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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주절주절 조회수 : 1,780
작성일 : 2006-12-22 16:27:15
가판대에 놓여 있는 2,500원 짜리 팬티....
햄팬티가 그정도 가격이면 정말 훌륭한데
게다가 화사한 꽃문양까지....
두어장 살까 망설이다 다시 놓았다.

그깟 오천원에 뒤돌아서는 내 모습이 처량하여
"픽"하고는 쓴웃음이 났다.

서너밤만 지내면 마흔인데,
대학졸업 이후 한시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난 아직 경제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얻지 못했다.

가난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남자라 믿고 결혼을
했건만 현실은 냉혹했고, 나의 믿음은 도끼로
발등을 찧고 만 여자의 넋두리로 변했다.

가진 것 없이 자격지심만 가득한 시어머니,
연이은 남편의 실직과 외도. 따뜻했던 그 마음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여인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던거다. 게다가 낭비와 사치... 방탕한
시간을 나 몰래 엔조이하고 있었던 걸 결혼4년째
접어들어 알게되었다.  그 후로 또 7년.....


십년간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했고, 그 십년간
혼자서 가정을 꾸려야 했고, 몸도 마음도 온전하지 못한
내가 상처투성이로 버림받은 내가 화사하게 밝은
얼굴로 가장하며 직장생활이란 걸 해야했다.
먹고는 살아야 했으므로....

웬만한 가장 벌이 만큼은 되었지만 빚으로 시작했던
생활기반이었던 지라 표나지 않게 줄이고 조이고,
굶주린 생활의 연속이었다.

달랑 아이 하나 키우며 맞벌이하는 집이니 당연히 여유가
넘쳐나는 것으로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 사정 말하고
싶지 않아 "표나지" 않게 하는 내핍의 시간은 정신적인
고통까지 동반했다.

남편이 저질러 놓은 빚들, 내 손 한번 거쳐 가지 않은
그 많은 돈을 갚아야 했고,  아이를 키워야 했고,
직장에서도 살아남아야 했다.  

어느정도 빚을 가리고 난 이후는 대출받아 장만한
아파트 대출 상환과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의 교육비에
쪼들려 경제적인 여유란 걸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 대출 상환도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내 마음에는
아직도 여유가 없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온 내게 참혹한 시련을 던져 준 세상이
싫고, 그 간 겪어야 했던 암흑같은 시간과 나와 내 아이를
버린 그 사람을 마음열어 이해하고 용서할 자신이
없다.

2007년, 2008년에는 지금 보다 경제적으로는 분명 나아질
것이다. 오천원, 만원 조차도 두번 세번 생각해야만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경제적 여유와 함께
마음의 여유까지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
IP : 221.155.xxx.17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힘내세요
    '06.12.22 4:36 PM (219.255.xxx.250)

    홧팅입니다..
    당연 금전적으로 여유있는날이 옵니다..

  • 2. ...
    '06.12.22 4:38 PM (125.248.xxx.194)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담담하게...

    그간의 시간들이 참으로 부당하고 억울하고 힘겨운 나날이었음을
    저도 많이 공감합니다.

    님의 글에 묻어 저도 내년,내후년에는 경제적으로도 마음으로도
    여유있고 행복하고 싶습니다.

    기운네세요^^!!!!

  • 3. ......
    '06.12.22 4:38 PM (211.181.xxx.20)

    토닥토닥.. 그동안 심적으로 많이 힘드셨겠어요.
    반드시 마음의 여유를 찾으실 날이 올거에요. 힘내세요.

  • 4. 마음으로나마
    '06.12.22 4:42 PM (211.173.xxx.130)

    화이팅~! 하고 외쳐드릴께요.
    힘내시구요, 무엇보다 건강하세요!!

