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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입 쇠고기는 ‘홍두깨’, 한우 둔갑 ‘주방장도 몰라’

작성일 : 2008-05-01 14:46:05
한겨레] "괜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고, 쇠고기 주문하면 다, 이런 식으로 들어오거든요."(일산 ㅅ한정식집 주방장)
"아니, 이렇게 아무 표시도 없이 (비닐 포장으로) 들어온다고요?"(식품의약품안전청 중앙기동단속반원)
"이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백이면 백 곳 다 그렇다니까요."
"이렇게 들어오면 주방장은 이게 어느 나라 산인지 다 압니까?"
"그건 저도 모르죠 뭐. 아니 영업점에서 장사가 돼야 박스째로 재료를 들여오지…"

지난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청 단속반이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단속하는 현장을 찾았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ㅅ한정식집 주방에서 단속반과 식당 주방장이 냉동고에 수북하게 쌓인 쇠고기의 비닐 포장지를 일일이 뜯으며 실랑이를 벌였다. 이 식당은 한끼 2만8000원 하는 한정식을 팔면서 쇠고기를 재료로 떡갈비, 갈비찜 등을 주요 메뉴로 상을 차린다.

그런데, 갈비찜 재료로 쓰이는 쇠고기가 원산지 표시도 없이 비닐 포장지에 담겨 냉동고 한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주방장조차 "원산지가 어느 나라인지, 언제 고기가 들어왔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단속반의 거듭하는 질문에 "호주산이겠죠.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단속반과 실랑이는 계산대 앞에서도 이어졌다. 단속반이 "이 집은 원산지 표시 의무가 있는 식당이니 메뉴판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주인은 변명부터 늘어놓았다. "우리는 고기 전문점이 아니고 한식집이라서 원산지 표시 대상인 줄 몰랐다. 최근에 신문을 보고서야 6월부터 (단속)대상에 포함되는 줄 알았다."

단속반이 원산지 표시가 전혀 없는 메뉴판을 확인하고 나니, 주인은 "그렇지 않아도 메뉴판을 바꾸려던 중이었다"고 둘러댔다.

현행법상 식당의 규모가 300㎡(90평) 이상이면, 요리에 쓰이는 고기의 원산지를 메뉴판이나 식당 입구에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 한식당은 규모가 500㎡가 넘는다. 이날 이 식당은 메뉴판에 원산지를 표기하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300만 원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한우와 호주산 섞어 판다더니…거래명세표엔 국내산 표시 단 한 건

주방 단속을 마친 단속반은 마지막으로 원산지 표시의 증거를 확인하려고 거래명세표를 찾았다. 단속반원이 "그러면, 이 식당에서는 모두 한우만 파느냐"고 물었다. 식당 주인은 "한우도 쓰고, 호주산도 쓴다"고 답했다. 그러나 거래명세표를 뒤진 결과 원산지가 국산으로 표시된 것은 '4월23일 들어온 홍두깨' 단 한 품목이었다. 그마저도 주방장은 "홍두깨가 호주산"이라고 알고 있었다. 음식점 주인이나 납품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단속반원은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 소비자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먹는 한우를 먹은 줄 알았을 텐데…"라며 혀를 찼다. 식당 주인은 "물어보는 손님들이 있으면 꼭 호주산이라고 알려준다"고 해명했다.

5월부터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소비자 선택권 있을까?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5월 중순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된다. 30개월 미만의 뼈를 포함한 쇠고기뿐 아니라 그동안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돼 수입이 제한됐던 뇌, 머리뼈, 척추, 눈 등도 함께 들어온다. 미국이 지난 24일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를 내놓아 조만간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높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식탁에 오른다. 호주산이 점령하고 있던 살코기를 이용한 찜과 구이, 샤브샤브, 곱창 등이 더 저렴한 미국산으로 대체되는 것은 수입과 동시에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질 좋은 (미국산) 고기를 값싸게 들여와 일반 시민들이 먹도록 하겠다"거나 "맘에 안 들면 적게 사먹으면 된다"며 쇠고기 수입개방에 적극 찬동했다.'값싸고 위험하더라도 미국 쇠고기를 먹을 사람은 먹고, 안 먹을 사람은 안 먹으면 된다'는 대통령의 말처럼, 소비자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을까?

