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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얘기..
임신하면 누구나 그러겠지만, 여러가지로 힘들어서 두 달동안 휴직하고, 그러고도 안 좋아서 또 연차 다 끌어다쓰고 이번주 화요일부터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화요일, 수요일 이틀동안 엉엉 울면서 퇴근하였고 그 사연이 넘 속상해서 글을 올립니다.
7, 8월 두 달동안 병원에서는 안 좋은 얘기만 하고 임신 합병증이란 합병증은 모조리 나타나고 누구나 그러겠지만 힘들었고 하루종일 기도만 하고 살았습니다.(저는 불교~) 몸이 아프고 못 먹는 것은 제가 가루가 되더라도 참을 수 있지만, 아기만큼은 어떻게든 건강하게 지키려고 정말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임산부 중 15%가 본인의 건강상태와는 달리 그런 힘든 상황이 된다는데 제가 그러하였고, 다행히 지금은 혈흔도 멈추고 어느정도 인간(?)답게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은 힘듭니다..
친정식구들은 멀리 있어서 믿을 건 남편과 시어머님 밖에 없는데, 시어머님은 제가 평소에 많이 의지하는 좋은 분입니다. (시댁은 15분 거리~)
시어머님은 큰 사업을 하시는데 여름이면 정말정말 바쁘십니다. 새벽에 나가 밤늦게 오시고 그동안 저도 시댁엔 전혀 못 가봐서 사실 어머님은 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잘 모르셨습니다. 또 걱정하실까봐 얘기하기도 좀 그랬구요.. 어른들은 보통 그러하듯이 누구나 다 하는 임신, 잘 못 먹고 오바이트나 하겠지,, 그런 정도로만 생각하셨어요..
그런데 이번에 임신이란 것이 가족 협조 없이는 너무 힘들다는 걸 알게 되어서 어머님께 다 말씀드리고 도움을 구하고자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제가 힘들다는 말만 꺼내면 얘기를 피하시고, 피식피식 그냥 웃어넘기시고, 너보다 힘든 사람은 국회의원을 낳았네 어쩌네 그런 말씀만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남편에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어머님께 내 상황을 좀 잘 말해 달라구요.
그게 바로 첫 출근한 화요일이었습니다.
그날 첫 출근하고 잘 다녀왔다는 인사겸해서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미안해 하시면서 몇 가지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마침 신랑이 데리러 와서 신랑차로 퇴근 중이었던지라 흔쾌히 심부름을 해드렸는데, 차가 워낙 막혀서 아파트 주차창에 도착하니 8시 더군요. (퇴근은 6시고, 평소 같은면 6시 30분엔 침대에 눕습니다.)
저는 그냥 차에만 있었지만, 그것도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서 주차장에서부터 엉엉 울면서 집에 들어갔습니다.
차 타는게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나도 모르게 엉엉 울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신랑에게 내가 이렇게 힘든 상황이니 어머님께 대신 잘 좀 얘기해달라고 부탁을 했던 겁니다.
근데 신랑은 그러기가 싫었나 봐요. 울 엄마가 어련히 다 잘 아실텐데, 그리 수선을 피우고 싶냐고 하더군요.
그래도 잘 타일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수요일이 되었고, 역시 신랑이 데리러 왔습니다.
그 전날 그리 울고 아프고 그래서 밤에 잠을 잘 못 잤고, 또 회사에선 클레임 고객들 때문에 책상에 몰래 숨어 찔끔 거리며 일했습니다. 그래서 누가 건들기만 하면 또 통곡할 기분입니다.
암튼 집에 가면서 어머님과 통화했는지 물어봤는데 통화는 했지만, 내가 부탁한 얘기는 안했데요. 별로 하고 싶지가 않데요. 저보고 또 수선쟁이래요.
어찌나 서운한지, 안 그래도 속상한 마음에 또 펑펑 울면서 집에 갔어요.
눈물이 나면 그냥 울라면서요. 그래서 침대에서도 그냥 울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안방문을 열어 둔 채로 신랑이 어머님과 통화를 하더군요.. 저 들으라는 듯이.. 그리고 그 통화 내용은...
