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운하도 많고 오래동안 물과 싸워 온 민족인 탓인지 네덜란드에서는 만 3,4세부터 수영을 배우도록 되어 있다.
해서 우리 아이들도 이곳에 도착한지 3개월만에 수영장을 다니게 했다.
지도를 살펴보면 사방에서 스포츠 센터를 찾아 볼 수 있는데 내 경우는 가까운 수영장 3군데를 놔두고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꽤 먼(?) 곳을 택했다.
영어로 레슨하는 수영장을 가본 일이 있는데 적어도 1년 이상을 기다려야한단다.
우연히 큰 애 친구가 다니는 동네 더치 수영장 이야기를 듣고 한 번 따라 나섰다가 아이가 좋아하길래 바로 그날 등록을 해 버렸다.
아이가 잘 적응을 하는지 부모의 참관 아래 첫날은 무료라고 한 덕을 본 셈이다.
마침 빈 자리가 있어 바로 등록이 가능했고 영어 레슨이 한 달에 35유로 가까이였던 것에 비해 그 곳은 17.50유로였다.
다음 달 만 4세가 되자마자 둘째도 바로 등록을 시켜 둘이 같이 화요일마다 45분간 수영을 배운다.
아이들 허리까지 오는 정도의 깊이에서 놀듯이 배우는 거라 염려할 것이 전혀 없다.
또한 둘 다 어자피 영어든 더치어든 잘 못 알아 들을테니 눈치껏 따라하리라 짐작한대로 별 문제없이 잘 다니고 있고.
큰 애는 다닌지 7개월이 되자 Puppy 1이라는 자격증을 땄는데(노란 종이 한장 받는데 2.50 유로를 지불했으니 샀다고 해야하나?)아마 기초반에는 Puppy 1,2,3 단계가 있는 모양이다.
더치 초등학교 졸업반에서는 11월마다 수영 시험이 있어 옷을 입은채로 시험을 봐 A또는 B 자격증을 따 누구나 기초 실력을 갖춘 수영 선수가 된다고 한다.(자격증은 C,D,E까지 있다)
우리나라 식으로하자면 자유형을 먼저 배우고 멋지고 올바른 자세가 중요하겠지만 이곳은 다르다.
물에 뜨는 법을 먼저 배우기 때문에 배영을 먼저 시작하고 자세 또한 아이 따라 가지각색이라고 한다.
가끔 수영을 영어 레슨하는 곳으로 보내고 싶기도하지만 학교 공고난에 붙은 '수영 영어 레슨 45분,1번에 12.50유로'라는 문구에 아예 찾기를 포기해 버렸다.
2월 중순 네덜란드 도착.
3월초 학기 시작에 맞춰 International school of Hague 헤이그 인터네셔널 스쿨에 우리 딸은 만 5세로 1학년으로 입학을 했다.
하지만 운좋게(?)도 그 학기에 1학년이 너무 많아 밑학년인 Reception으로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 학기가 끝나고 받아온 성적은 형편없었다.
특별히 시험을 거친 성적표가 아니라 언어,수학,운동,활동 등 학교 생활에 대한 평가였는데 5단계 중 주로 뒤 쪽이 대부분이였다.
노력 요함.
8월에 시작한 다음 학기때 2학년 반으로 배정 받았기에 영어를 못하니 1학년으로 다시 보내 달라고 건의를 했다.
같은 반 친구 Annie 엄마가 2학년으로 가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아이보다 내가 더 스트레스를 받을것 같아서였다.
1학년이라 숙제도 없고(원한다면 영어 문장을 작은 노트에 쓰는 정도인데 의무적은 아니다) Reception과 다른 점은 영어 단어 카드와 얇은 책을 일주일마다 바꿔 받아오는 것이다.
나와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 과외를 따로 시키지도 않았고 영어 책을 열심히 읽히지도 못했다.
가끔 시간이 되면 받아오는 얇은 Oxford reading tree 책 속의 몇 문장을 베끼도록 했을 뿐이다.
하지만!
학교 생활10개월이 된 지금 민지는 영어 발음이 나보다 훨씬 좋다.
그리고 곧 그렇게 되겠지만 이미 어쩌면 나보다도 더 영어회화를 잘하고 있는지도.
스스로 아,난 바보인가봐~하는 비탄에 빠진 사건.
가끔 민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려면 다들 발레,음악,미술,수영,테니스 등 과외 활동으로 바쁘단다.
웬지 나도 피아노만큼은 시켜줘야할 것 같아 알아보니 집으로 와 주는 한국 선생님 레슨은 1시간 당 30유로 (약 5만원) 이상이라고.
이곳 음악학교 학생에게 배울 경우 시간당 15유로 이상.그러나 학교를 찾아 가서 레슨을 받아야하고 waiting list에 올려 놓고 차례가 올 때를 기다려야한다.
다른 악기 레슨이 한국보다 싼 것에 비해 유독 피아노 레슨만이 비싸다나.
시키는 김에 둘째도 같이 시키고 싶어 한국 선생님을 택할까,싶었다.피아노 레슨은 말을 제대로 알아 들어야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러다 민지 친구 Jessica(나이지리아에서 왔다)의 보모에게 정보를 얻어 집 가까이 센트럼에 사는 피아노 선생 Diana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영어로 가르칠 수 있댄다.물론 우리가 선생집으로 가야한다.
만 4세인 필립은 너무 어리고 민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다행이 Daina는 빈 시간이 있는 모양으로 바로 다음주에 시간을 정해줬다.
30분당 14유로.1달이면 53유로.
