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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남편이었지만....이젠 미워져요

파랑풍차 조회수 : 1,919
작성일 : 2004-11-10 10:15:23
어제가 결혼2주년 기념일이었답니다.
다정다감한 남편 덕에 다들 부러워하는 부부이지요.
전 아기 낳게되면서 직장을 1년간 휴직을 하고 지금은 전업주부이구요.
아들이 백일지난지가 열흘쯤 되네요. 남편은 6년차 연구원으로 일하고잇구요.
처음 결혼 1년은 정말 신혼 재미에 빠져 살았는데... 올 1년은 그야말로 힘들었습니다.
남편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지만 전 임신을 하고, 직장을 쉬고, 아기를 낳고 그러다보니 참 변한게 많습니다.
아기를 바라보는 순간은 너무 기쁘고 행복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힘들고 외롭네요.
남편은 주말이나 주일 가끔씩 집안일들이나 아기 돌보는 일들을 도와주곤 하지만 전적으로 책임지고 하는 건 제 몫인데요. 뭐, 어느 가정이나 그렇겠지만요.
아직 밤에 두세번씩 깨는 아들땜에 밤잠을 제대로 못자니 항상 피곤하고, 아이낳고 손목이 아파서 설거지도 버거울때가 있습니다. 아기가 잠안자고 보챌때 남편은 일하고 피곤하여 늦게 들어와 자기 바쁘고 저 역시 지친 몸이지만 아기랑 씨름을 하다 늦게 잠이 듭니다. 밤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제가 먼저 눈이 떠져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남편이 처음엔 한동안 한두번 일어나서 맡아주더니 요즘은 아예 할 생각도 안하고 잠만 잡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잠못잤지? 틈틈이 좀 자" 말은 참 다정하게 잘합니다.
뭐 그런식으로 임신했을때나 아기낳고 조리할때나 저 못자고 힘들때, 피곤하고 지쳐있을때 남편은 거의 자거나 자기 일하느라 바빴죠.
결혼기념일..작년엔 남편이 챙겨주었는데 내년엔 내가 챙기겠다 큰소리해놓고는...지금 아기땜에 정신없는 상황이다 보니 편지 한장도 못썼거든요. 그냥 밥시켜먹고 아이스크림케익 사왔길래 그거 같이 먹고 남편은 먼저 잠들고 전 아기 재우다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찌나 서러운지...
늘 말로만 사랑한다 하면 전부란 말인가요. 대체 뭘 사랑하는건지...
사랑한다면 아내를 아끼고 배려해줘야하는거잖아요.
만삭일때 밥세끼 거의 저혼자 챙겨먹었지요. 밤늦게 일하고오는 남편이라 불평도 마음놓고 못해봤는데... 자꾸 쌓이고 쌓여 이젠 말도 곱게 안나가더라구요. 산후 우울증일수도 있겠지요.
아이낳고 키우면서 비로소 든 생각이 역시 핏줄밖에 없구나 싶네요. 날 진정 걱정해주는 사람은 낳아주신 부모, 함께 커온 형제밖엔... 남편 역시 남일뿐인가봐요.
전엔 결혼하고서도 둘이 메일을 잘 주고받았는데 이젠 쓰고싶지도 않고, 쓸말도 없네요.
벌써 권태기인가요?
결혼 기념일을 보내면서 마음만 더 쓸쓸해집니다.


IP : 211.208.xxx.74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서나경
    '04.11.10 10:37 AM (61.32.xxx.33)

    아무리 잉꼬부부였어도 다들 그렇게 변해가요.. 권태기랄 수도 있겠구요, 아이 키우고 하느라 좀 지치신 것 같아요.

    세상에 영원한건 없거든요.

    님께는 아기가 있고 집안일이 있고 가다듬어야 할 자기자신이 있고, 남편께서는 직장생활 피곤하니 두 분 생활에 있어 결혼기념일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요.. 그냥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남편도 당연히 남이죠... 사랑은 자연스럽게 느껴진 거겠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맺은 인연인데 부모형제 관계와는 달리 노력해가야 하는거겠지요.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이라도 해주니 참 좋은 남편이신데요. 저는 무척 부러워요.)

    그래도 마음에 쌓인게 있고 그러시죠..
    메일자주 쓰셨다니까 남편한테 메일 써보세요. 쓸말이 없다고 하셨죠. 제 생각에는 구구절절 내 마음을 다 표현하려 하지 말고, 위에 쓰신 글의 일부만, 짧게, 써보시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요.

    '밤늦게 일하고 오는 당신이라 말을 못했는데, 요즘 산후우울증 비슷한 감정도 오는 것 같고, 결혼기념일날 생활에 지쳐 그렇게 넘어간 것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더라...' 하면서요. 그냥 짧게만요.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시는 남편분이시라면 님의 마음 조금은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허접답글이네요.

