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문자 메시지를 <칼라티비> 이명선 리포터에게 보낸 적이 있습니다.
"올해는 꼭 공중파 진출하세요. 이명선님"
그러자, 다음 날 답장이 왔습니다.
"ㅋ 유독 추운 설이네요. 따뜻하게 보내세요. 글고 공중파 재미없어요. 칼라 TV가 제 몸에 꼭 맞는 옷인걸요 ㅋ"
전 참 생각없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칼라티비>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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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 <칼라티비> 이명선 리포터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더군요. 다친 것이 서러웠던 것일까요.(오른 쪽 손목 인대가 삐끗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순간 놀라서 그랬을까요. 아무튼 지켜보는 저 역시 가슴 속에서 슬픈 감정이 복받쳐 오더군요. 뭐랄까. 오버일 수도 있겠지만, <한겨레> 창간 뒤 청와대에서 출입도 안시켜줘서 서럽게 취재했을 저희 선배들이 생각났던 것도 같구요. 무슨 얘기냐구요. 1일 있었던 일을 설명드릴게요.
1일 <용산참사 규탄 범국민 추모대회>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대체로는 평화롭게 마무리 되었지만 일부 시민들은 밤 늦게까지 명동 일대를 행진하며 거리 집회를 벌였습니다. 밤 9시 30분께부터는 '퇴계로 1가'부터 '매일경제4거리'까지 시민들이 15분간 도로점유를 하기도 했구요.
1일 경찰의 방패 날에 얼굴 가격 당하는 이명선씨
이명선 리포터가 봉변을 당한 것은 바로 이 '매일경제 4거리' 앞 인도에서 밤 10시께였습니다. 시민 오백여명은 경찰특공대를 피해 도망가던 중이었고 이명선 리포터를 포함한 취재진들은 이를 뒤쫓던 중이었습니다. 방패를 든 경찰이 <매일경제사> 건너편 인도에 섰습니다. 취재진들도 섰습니다. 이 때 이명선 리포터가 경찰들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했던 모양입니다.(멀리서 봐서 확실치는 않습니다.) 그런데 경찰 한명이 방패로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든 이 리포터의 오른 쪽 손을 밀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칼라티비> 카메라 기자의 뷰파인더가 너덜너덜하게 부러져 나갔습니다.
이명선 리포터, 결국 울음을 터뜨리더군요. "왜 카메라 부수냐"고 소리치면서 말이죠. 그녀의 또박또박하고 앙증맞은 말투, 기억하십니까. 그런 그녀가 목이 맨 목소리로 "왜 카메라를 부수냐"며 서럽게 울고 경찰 책임자는 본 체 만 체 하는 데, 저도 순간 화가 치밀더군요. 취재기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취재장비 파손시키고 부상을 입혀 놓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안하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경찰특공대를 보고 있는데 같은 기자로서 '울컥'해지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녀와 함께 경찰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일도 아니었지만 그냥 제 일처럼 생각하고 함께 싸워주었습니다. <아프리카> 생중계 지켜보신 분들은, 제 카메라가 부숴진 줄 알았을 겁니다.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녀의 봉변이 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내 카메라가 부숴지지 않았다고 해서, 내 손목의 인대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같은 기자로서 그것을 그냥 보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오버해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경찰은 분명 이명선 리포터가 인터넷 언론 <칼라티비> 소속이라서 함부로 대한 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 <케이비에스>와 같은 방송국의 카메라를 경찰이 부수고 폭행했다면, 그렇게 태연히 있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제 서울경찰청은 '누리꾼 언론' 들에 대해선 집회현장같은 곳에선 '취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내부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칼라티비>는 지속적으로 집회 현장을 시민의 시각에서 보도해왔던 인터넷 언론입니다. 아마 그래서 경찰은, <칼라티비> 이명선 리포터를 눈에 가시처럼 여겼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용산 참사 현장을 <칼라티비>는 특종보도 하면서 경찰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이명선 리포터가 절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저도 책임자를 찾아가 침도 튀겨가면서 어제만큼은 원없이 항의했습니다. 서울청 기동대 소속의 한 지휘관이 결국, 그러더군요.
"기자님은 왜 자기 일도 아니면서 그렇게 남 다쳤다고 항의하는 거에요?"
