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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아보니...

럭키 조회수 : 1,342
작성일 : 2004-12-16 00:28:03
이민을 준비하던 90년대 말엔 밤낮도 없는 지긋지긋한 회사생활과, 불합리에 무심한 사람들과 그걸 알면서도 한마디 할수없고 그저 따를수밖에 없었던 못난 나를 책하며 새 세상에 가서 온전한 나로 살리라, 하며 대한민국을 떠날 결심을 했었죠.

떠날땐 정말 홀가분 했어요. 이젠 이 볼성 사나운 부조리,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을 벗어나 한번이라도 더 웃고, 내 자식, 내 남편 옷매무새 한번 더 봐줄 수 있겠지,하는 맘으로 떠나왔었죠.

그리고 지금, 2004년을 보내는 현재.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어, 미쳤어, 모두가 정상이 아냐, 강간 천국, 뇌물천국 하면서 이젠 오히려 아주 자극적인 사건이 아니면 오히려 무덤덤 할수도 있는 이 시점에서 내나라를 떠난 제 마음이 어떤 배신감으로 아주 우울하네요.

전 기가 허하다고 해야할까? 유난히 예민해요.
방송서 나오는 사건 사고도 바로 우리집과 연결시켜 상상해보곤 파르르 떨곤하죠. 그리고 그 불안함에 식구들이 무사히 집에 올때까지 안절부절 못한답니다.

여기도 제 맘을 평화롭게 하진 못하더군요.
작년엔 제 아이 만한 여자아이가 잠자는 사이 유괴되어 죽는 사건이 있었고, 그래서 한동안 아이를 곁에두고 자야 잠이들수 있었구요, 부모없는 조카 둘을 애기때부터 데려와 키운 사람들, 지금 13살, 11살이 될때까지 기저귀 채우고 애기 침대에 발을 사슬로 묶어 키운 사람들이 있었어요. 걔네들 때릴땐 양말을 물렸다고 하더군요. 그 아이들의 삶을 어찌해야 할까요?

캐나다가 총기소지는 안되는데 미국서 몰래들여온 총으로 고속도로 달리는 도중에 총에 맞아 죽는가 하면, 샌드위치 가게에서 줄서다가, 하교길 버스안에서 총맞은 사건도 있었죠.

성범죄도 마찬가지구요,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 되는 마당에 뉴스마다 남자들끼리, 혹은 여자들끼리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며 키스를 할때면 정말 너무나도 절망입니다.

대한민국은 캐나다의 1/100  땅덩어리에 거의 같은 4천만의 인구입니다. 그 정도의 인구면 우리가 상상할수 있는 온갖 잔인한 일은 다 일어날 수 있다고 봐요.

여긴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 일단 그렇게 부딪히지 않을 뿐...오히려 무슨 살인 사건이 일어나도 찾을길이 없죠.

대한민국만 아니면 어디라도 좋아,  여기를 실락원이라 믿었던 제가 못난이였단걸 인정하기까지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그래요, 우리가 살고있는 21세기는 어디나 비슷한 환경속에, 쇼킹한 사건 사고속에 그저 우리가족이 무사하길 기도하고, 같이 살고있음을 매일 감사해야 하는거, 이것이 지금 우리의 최선인거 같아요.

좀 더 위로가 된다면 기원전의 문헌속에도 이런 일들을 찾을수 있고, 또한 지금의 우리들처럼 말세야, 말세하며 혀를 끌끌 찼다죠?

얼마전 제 남편이 희한한 얘기를 하더군요.
공룡은 이미 멸종을 해버렸지만 걔네들은 이 지구를 억만년을 살았고, 지배했대요. 근데 뭐냐구, 인간은 기껏 몇만년정도 살면서 머리를 쓰는 영장류라 우리가 지구의 주인인양 살고 있지만 착각하고 있다는 거죠.

공룡의 관점으로 보면 사실 이 인간이란것이 공룡이 지배할당시 수없이 생겼다가 멸종된 미물중의 하나밖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죠. 다른 시대에 나타난것을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해야 겠죠.

걔네들 발에 밟혀 지나가는 개미 한마리 정도밖엔 안될거래요. 인간이...

참 발상이 재밌기도 했지만 맘이 편해지데요.

아웅다웅 살지 않아도 되겠다는 거, 큰 일에도 슬퍼하거나 놀랠 필요가 없겠다는 거였어요. 그러고보면 저 참 단순해요.

우리모두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되, 공룡발에 안 밟힌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이 세상과 작별할때까지 잘 살아 봅시다.

