘사시면되요^^ 맘아픈 과거는 잊으세요.. 본인이 제일 힘들어져요.4. 어이없음
'11.2.8 6:08 PM (119.192.xxx.5)ㅋㅋ
그러게요.
저 그동안 잊고 살다가 이불 얘기 보고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
진짜 여우한테는 많이 미안하네요.5. 시대따라
'11.2.8 6:10 PM (121.146.xxx.137)예물도 그 당시는 돈에 부담을 해가면서 해 놨는데
세월이 흘러서 보면 참 부질없다 싶은게 많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거금 들인 모피코트 이런건 너무 아닌것 같아요.
고급스럽다고 입고 다니는지는 몰라도 동물껍데기로 보이니 원...6. ..
'11.2.8 6:12 PM (220.88.xxx.105)예단 이불을 하도 좋은거 원하셔서 사려던거 취소하고 다시 백화점에서 몇백만원주고 맞췄는데
십년가까이 가져온 그대로 짐더미처럼 다른 물건 얹어놓고 골방에 굴러다니더니
나중에 다 곰팡이 피었더라구요ㅜㅜ
표정관리가 안되었던 그날이 생각나네요7. ㅇㅇ
'11.2.8 6:31 PM (58.145.xxx.94)돼지목에 진주목걸이...
안타깝게 결혼전엔 모르죠 상대가 돼지인지아닌지...8. ..
'11.2.8 7:07 PM (116.37.xxx.12)원글님은 그래도 부모님이 원하신건 아니기나했지
위으ㅐ 220.88님은 좋은거원하시고서는..곰팡이나게 관리하시는건 왜그러시는건지.
저도 예단 너무 아까워요.
저희어머니는 본인이 고르셨는데, 지금 후회하시거든요.
너무 무거운가방 고르셨다고...
밍크는 코트안하시고 비싼브랜드에서(의류브랜드..진도같은 모피전문아니고) 숄을 하셨는데 숄이 참 활용도가 없더라구요.
본인이 골라도 그런데 선물받으면 마음에 안들가능성이 더 높죠.
물론 그렇다고해서 선물로 받은 물건을 저렇게 막굴리는건 예의가 분명아니죠.9. ~
'11.2.8 7:20 PM (112.148.xxx.28)아...저도 생각납니다.
신혼 때 그 없는 돈으로 스웨터를 사서 생신 날 드렸죠.
그 당시는 앙고라가 유행할 때라 정말 큰 맘 먹고 몇 번 들었다 놨다 끝에 사 드렸는데
내 취향이 아니네...그러시면서 바닥으로 쭉~ 밀어 놓더니 얼른 다른 화제로 돌려버리시더군요.
그 뒤로 절대, 옷 아닌 뭐라도 사 드리지 않습니다.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다른 동서들이 사 준 옷 자랑하며 은근히 사 주길 바라시지만 결코, 네버...안 사드릴 생각이에요.정말 뒤끝 작렬이죠?ㅋㅋ
저 같으면 그 없는 살림에 자식들이 사온 옷, 그저 고맙기만 할 것 같은데요..면전에서 저렇게 말씀하시고는 못 얻어 입으시니 그것도 그 분의 복이겠죠...10. .
'11.2.8 7:46 PM (14.52.xxx.167)안타깝게 결혼전엔 모르죠..2222222222
11. 남편월급..
'11.2.8 8:01 PM (203.234.xxx.3)남편월급으로 생활한 시댁이었으면 그리 넉넉하진 않았을텐데요..
여우털을 개털로 아셨나보죠. 그래서 노인네들한테는 가격 비싸다고 엄포를 좀 놔줘야 해요...
본인이 모르는 브랜드이거나 새로운 거면 다 별거 아니거든요.
(나이 들수록 새로운 고가 브랜드는 잘 모르고 샤넬, 루이비똥이 최고인 줄 알잖아요..)
인터넷을 많이해서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비싸다, 몇백하는 거다, 맘먹고 해드린 거다 말씀드려서 아끼도록 할수밖에..12. 같은 경우는
'11.2.8 9:02 PM (222.110.xxx.85)아니지만 저도 한마디 보탭니다
저희 올케 결혼한 때 나름 성의껏 준비했다 합니다
이불도 유기도 좋은 걸 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비싼 걸 하게 됐다고
엄마 예단 쓰시는 거 보면 무지 뿌듯해하면서도 씁쓸해 합니다
엄마가 아주 좋아하시는 걸로는 안보이니까요
그런데 저희 엄마 예단 보고 엄청 기분 안 좋으셨죠
얘가 날 무시하나보다
어떻게 이런 걸 해왔느냐고 ;;;;
중간에서 저 양쪽에 아무 말 못했습니다
올케는 그 정도 안목이고
저희 엄마 안목은 또 이런 겁니다
댓글은 모두 반대 경우지만요
다행인 건 엄마도 올케도 내색은 안한다는거지요
적어도 상대 마음에 상처는 안 내고 있으니...13. 결국
'11.2.8 9:10 PM (222.110.xxx.85)사람은 다 자기 입장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나 봅니다
워낙에 노처녀라 어케 될진 모르지만
저두 위의 두 가지 상황 중 하나가 되거나
혹은 아주 운 좋으면 비슷한 사람 만나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으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