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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

하늘을 날자 조회수 : 452
작성일 : 2009-01-09 17:19:29
미네르바가 긴급체포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 글은 그 긴급체포 뉴스를 접하고 잠깐 든 생각입니다. 어쩌

면 사소할 지도 모르는 절차상 문제를 잠깐 언급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형사법은 실체법과 절차법으로 일단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매우 거칠게 말하자면, 어떤 행위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가 형사 실체법의 문제라면, 어떤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

부를 확정하고 그를 처벌하는 과정 즉, 어떤 사람을 수사해서 그의 범죄사실을 확정하고 처벌하는 과정이 어떠해

야 하는지가 형사 절차법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네르바가 아고라에 쓴 글들이 정보통신기본법인가 하는

법률을 위반하는 것인지 여부는 형사 실체법의 문제에 해당합니다. 여기서는 형사 실체법의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고, 또한 그가 정말 미네르바인지 여부도 논외로 하고, 그의 글들의 적절성에 관해서도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헌법상의 문제에 관해서도 논외로 하고, "긴급체포"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서울대 법대에 신동운 교수님이란 분이 계십니다. 영장주의와 관련해서 꾸준하게 여러 논문들을 발표하신 바 있

는데요. 긴급체포 제도에 관해서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계십니다. 그분의 논문 중에서 "서울대학교 법학연

구소 법의 지배 시리즈"로 나온 <국제기준과 법의 지배>라는 책에 실린 논문을 전에 읽었습니다. 이하의 제 이야

기는 전적으로 신동운 선생님의 견해에 의지하고 있음을 먼저 밝힙니다. 제가 형법 전공자가 아니기에 이 글의 수

준이 그다지 높지 못할 것도 미리 밝힙니다.;;;


원래 우리 헌법은 체포제도를 운용함에 있어서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원칙으로 예정해 놓았습니다. 1995년까

지 우리 사회에는 악명높은 "임의동행"이란 제도가 있었습니다. 사실상 강제로 "체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면서

명목상으로는 "임의로" 경찰서에 따라왔으니 체포된 것이 아니고 제 발로 경찰서로 걸어온 것이라고 항상 발뺌하

는 수사기관의 변명을 우리 사회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런 "임의동행"의 관행을 없애고 법관의 판단을 거쳐서

만 체포할 수 있도록 못을 박아놓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제도입니다. 그렇지만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만을 인정하게 되면, 영장이 발부되기까지의 시간에 중대한 범죄자를 놓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예외적으로 만들어 놓은 제도가 현행범 체포와 긴급체포 제도입니다. 현행범이면 그 자리에서 누구라도

체포할 수 있도록 현행범 체포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제도를 보완해 놓았지요.

그런데, 긴급체포라는 제도는 조금 특이합니다. 긴급체포의 요건 자체가 장기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면 긴급체포

할 수 있도록 해놓아서 웬만한 범죄는 다 이에 해당하게 만들어 놓았으며, 긴급체포한 후에 수사를 마치고 "즉시"-

여기에 그 "즉시"는 반드시 48시간이내여야 한다는 제한이 추가로 붙습니다- 구속영장만을 청구하면 될 뿐 긴급

체포 자체에 관해서는 따로 법원의 심사를 받지 않습니다. 즉, 긴급체포에 대한 법관의 사후영장은 따로 요구되

지 않습니다. (물론 체포적부심이 가능한데, 실제로 잘 활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웬만한 범죄가 다 이에 해

당하는 상황에다 따로 긴급체포 자체에 관해서는 법원의 심사가 없으니 이제 실무상 제도의 운영이 애초 헌법이

예정한 것과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보다는 "편리한" 긴급체포에 의한 체포가 주로 이루어

지는 거죠. 신동운 선생님의 표현을 빌면 "체포영장은 실무상 기소중지자에 대한 지명수배장 정도의 기능 밖에 못

하는 상황"이 되버린 거죠.


우리에게는 이미 긴급체포 제도가 매우 잘못 운용된 경험들이 있습니다. 최근의 사례만 돌이켜 봐도 2002년 10월

에 (당시) 서울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수사관의 고문에 의해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의자가 조

폭이었다고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사회적으로 아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것도 같습니다. 그 때 사회적 상

황은 정확히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죄송;;;) 피의자의 직업이 어쨌든 적어도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

우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지요. 이 사건은 피의자를 별건으로 긴급체포해서 본건에 관해서 수사하던 중에 피의자

에 대한 고문과 그로 인한 사망이 일어난, 그것도 경찰도 아닌 검찰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긴급체포가

남용된 대표적 사례중 하나로 꼽힙니다. ("별건수사의 위법성" 문제에 관해서는 그냥 넘어간다고 해도 말이지요.)


조속한 시일 내에 긴급체포 제도에 대한 수정, 특히 법관의 사후영장에 의한 통제를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

니다. 아직도 일선경찰관서에서는, 특별히 미네르바의 경우에는 검찰에서조차(!!!), 구속영장청구를 위한 자백을

얻기 위해서 긴급체포를 종종 이용하는데, 이에 대한 수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원칙으로 돌아가서 "체

포영장에 의한 체포" 제도를 활용하도록 해야겠지요. 긴급체포를 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

과 같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 요구되는데, 미네르바 긴급체포의 경우에

그런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군요. 설령 체포한다고 하더라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 하

면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요즘 영장제도에 관해서 궁금해져서 그에 관해서 공부를 좀 하려고 하는데, 이런 일이 갑자기 생겨서 잠깐 글을

써보았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이 글은 미네르바 긴급체포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 중 매우 사소할 지도 모르는 형사

절차상 문제를 언급한 것 뿐 입니다. 이제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관한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주목되는군요. 정말

로.  


추신 : 글을 써놓고 올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올려놓고도 지울까말까 망설이다가 일단 이대로 두기로 마음을 정했

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그래도 혹시 누군가 1명에게라도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부족한 점은

널리 양해해주세요. 에고.;;;

IP : 124.194.xxx.14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실비
    '09.1.9 5:27 PM (122.57.xxx.203)

    잘 읽었습니다.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2. 타락수구
    '09.1.9 6:22 PM (122.42.xxx.157)

    잘 읽었습니다.... 긴급체포 고발 남용 방지하여야 합니다.

  • 3. 자유
    '09.1.9 6:46 PM (211.203.xxx.13)

    잘 읽었습니다. 절차상으로 보더라도 적법한 사건이 아니었던 것이군요.
    사안을 여러 측면에서 보려면, 정말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데...
    식견이 부족한 저로서는, 원글님 포함 82의 글들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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