  • 5. 힘내시라고~
    '06.12.22 4:48 PM (128.134.xxx.5)

    용기를 내시고..
    내년엔 더욱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얼마나 답답 하실까마는...
    조금씩은 자신을 위해서 투자도 하시고요..
    허리띠를 너무 꽉 조이면 숨이막히잖아요..에혀~

    내년엔 활짝 웃음짓는 날이 오기를 기도할께요..^^

  • 6. 같은 입장..
    '06.12.22 5:14 PM (59.6.xxx.20)

    같은 처지라 로긴했습니다. 남편의 외도없다는 거 빼고는 저랑 같네요..
    제 나이 41,,아직도 허덕허덕 댑니다... 대출만땅으로 산 아파트 상환하고 하나 있는 아들 뒷바라지에
    헉헉.....거기에 시댁 일까지..

    남들은 맞벌이니 당연 여유있으리라 생각하고 말을 하고...
    모라 얘기할 수도 없고..

    저도 내년이면 나아질까, 그렇게 살고 있지만, 솔직히 점점 아득해져가는 기분이 듭니다.
    체력은 따라주질 않고, 회사에서 제 위치란 건 늘 위태위태한데....

    솔직히 부모잘 만나고, 남편 잘 만난 여자들이 제일 부러울 뿐입니다... 나도 한 때는 꿈도,비전도 있었는데..

  • 7. 김수열
    '06.12.22 5:22 PM (59.24.xxx.57)

    어느 집이든, 속으로 아픈데 없는 집은 없대요.
    저도 남들이 보면 저여자는 무슨 문제가 있을까...하지만, 그야 모르는거죠...^^
    저는 님과는 다른 종류의 문제로 지난 4년이 꿈결같아요.
    결국 올해에도 해결못하고(안되고) 넘어갑니다.
    자라나는 아이들 보면서 마음 다잡는거죠 뭐...
    우리 같이 힘내요!

  • 8. 화이팅
    '06.12.22 5:32 PM (61.78.xxx.130)

    한 편의 수필처럼...글을 들여다 봤습니다.
    힘내세요. 강하신 분이니까 잘 이겨내실겁니다..
    곧..좋은 날이 올 겁니다.
    화이팅!

  • 9. 힘내세요
    '06.12.22 6:14 PM (125.143.xxx.249)

    작년 올해 너무 힘듭니다
    거기다 맏며느리로서 형제랑 시부모님까지.
    처음은 자신감이라도 있어서 한발 한발 내 딛었다가
    갑자기 내리치니 절망 이라는 단어 밖에 안 떠 오릅니다

    올해 유난히 결혼식이 많죠?
    그때 예식장에서 내게도 저 시절이 있었고
    금전적 문제는 있지만 자상한 남편도 있고
    남들이 괜찮은 자식이라고 추겨 세워주는 대학생 자식도 있고.

    그래 힘 내서 지금처럼 또 열심히 살아보자
    그리고 사랑하는 내 자식들
    예식장에서 엄마 없는 빈 자리 만들지 말아야지
    요즘 이렇게 마음 다잡고 있습니다

    다들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답답한 집들 많습니다
    저 역시도 남들은 뭐가 걱정이야 합니다

  • 10. 강하시네요
    '06.12.22 7:42 PM (219.255.xxx.61)

    잘 이겨내실꺼예요.
    화이팅

  • 11. 토닥토닥
    '06.12.22 11:37 PM (221.143.xxx.172)

    저랑 비슷하신것 같아요.
    힘들고 아프고 어려워도 결코 티내지 않기.
    자존심 강한 사람들의 특징이죠.
    티내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에 의연하게 보이는게 그나마 나를 지키는 것.

    힘내세요. 인생은 장거리 여행이니, 꼭 좋은 일이 일어날거예요.

  • 12.
    '06.12.25 3:21 PM (211.201.xxx.63)

    누구나 들여다보면..다들 한 사연이 있지만
    저도 님글중 가진거 없이 자격지심으로 뭉친 시어머니..
    많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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