"**이가 어제 엄마 심부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세요? 집에 오면서 펑펑 울고 왔어요. 근데 그걸 엄마한테 말하라고 자꾸 시켜요. 엄마는 자기 힘든 거 전혀 모르니까 알아야 한다며 자꾸 시켜요. 내가 엄마한테 말 안하니까 오늘도 와서 저리 울고 있어요 등등"
이게 인간입니까? 남편이라고 있는게 바보 멍청이도 아니고 내가 시켰다고, 그것도 안방문 열어놓고 나 들으라는 듯이,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더군요.. 단순히 심부름 했던 일이 원망스럽다는게 아니라 제 몸 상태를 알려드리고 부탁한 건데, 저리 말하더군요.
저 완전히 시댁에 망신살 뻗치고, 심부름 시킨 어머님 원망하는 며느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몰라요, 뭐가 어쨌다고 저러는지... 쟤 이상한거 같애~.. 나 힘들어 죽겠네.."
이 말에 저 통곡했습니다..
제가 이상한가요? 임신하고 힘든 게 제 잘못인가요? 임신은 혼자 하나요? 제가 무슨 정신병자인가요? 신랑이 힘들면 저보다 힘들까요? 제가 무슨 꾀병이라도 부렸나요? 내가 누구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데, 남편이라는 인간이...
신랑이랑 싸워도 걱정하실까봐, 친정에는 잘 말 안하잖아요.
엄마한테 전화도 못 하고 혼자 울다가, 너무 속상해서 직장에 있는 언니한테 전화했습니다.
내가 꺽꺽 울면서 이런 얘기를 하니 그래도 친언니라고 안타까워하며, 네 잘못 아니다, 임신하면 누구나 힘들다, 넌 누구보다도 대우 받아야할 처지니까 당당해지고, 시댁 눈치도 보지 말고, 제부한테도 당당하게 따져라, 이렇게 위로하더군요.
한 두시간 정도 지나 신랑을 불러서 한판 했습니다.
자기도 말 실수 한거 같다며 다시 전화해서 정정한데요..
바보 아닌가요? 이미 내 뱉은 말 뭐라고 정정할려고? 사실은 **이가 안 시켰어요? 이럴건가?
믿을 건 나와 아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돈이 있어야 당당할테니 아무리 힘들어도 회사는 꼭 다녀야겠고, 남편은 말 그대로 남의 편인듯 합니다. 이제 다 필요 없어요..
시어머님께는 뭐라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눈치 보는게 아니라, 네 상황도 알려야 하겠고, 오해도 풀고 싶습니다.
그냥 모른 척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태연히 넘어갈지, 얘기를 해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1. ...
'07.9.21 1:03 PM (210.95.xxx.240)어휴...
ㅠ.ㅠ2. 진짜
'07.9.21 1:10 PM (125.178.xxx.152)남자들은 시나리오 써주면서 그대로 읽어라~ 해야 할거 같습니다.
지가 안 아파서 그럽니다..
지가 아프면 벌써 자리 누워서 여럿 잡았겠지요..
애는 그냥 낳는건지..
그래도 가르쳐야지 어쩌겠어요.. 저도 맨날 울면서 입덧기간 지나서 (맨날 통곡해서 밑에층
사람들 저리 어찌 사뉴.. 했을지도..) 님 상태를 알지요..
좀만 지나면 괜찮아지고.. 전 4개월 딱 돼는날 한약 먹었어요. 입덧에 많이 도움이 됐어요
(아님 못 살았지요.. ㅠㅠ)3. ..
'07.9.21 1:11 PM (121.183.xxx.21)님아..세상에는 더못한 남편들도 있어요..전 임신 9개월때 집나가라고 했고 울애기는 태명하나 없이 태어났어요..그래도 뱃속에서 울아가가 건강하게 태어난거 보면그저 감사할뿐입니다..님..다 생각접고..그냥 애기만 생각하세요..진짜요.............
4. 히유~
'07.9.21 1:18 PM (220.230.xxx.186)저걸 걍... 쥐어 박을 수도 없고...(내 동생이라면)
남자들은 왜 그렇게 철이 늦게 드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20년 넘은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면 남편이 중간에서 말만 잘 관리했어도
시집하고의 관계가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들 결혼 전에 신랑수업이라는 게 꼭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학원이라도 생겼음 좋겠어요.
하나 있는 울 아들은 일찍부터도 신랑수업 시키고 있습니다.
