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부른 대파탄(大破綻)
[컬럼] 김성훈(전 농림부장관, 전 유엔 FAO식품유통 담당관)
농훈칼럼, 2008. 6. 23
-지난 19일, 취임 4개월도 안되어 이명박 대통령은 벌써 두 번째의 대국민 사과를 직접하고 고개를 숙였다.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으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예는 동서고금의 정치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전국 각지에서 백만명이 촛불시위를 하였고 그것이 남녀노소가 참여한 비폭력 문화축제 성격이었다는 점에서 기네스북에 오를 신기록을 세웠다. 국제유가와 곡물가는 뛰는데 각종 파업마저 일어나 국정은 마비되고 되는 일이 없다.
민심은 떠났고 정국은 어수선하며 사회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 모두가 1주일만에 그것도 캠프 데이브드 한미 정상회담 11시간을 앞두고 새벽 4시에 대통령님 말씀마따나 ‘잠결에’ 타결한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협의(Consultation) 결과로부터 비롯되었다. 뭔가 다를 것으로 믿었던 李정부마저도 미국이 원하고 주장하는 것은 몽땅 다 내주는 100% ‘퍼주기’식 태도 때문에 자존심들이 상할대로 상했다. “한국과 무슨 협상을 하려고 할 때는 먼저 청와대(대통령)부터 포섭하라!”는 미국정가의 오래된 비밀아닌 비술(秘術)이 다시 한번 그 위력을 발휘하였다. 우리나라 지배계층과 미국정부의 이익을 위하여 협상을 미국에 유리하게 타결시키면 그에게 출세와 승진, 영전이 보장된다는 관료계의 오래된 비밀이 아닌 관례도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연령과 부위를 막론하고 미국정부가 원하는 방식과 바램대로 거의 모든 쇠고기 부위가 수입되도록 양해했다는 점과, WTO가 인정하는 최소한의 검역주권과 국민건강권 마저 미국 육류업자들에게 공납(貢納) 되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굴욕감과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 미국 협상단이 4.9 총선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에 눈치채지 않게 조용히 입국하여 선거 바로 다음날 양국간 협의개시를 전격 선언하고 마치 비밀 군사작전을 하듯 일주일만에 종래의 농림부 방침을 완전히 뒤집어 협의한 대가는 양측에 너무나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 같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이 지구상에서 우리 한국민족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곱창, 내장, 등뼈, 갈비, 꼬리, 우족, 사골 등 광우병의 전염체인 프리온이 득실거리는 30개월 미만의 위험물질(SRM) 부위가 곧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어디 그뿐인가. ’소비자가 왕‘이라고 하면서 쇠고기를 수입해 먹는 우리나라만 소비자 국민들의 뜻을 거슬며 미국정부가 시킨대로 수입 쇠고기의 광우병의심 조사마저 3%의 표본조사만 할 수 있도록 양보했고 미국내 30곳의 한국 수출 가능 도축장 수도 미농무부가 인정하는 800여 곳으로 확대하고 현장을 제대로 우리정부가 직접 검사하기도 어렵고 수입거부도 어렵도록 양보하였다. 검역주권과 국민건강권을 몽땅 넘겨준 것은 국민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을사보호조약 보다 더한 굴욕적인 검역주권 포기 행위로 비쳤다. 그래서 어찌 우리 소비자들이 미국 쇠고기를 안심하고 사먹을것 같은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한미 두 정부와 업자들의 탐욕이 2중주 하모니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 3개월만에 미합중국 대통령의 별장 캠프데이브드에 초정받아 하루 저녁 잠을 잘 수 있는 영광이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일인가. 게다가 한미 FTA가 경제살리기의 최고 최선의 방도나 되는 것으로 잘못 입력된 대통령님과 우리 통상관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대 텍사스 목장주 출신 부시 대통령과 한미 FTA 주무 상임위원장 몬타나 출신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 등의 비위만 잘 맞추면 미국 의회에서 비준될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원내 다수당으로서 미국 자동차업계 노동자와 쌀 수출업계의 이익을 보호하는 미국 민주당의 대부분 국회의원과 오바마 대통령 후보 등이 진작부터 몇 차례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상정마저 반대하고 있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그런 양보를 한 것이다. 