결론이 참 이상하게 됐지만...  
IP : 69.192.xxx.5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려라하니
    '04.12.16 12:35 AM (218.152.xxx.204)

    네!
    공감이 갑니다....
    홧팅!!!!!!

  • 2. *
    '04.12.16 12:37 AM (222.106.xxx.184)

    저도 여러 나라에서 살아봤지만, 생각하기 싫은 흉악한 일들, 많고 많아요..
    길 가는 행인의 팔을 자르고 가방을 훔쳐가는 도둑들, 자식을 팔아먹는 부모, 강간 피해자가 오히려 상해를 입고. 뇌물도 필요없이 술한병이면 (금주국임) 어떠한 부정부패도 이루어질 수 있고, 변태적 성행각이 당연시되고.. 이 세상에는 정말 가지각색의 일들이 많고도 많더라구요.

    범죄율이 낮고 생활방식이 쿨하고 독립적인 선진국이라고 해도, 그네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은 the coolest of all~한 한국인이라도 그네들과는 또 안맞는 부분이 있어서 힘들지요. 사실, 나에게 닥칠 확률이 낮은 범죄 같은 얘기들보다도, 그런 '안맞음'들이 더 힘들어요 사는 데 있어서는..

    대한민국에서만 정떨어질 만큼 엽기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부정부패, 사회부조리가 여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요.
    어디서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의 비율은,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어느 정도로 일정한 것 같아요..

  • 3. 준성맘
    '04.12.16 12:56 AM (211.41.xxx.234)

    저도 항상 사건사고만 들으면 불안해요. 남편이 걱정을 안고 산다고 핀잔주지만 꼭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모두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어요. 이상한 사건사고들 생기지 않구요.

  • 4. 수레바퀴
    '04.12.16 3:37 AM (211.212.xxx.34)

    동성"애"를 유괴나 살인같은 범죄와 동일선상에서 생각하는 것 역시 불합리한 편견이라 생각합니다.
    누굴 해꼬지 한 것도 아닌데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저런 말을 들어야 하는 그들이 가엾군요.

  • 5. 동감
    '04.12.16 6:30 AM (62.147.xxx.234)

    저도 외국에(유럽) 살면서 한국만큼 정도 많은 나라는 없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 하면서 산답니다.
    물론 생각하기도 싫은사건들 소식들으면 정말 속상하지만 어느나라나 다 겪는 문제들이지요..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만 그런것도 아니구요.

    어느 나라나 각자의 모순점들을 안고 사는것 같아요.

    유럽도 요즘 페도필리때문에 말이 많지요. 조직이 따로 있어 아이들을 조직적으로 납치해 파는데도 경찰은 속수 무책이지요.
    납치된 남자 아이 여자아이들의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면 정말 그자리에서 구역질이 나올 정도라니...정말 어쩌다가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

    그래서 그런지 여기는 낮선 사람들이 자기들 아이 만지는걸 무척 싫어합니다.

    전 아이들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는 정말 분노 합니다.

    제 생각은 이럴때일수록 더욱 주변에 사랑을 주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악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이아닐까요...
    정말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그때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6. 그렇겠죠
    '04.12.16 7:02 AM (211.201.xxx.72)

    사람사는곳 어디나 완벽한 천국 같은 곳은 없다는거..
    인정하지만..
    우리가 분노해야 할때 분노하는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나마 좋아지고 바뀔것 아니에요?
    지구촌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니 당연시 하고 침묵만 지킨다는건 좋은게 아니죠.
    저는 이번 사건이 많은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환기시켰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내 딸..내 자식이 사는 미래는 좀더 좋아질거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이 좀더 이슈화 되길 바래봅니다.

  • 7. 근데
    '04.12.16 9:31 AM (202.30.xxx.200)

    너무 비관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시는듯...
    실락원은 어디에도 없구요,
    성격 너무 예민하면 어느 사회에 속하셔도 비슷 할것 같아요.

  • 8. 잠깐
    '04.12.16 10:27 AM (194.80.xxx.10)

    한국사회도 따지고 들면 문제 많지 않을까요?
    적어도, 외국에 계시니까, 시댁식구와의 갈등...이런 걸로부터는 좀 자유롭잖아요?
    제가 아는 분은 외국생활 힘들어도 외국이 더 좋다 하더군요.
    여기서는 우리 식구들만 챙기면 된다고...
    그리고 애들이 학교 가는 것을 너무 즐거워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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