늘상 듣는 바에 의하면 뭐든 waiting이 길다는데 운이 좋은건지.
레슨날.
처음 피아노 앞에 나도 따라 민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통역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Diana가 가르치는데 방해가 되니 일단 뒤에서 기다리랜다.
네가 좋아하는 동요를 불러 보라니 아무 말 없는 민지를 보자 역시 영어로 배우는 것은 무리인가 싶었다.
다시 선생이 게임을 해 보자며 손바닥으로 박자 치기를 똑같이 따라하게 했다.
민지는 잘 따라했고 내가 또 못참고 나서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다 안다고 참견을 했다.(피아노 레슨을 위해 내가 가르쳤다)
선생은 민지에게 모든 건반의 도부터 시까지 다 찾아 치게 했다.
또한 눈을 감고 건반 하나 누른 것과 두 개,세 개를 눌러 화음을 구별할 줄 아는 가 테스트를 했다.
그리고 나에게 양해를 구한다.
영어식으로 도레미파...가 아니라 CDEF...로 가르쳐도 되겠냐는 것이다.
왜 안돼?
"Mary had a little lamb"이라는 짧은 동요를 배우고 숙제를 받았는데 민지가 모든 대답을 척척 잘 해서 사실 의외였다.
숙제도 첫날인데도 높은 음자리,낮은 음자리,박자에 대한 것이라 놀랬다.한꺼번에 너무 많이 배우는 거 아니야?
이곳에 온지 10개월,피아노는 처음이라고 한 것에 선생도 걱정을 약간 했던 모양으로 기대 이상 이해를 잘하는 민지를 칭찬하더니 다음에는 필립도 데리고 오랜다.
누나가 잘하니 동생도 잘 할 거라고 기대를 한 모양이다.
모든 엄마들이 아이들은 1년이면 영어로 수다를 떨게 된다고 했는데 정말이였다.
10개월만에 영어를 저리 잘하는 딸에게 나도 놀라 감탄함과 동시에 그에 비해 나는? 하며 내자신에게 우울해질밖에.
사실 나는 싼 가격을 찾아 레슨을 시키는 통에 더치 수영 그룹에 아이들을 넣었고 Diana를 찾게 된 것인데 전혀 후회가 없을 것 같다.
간혹 한국엄마들과 아이 레슨 문제 이야기가 나오면 그 열성에 나는 할 말이 없다.
내가 승마 배우는걸 안 몇 엄마들의 반응은 이랬다.
"아니 아이가 배워야지 어떻게 엄마가 할 생각을 다 해요?"
영어 튜터링은 시간당 40~50유로.
그외 수학,피아노,바이얼린......각종 악기,축구,수영,승마.테니스 등 과외 수업.(또 무슨 과외가 있을까? 난 모르겠다)
방학이면 그 먼 한국까지 학원을 다니러 가고 온갖 교재들을 바리바리 사가지고 돌아오는 엄마들도 있다.
그러니 늘 아이들 과외비로 생활이 쪼들리는건 당연하겠지.
더우기 이곳에서는 영어 레슨을 따로 찾아야하니 다른 것에 비해 늘 가격은 따따블.
싼 레슨을 찾아 찾아......
그렇다.
아줌마가 된 내 버릇 중의 하나는
"비싸다."
늘상 이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되풀이 된다.
한국엄마들과 이야기 할 때는 레슨비가 어쩌구 물가가 너무 비싸 뭘 못 사겠다느니 온통 비싸다는데에 척척 착착 맞장구이다.
한데 민지네 학교 엄마들과 이야기하다보면서 뭐든 비싸다고 정색을 하는 건 부끄럽게도 내가 제일 심하다는 걸 어느날 깨달았다.
각각 다른 나라에서 왔으며 스스럼없이 친한 사이도 아니고 언어 이해의 장벽도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그것은 정확히 크게 불평할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때문 아닐까?
너무 비싸다 싶으면 안 시키면 되는거고 자기 생활 능력에 맞게, 또는 정말 아이가 원해서,필요해서 시키는 거겠지.
또 영어권 아닌 타지에서 영어를 써야하는 곳에 차별이 당연히 있는, 일종의 공평일테니.
타지에서 살면서 불평까지 따따블?
한국에서 과외 시킨다고 아,싸네~하며 시킬 것도 아니면서.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따따블의 비극
김현주 조회수 : 877
작성일 : 2004-12-10 13:30:59
IP : 81.205.xxx.24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리모콘
'04.12.10 1:54 PM (211.36.xxx.94)전에 동남아 놀러 갔을 때 유럽 꼬마들이 수영을 엄청 잘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요...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우는구나..
그 아이들은 정말 수영을 하기보다는 호텔 수영장에서 물이랑
친숙하게 놀더군요...
자유형,배영, 접영 해가며 수영하는
사람들은 저밖에 없었어요....창피...2. -.-
'04.12.10 2:22 PM (81.205.xxx.243)흠...비씨다고 불평도 못하나요....에궁...
맞네여,아줌마가 되고부터는 맨날 다 비싸다거 타령...
웬케 변했징....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많은데....
내가 넘 높은 곳만 쳐다보면 사나....-.-;;3. 엘리사벳
'04.12.10 3:36 PM (218.49.xxx.9)어디에 살든 힘든건 모두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그래도 멋곳에서 멋진 삶을 사시길......4. beawoman
'04.12.10 7:38 PM (61.85.xxx.68)제 아이가 지금 5살이라 김현주님 글이 더 마음에 와닿네요
제가 잠깐 한 생각은 나라도 운동한다고 돈 덜이게 겉기운동 꾸준히 해볼까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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