장차 오바마가 만약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민주당 새정부는 우리나라와 쌀수입의 무관세화, 자동차 시장확대, 노동환경 분야 개선마저 양보해야 비준해 줄까 말까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우리정부와 통상관료들이 임기가 6개월 밖에 남지 않을 부시정권에 매달린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참에 한국 쇠고기 수입시장을 완전히 장악해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있는 중국, 브라질, 이스라엘 등 나머지 22개국들과 2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는 일본을 쉽싸리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한듯 하다. 거기에 한국만 수입할 수 있는 내장 곱창 사골과 갈비뼈만 해도 3억달러 이상 팔릴 수 있을 것이고 쇠고기를 합쳐 도합 10억달러(1조원 어치)가 매년 수출 될 것이니 한국시장의 매력에 대하여 미친소처럼 침을 질질 흘릴 수 밖에 없쟎은가.
연간 10억불, 즉 1조원 어치를 수입하면 한국은 미국 쇠고기 최대 수입국이 된다. 탐욕(greed), 그것이 양국 정부 정상들과 업자들로 하여금 마침내 한국에서 백만명의 남녀노소로 하여금 촛불을 들고 나서게 만들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눈속임과 말장난이 불신과 불안을 낳아 100일도 채 안된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부,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총체적으로 파탄에 이르게 만들고 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으려 들게 만들었다.
그 해법은 간단했다. 농림부가 쇠고기 위생조건 협의 중에 그나마 유일하게 잘한 조항이 맨마지막 부분에 “일반국민의 의견(public comment)을 수렴하기 위해 개정 위생조건을 20일간 공고하고 그 다음에 관보를 통해 공포하면 최종 확정 규정이 된다”라고 명시해 놓은 점이다. 국민의 90% 가까이가 몸으로 반대함을 세계 만방에 보여주었으니 정부는 협의안을 고시하지 않겠다고 농림부 축산팀장이나 통상담당관을 시켜 미국에 통보했으면 그만이다. 원하면 재협의를 해 줄 용의가 있다고 통보하면서 말이다. 애시당초 재협상이니 추가협상이니 하는 것은 필요가 없었다.
미국에서 왜 고시 않느냐, 국민들이 무엇이 불만이냐 하고 물어오면 ①동물성 사료규제 강화 조건하의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허용이 잘못되었다. ②30월령 이하의 내장, 곱창, 사골, 등뼈, 갈비, 꼬리뼈 등 위험물질 부위의 수입자유화는 너무 위험하다. ③굴욕적인 검역주권 포기 등을 고치지 않으면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대답해주면 그만이다.
만약 이상의 3가지중 하나만 땜질식으로 해결하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면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할 것이고 국내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의에 대한 소비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양쪽이 합의한 수입위생조건 협의안의 발효조건대로 고시를 연기하여 다시 고치는 재협의를 하면 될 성격이었다. 대통령께서 괜스리 뼈저리는 반성을 할 필요도 없고 더더구나 합의요록에 양측이 싸인한대로 하면 통상보복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검역은 검역이고 통상문제는 통상문제이기 때문이다. 李정부가 진짜 국민의 건강과 안위를 최우선으로 배려한다면 먼저 고시를 유예해야 한다. 탐욕을 억제하지 않을 때 파탄만이 기다릴 뿐이다!
출처 : http://www.profks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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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부른 대파탄(大破綻)
바라만보던 남자 조회수 : 393
작성일 : 2008-06-25 08:54:47
IP : 118.37.xxx.8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황새
'08.6.25 9:38 AM (121.145.xxx.187)mb나 딴나라당이 재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는것이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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