  • 2. 미스테리
    '04.11.10 10:37 AM (220.118.xxx.208)

    제 얘긴줄 알았어요...ㅋㅋ

    전,넘 예민한 남편땜에 전 아예 다른방에서 아기랑 잤답니다...
    저녁내내 잘 자고 아기가 새벽 6시쯤 울어서 우유 먹였는데 일어나더니 하는말이
    "애가 밤새 울어서 잠을 못잤다나요..^^;;"

    울 남편에게 하루는 그랬죠...말로만 힘들겠다, 틈틈히 쉬어라..하지 말고
    내가 쉬도록 애를 한시간이라도 좀 띠어놓고 봐주라...
    그러고는 이제는 퇴근하면 전 아예 아이를 아빠에게 놓고 컴터 했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아이가 좀 크면 아빠가 봐주기도 좋고, 좀 나아지실꺼예요^^

  • 3. ...
    '04.11.10 10:46 AM (211.201.xxx.229)

    출산후 우울증이라는것도 있대요..
    베이비 블루스라고..혹시 그런것 아닌가요?
    그리고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도 있대요..
    심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남편이 아빠노릇이나 남편 노릇을 제대로 못할때
    더 심해지는듯 합니다..
    혼자의 짐이 너무 무겁다고 느끼는것 이죠..

  • 4. teresah
    '04.11.10 10:59 AM (218.51.xxx.245)

    일종의 육아 스트레스에요
    저두 그런데요 어쩔 수 없어요
    내가 스스로 기분전환하면서 사는수밖에요
    애기 좀 크면 문화센터나 짐보리 같은데 다니면서 비슷한 처지의 애기엄마들 만나시고 애기 있는 친구도 만나시고 하면 훨씬 나아지실 거에요

  • 5. 마음
    '04.11.10 11:11 AM (61.255.xxx.205)

    저도 출산후 우울정이 굉장히 심했다죠.
    원글님 말대로 남편은 그저 결혼해서 어느날 아내 배가 불러오고, 또 어느 날 갓난 아이가 생기는 변화 뿐이지만, 여자는 몸으로 그 변화를 다 겪어내니....
    똑같이 잘나가다가도 엎어져 쉬어야만 하는 기분이랄까...
    남편이 얄미워지죠.
    전 남편이 회사에서 뭔 일 잘했다고 상받아와도 약만 오르더라구요.
    난 지금 퉁퉁 부어서 이러고 있는데...하는 기분.

    하지만, 1년 휴직이시라니 아이에게 온 시간을 다 내줄 수 있는 기간도 짧다면 짧습니다.
    남자들은 일일이 꼭꼭 집어주지 않으면 모를 때가 많잖아요.
    사랑한다고, 그래도 말로라도 잠 못잤냐고 물어보는 남편이면 그래도 좋은 남편에 속합니다.
    도움을 받고 싶으면 어떤 어떤 부분은 좀 당신이 맡아달라 하십시오.

    전 입덧 이후로 아이가 큰 지금까지 음식물 쓰레기 제가 안버리구요, 화장실 청소도 제가 안합니다.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버리기, 화장실 청소 같은 건 남편 몫으로 정해줬어요.

    이제 아이가 백일이면 아빠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지만, 조금 더 커서 활동량이 많아지면 아빠가 놀아줄 일도 많죠. 책도 보여줄 수 있고...
    지금 원글님의 마음 그대로 말씀 하세요. 투정은 하지 마시구요.
    힘든거 알겠지 해도 말 안하면 절실하게 느끼지 못한답니다. 상대방은요.

  • 6. 그래도
    '04.11.10 12:18 PM (210.178.xxx.187)

    좋은 남편이십니다.
    저는 맞벌이지만 퇴근해서 저녁밥에 설거지에 청소에...
    잘때 물론 제가 우유먹이고.....(갑자기 슬퍼지네)
    그렇게 년년생 아들을 둘 키웠습니다.
    지금도 6살,5살이라 손이 많이 가지만 ..
    지금 남편은 아이들은 잘 봐줍니다.
    제가 보기에 남편분은 지극히 정상이예요(우리나라 평균 남성의 사고방식 기준)
    바람쐬러도 못나가고 ... 맛있는 것 시켜서 드세요.
    저는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식사중....
    오늘은 뜨뜻한 칼국수가 먹고 싶은데 나가기도 귀찮고 도시락 싸온것도 있으니..

  • 7. ...
    '04.11.10 12:55 PM (210.92.xxx.237)

    먹고사는게 그냥되는줄 아는 철부지..

  • 8. ...님
    '04.11.10 1:18 PM (203.235.xxx.95)

    그럼 남편이란 자기 새끼는 그냥 저절로 크는 줄 아는 파렴치인가요? -_-;
    말 좀 곱게 해주세요..

  • 9. ㅁㄴㅇㄹ
    '04.11.10 1:28 PM (61.32.xxx.33)

    "..."님 말씀도 맞고,
    "...님"님 말씀도 맞고.................

  • 10. 전업주부면서..
    '04.11.10 9:20 PM (220.117.xxx.223)

    이러는건 정말 투정인것 같아요.

    좀 속상할 수는 있지만 연구원이 얼마나 힘든데...

  • 11. 하얀
    '04.11.12 1:07 PM (203.244.xxx.34)

    일억 이상인 연봉자가 제일 많은 직장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건지 이나라.
    거기다 고대 경북라인이 가장 많은 회사라고도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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