한판이 아니라 열판이라도 붙으세요. 꼭 교정이 필요한 부분입니다.5. 에효
'07.9.21 1:30 PM (203.132.xxx.148)무슨 세살짜리 애도 아니고, 정말 대책없고 답답하시겠어요.
저희 남편도 눈치란것이 너무 없어서 가끔은 저런 상태로 사회생활은 어찌하고
월급은 빠지지 않고, 매달 주는거 보면 신기할정도에요.
그런 철없는 남편은 자기가 함부로 입을 놀려서 얼마나 집안이 시끄러워지고
자기도 중간에껴서 많이 힘들어져야 좀 자중할듯 하네요. 지금 상태를 봐선, 자기가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 같아요. 저도 제동생이면 엎어놓고 팰꺼에요.6. ,,,
'07.9.21 1:34 PM (211.207.xxx.233)맙소사.. 전 지금 13주인데..
저도 지난 기간 동안 마음졸이며 매주 병원 다녀서
어떤 상황이신지 충분히 이해되요;;
안 좋으셨을때 신랑분이랑 같이 병원 안 가셨었어요?
전 밤중에 그런적 있어서 병원갔더니
당직 남자 의사선생님이 신랑이랑 초음파도 보여주고,
심각성 알려주면서 신랑한테도 겁 잔뜩 줬는데..
신랑 앉혀놓고 조심조심 가르치세요!
서로 기분 안 상하게;;
시댁에 전화할때 내 입장 생각해달라고..
어떻게 얘기해야 신랑, 부인, 시댁, 친정에 모두 화평을 가져다 주는건지
생각해보고 전화하라고 가르치세요..
힘내세요!!
내년 3월 초 출산이시겠네요!!
우리 건강한 아기 낳아요!! :)7. 당당하게
'07.9.21 3:29 PM (125.177.xxx.156)원글님이 시모님께 말씀드리세요. 죄짓는 것도 아니고 숨길일도 아니죠.
시모님이 원글님께 심부름 시키셨다고 하셨죠?
왜 아들이 아닌 며느리 일까요?
며느리가 더 편해서 (아니 만만하다는 말이 더 정확하지요) 그럴 겁니다.
저희집에도 그런 시어머님 있거든요.
좋으신 분인데 아들은 좀 무서워하고 며느리는 만만하게 보시죠
아들이 혹시 당신 싫어하실까봐 몸을 많이 사리시죠.
이상한 성격인 분 아니시고, 아들도 순한 남자인데 단지 말을 잘 못하고 하기 싫어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뭐든 꼭 제게 말씀하세요.
입장 곤란한 대답도 꼭 제입을 통해 들어야 하시죠.
같은 말이라도 아들이 한것과, 며느리가 한것은 다르쟎아요?
근데..원글님 남편도 어지간히 말하기 싫어하는 아들인가봅니다.
원글님이 자세히 말씀 드리세요.
겪어보지도 않은 남편이 아이가 어떤 상태이고, 원글님이 겪는 고통이 어떤지
자세히 묘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원글님 입장 생각해서 잘 포장해서 말할 재주도 없고
그냥 "몸 안좋아요" 이런 한마디 말 밖에 할 능력이 없어요.
그러니 원글님이 잘 말씀드리는게 원글님께 더 나을 거예요.
저도 시모님과 말하다 상처 많이 받아서 더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나마 남편은 아무말도 안하니....혼자서 오해도 잘하세요.
예를 들어 지난주 시댁방문 못한 이유에 대해서 아이가 아팠는데 좀 괜찮아져서 나가려고 했는데 비가와서 못갔다
라고 말한것도 아무 말없이 그냥 넘어가는것과 며느리에 대한 오해가 다르거든요.
왜 그렇게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아놓고도 서운하네 마네... 혼자서 오해는 많이 하시더라구요.
어쨌든 원글님이 전화 해서 말씀 드리는게 나을 것 같아요8. 눈물
'07.9.22 10:03 PM (61.100.xxx.51)아기를 가지면 감정의기복이 심해지나봅니다. 저도 평소라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서럽고 화나고 눈물나고........ 이럴때 남편이 조금만 따뜻하게 해줘도 감동하는데 원글님의 남편분은 좀 철이없으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