여기서, 그 지휘관에게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인터넷 언론 기자의 카메라가 부서졌다고 그냥 넘어가게 되면, 그 다음 차례는 저희 신문사 기자들의 빈약한 카메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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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좀 진정되고, 이명선씨에게 찾아가 "경찰들이 인터넷 언론사 기자들을 함부로 다루는 관행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 "경찰들과 대척점에 서고 싶지 않다"며 "그냥 카메라값만 보상 받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차분하게 대응을 하는 이명선씨였습니다.
그 카메라, 제가 알고 있기론 독립영화 찍던 분들이 사비 들여서 마련한 카메라입니다. 경찰은 반드시 이거 보상해주셔야 합니다. 인터넷 언론이라고, 혹 등록되지 않은 누리꾼 언론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신다면 제가 정중하게 항의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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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리포터님.
저, 아시죠? 가끔 길에서 인사 드리는 허 기자입니다.
힘내세요.
님이 왜 웁니까.
잘못한 것은 저분들인데.
사실 전 이번에 빚을 갚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지난 여름에, 노마강 무이코 왔을 때 을지로에서 말이지요. 그 때 남대문경찰서장이 도로에서 취재하는 시민기자들을 인도로 몰아내면서 '한겨레 기자만 빼고 다 밀어내' 라고 했던 거. 그 때 저만 빼고 나머지 누리꾼 시민 기자들과 등록되지 않은 인터넷 언론기자들이 다 인도로 내몰렸잖아요. 저 그 때, 그분들과 함께 경찰에 항의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거, 아직까지 부채감처럼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1일 밤, 이명선씨의 카메라가 부숴졌을 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참으면, 정말 부끄러워질 것 같았어요.
<한겨레>도 지독하게 차별받아가면서 '진실보도에 대한 열망' 하나로 결국 여기까지 온 것으로 압니다. 언젠가는 경찰들도 '거리 저널리즘'도 하나의 언론이라는 것을 이해할 날이 올 겁니다. 그 때까지 님은 님대로, 저는 저대로 묵묵하게 현장 취재 열심히 합시다.
카메라 또 부숴지고, 손목 인대 늘어나면, 저한테 전화하세요.
함께 항의해드리겠습니다.
이명선 리포터, 화이팅입니다!
아자! 아자!
#참고로, 저 이명선씨와 그냥 인사만 나누는 사이입니다. 별로 안친해요. -.-
▶영상- 이명선씨 경찰 폭행 당한 현장 [펌]
▶영상-이명선씨 폭행당한 것에 항의하는 기자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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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에 대해,,,,,
무식한 경찰들에 대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었던,,,,,,, 이명선 리포터...
그들에겐,, 그녀가,,,
눈엣 가시일겁니다...
특히,,,
현장에서,,,,, 두려움도 없이,,,, 힘듬도 마다않고,,,,
가냘픈 여성으로서,,,,,
경찰들 사이들 휘저으며,,,,,,취재를 했으니,,,,,,,
속상한 현실이지만,,, 꼭 기억해야할 역사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취재하는,
칼라티비.
커널뉴스.
사자후티비.
615티비.
힘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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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티비’ 이명선,,, 그녀의 눈물에 같이 울었다....
verite 조회수 : 948
작성일 : 2009-02-02 22:29:18
IP : 211.33.xxx.3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verite
'09.2.2 10:29 PM (211.33.xxx.35)2. ..
'09.2.2 10:41 PM (125.130.xxx.209)저는 이명선씨가 영화 속의 여주인공처럼 느껴진 적도 있어요.
그만큼 이 지금의 상황이 비현실적이고 드라마틱......3. ..
'09.2.2 10:55 PM (115.140.xxx.148)ㅠㅠ
가만있으면 다음엔 우리차례죠 !!4. 이명선씨
'09.2.2 10:59 PM (119.148.xxx.222)늘 너무마 고맙지만,
현장에서는 고맙다는 말한마디 못했네요
성금도 하고, 다음에는 고맙다는 격려의 말 한마디 꼭 해주려고 합니다.
사자후에게두요^^5. 구름이
'09.2.3 7:36 AM (147.47.xxx.131)개자식들....
국민의 몽둥이가 되는 것이 그리도 쉬운일이구나.
더러운 놈들...
어떻게 연약한 여자들에게 그렇게 험하게 폭행을 일삼을 수가 있나.6. 아꼬
'09.2.3 8:00 AM (125.177.xxx.202)인터넷 여론을 무서워하기에 본보기로 그런듯 해요. 붕대로 감은 손이 너무 안스럽더군요. 얼굴도 부은 상태였는데 빨리 쾌차하시길 바라구요. 방학이 끝나는 3월 꼭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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