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할머니가 항암 치료를 마치시고, 완치 판정은 받으셨는데,
워낙 연세도 많으시고, 체중이 20킬로그램이 빠지셨어요.
그래서 체력이 안좋으셔서 대상포진에...
휴가에 어디 가기도 뭐하고...
제가 할머니에겐 첫사랑 첫손주인데다...
네 살에 동생 생긴 이후로 찌찌만지며 옆에 잔 것도 할머니 옆이었고,
학교 다닐 때 비오면 우산 들고 학교 와 주신 것도 엄마 아닌 할머니셨고...
작년 여름에 아버지 휴가때 우리 집 와서 여름 휴가 며칠 보내시라 했었어요.
남동생까치 왔었는데, 의외로 좋았던 기억...
이번에도 2박 3일 보내다 가셨어요.
목요일에 오셔서 토요일에 가셨는데요.
손녀네 집에 생긴 로봇 청소기 따라 다니며 구경도 하시고,
저게 저렇게 느려 터져서 어쩌냐 잔소리는 하시지만 손녀 손 덜었다 싶으신지 계속 웃으세요.
하나뿐인 증손녀 유치원 가는 거 구경도 하시고.
놀이터 벤치에 앉아 그네 타는 거 봐 주시기도 하시고...
저녁엔 식구들과 최상급 한우 사다놓고 고기로만 배채우기도 해보고요.
결정적으로 온가족 단체 영화관람을 했어요.
<국가대표>
엄마 기억으론 할머니가 영화 보러 가시는 걸 본적이 없으시다네요.
엄마 시집오기 전에 가보고 안가신거라네요.
최신식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서 앉으시니 사운드가 너무 빵빵해서 머리가 좀 아프신듯 했지만 좋으셨나봐요.
영화도 생각보다 너무 좋았구요.
뒷자리에 우리 신랑이 사이에 앉히고 아버지랑 앉았고,
앞에는 엄마, 할머니, 저, 남동생 앉았는데...
영화 보다가 제가 할머니 어깨에 살포시 기댔거든요.
나중에 딸내미가 그러는 거예요.
"엄마는 왜 왕할머니한테 기댔어?"
"엄마가 엄마 할머니랑 영화를 처음 봤거든. 할머니를 너무 좋아하는데, 영화를 같이 보니까 너무 좋아서."
진짜 너무 좋더라구요.
나오면서 너무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프더라 하시면서도 계속 웃으시던 우리 할머니...
신랑이 여름 가기 전에 휴가 며칠 내서 친정에 며칠 다녀 오자네요.
엄마는 그 얘기에 신나서 마당에 다라이(ㅎㅎㅎ) 꺼내서 손녀 물놀이 하라고 물 받아 놓으신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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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식구들과 영화를 봤어요
우리 할머니 조회수 : 303
작성일 : 2009-08-10 09:50:33
IP : 125.177.xxx.8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는
'09.8.10 9:53 AM (114.129.xxx.6)외할머니는 울 엄마 어릴쩍에 돌아가셨고
친할머니는 저 중학교때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원글님이 쓰신 글 보니 너무 흐뭇하고 좋네요...
할머니 꼭 앞으로 더 건강해지셨음 좋겠어요.
손녀랑 영화도 보고 너무 좋으셨겠네요.
울 엄마도 늙어서 저랑 손녀랑 같이 영화 보러 다님 좋겠어요.
너무 예쁜 글입니다..^^2. .
'09.8.10 9:55 AM (211.217.xxx.40)이렇게 행복하고 예쁜 얘기는 대문에 걸렸으면 좋겠어요.
남편분 마음도 참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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