학교 등 집단급식처 우선 공급…청소년이 '단골 손님' 될 가능성

식약청의 현장 조사 결과는 쇠고기 유통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철저히 배제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알게 모르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저렴한 값에 집단급식이 이뤄지는 병원·학교·군부대 등이 미국 쇠고기의 주요 소비처가 될 것이 뻔하다. 한끼에 1000~2500원 남짓인 급식에서 한우를 쓰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수입 쇠고기를 주로 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작년 1∼7월 외부 업체를 통해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의 88.2%가 수입 쇠고기를 사용했다. 전국적으로 초등학교에서는 직영급식 비율이 높았지만, 중·고등학교에선 위탁급식 비율이 80%를 훌쩍 넘는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미국산 쇠고기의 '단골 손님'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반 고깃집뿐 아니라 고기 뷔페, 한정식 집, 레스토랑, 즉석 음식점을 비롯하여 설렁탕, 곰탕집, 해장국, 곱창 집 등 값싼 미국 쇠고기를 쓸 대중음식점은 널렸다. 극소수 '한우전문점'을 제외하고는 매출의 극대화를 노리는 음식점들의 특성상 수입 쇠고기보다 값이 2~4배 비싼 한우를 원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원산지 표시 의무 확대했지만 '골목식당'들은 단속 사각지대

미국산 쇠고기가 대중음식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던 빗장은 모두 풀렸지만, 원산지를 속이거나 둔갑 판매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식약청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지난해 7월 일주일 간 전국 음식점을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일제단속을 벌였는데, 구이용 쇠고기를 판매하는 전국 대형 음식점 526곳 가운데 118곳이 원산시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이 가운데는 수입 쇠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 음식점 14곳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 21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대책을 발표하면서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 의무 규정과 관련해 식당 규모를 300㎡(90평) 이상에서 100㎡(약 33평) 이상으로 확대하고, 구이용 쇠고기를 포함해 탕·찜·샤브샤브 등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전체 음식점의 80%에 해당하는 소형 식당은 원산지 미표시 대상이라서,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골목 식당들은 여전히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한우생산자단체 "둔갑판매 불보 듯, 한우 생산기반마저 위협"

차라리 대놓고 '미국산'이라고 팔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선택할 수 있는데, '미국산'을 '호주산'이나 '한우'로 속여팔 수 있는 구조여서 더 문제다.

식약청 한상철 중앙기동단속반 반장은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원산지 허위표시나 둔갑 판매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며 "음식점 뿐 아니라 쇠고기 수입업체나 발골 업체가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는 것을 모두 단속해야 하기 때문에 (원산지 위반을) 뿌리 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우 생산자단체들도 "둔갑 판매가 한우 생산기반마저 흔들 것"이라고 걱정한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음식점에서 한우, 미국산, 호주산이 구별하지 않고 파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유통질서가 확립되지 않아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게 우리 나라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남 회장은 "미국 쇠고기가 시장을 장악한 뒤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나왔다는 소식 하나 만으로 쇠고기 소비가 바로 중단될 것"이라며 "결국 국내 한우산업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대적 합동 단속반 가동 "수박 겉핥기" 우려

정부는 28일부터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식약청.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생산.소비자단체 명예감시원 등 1천여 명으로 구성된 '원산지 합동 단속반' 발대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또 원산지 표시 단속 권한을 농산물품질관리원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수박 겉핥기'라거나 '여론에 편승한 호들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무 표시 업소 대상이 아닌 업소가 대부분이고, 의무 표시 업소 가운데 실제 단속대상에 오르는 업소는 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맘에 안 들면 안 사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원산지도 속이고, 미국산이 한우로 둔갑할 수 있는 것"이 쇠고기 유통의 현주소다. 현장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공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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