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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난 여행.

blue violet 조회수 : 919
작성일 : 2004-11-10 08:55:14



40여년 살면서 혼자 떠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결혼하고 여행 좋아하는 남편 만나 수없이 떠나야 했던 여행들 ....
남편 덕분에 이곳 저곳 참 많이도 다녔지만 내 스타일의 여행이 아닌
주로 남편이 원하는 방식대로 다녔던 여행이었습니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기기를 원하는 저와 최대한 많은 곳을 보기 원하는
남편과 근본적으로 우리는 많이 달랐습니다.
어쩔때는 여행의 수준을 넘어 고행으로 느껴졌고 수행의경지로
이를 때쯤 우리의 부부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엔 잘 싸우지 않지만 즐거워야 할 여행에서 우리는 서로 원하는 것이  달라서 여행이 끝나갈 무렵
내가 화내는 걸 시작으로 싸움의 발단은 막이 올려지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남편도 이제는 어느정도 한발자욱 물러서서 많이 나아지긴했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전 많이 지쳐 재충전의 느낌보다는 극기훈련 다녀온 기분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이런 여행을 뒤로하고 혼자 정말 내 방식대로 내 소신대로 떠날 수 있다는 기쁨에 전 가기전부터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릅니다.
물론 유학간 딸을 만나러 가는 것이 주된 임무이긴 하지만 내 의견이 거의 반영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요.
두번 째 만난 런던의 가을은 나름대로 꽤 운치가 있었습니다.
2년전  여름 가족과 유럽 배낭여행 할 때 처음으로 들렸던 곳이 런던 이었지요.
그 때 도착하자마자 지하철로 시내 호텔에 도착해서 간단히 저녁먹고 야경 구경한다고 런던 아이로 달려가서 새벽 두시에 들어 온 것을 을 시작으로 3박4일 동안 박물관 국회의사당 미술관 케임브리지 대학 등등 이름이 난 곳은 정신없이 지하철로 기차로 버스로 도보로 다리가 아프도록 다녔습니다.
남들이 유명하다고 하는 웬만한 곳은 다 가봤지만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전 이번엔 런던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제가 가보고 싶었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장식 박물관)을 가서 테마별로 여유있게 보기도 하고
박물관 샵에서 10파운드(이만원정도)짜리 목걸이와  카드세트.크리스마스 장식품도 하나 사고  노천 카페에서 우아하게  스파게티도 먹었습니다.
길가 꽃집의 참  예쁜 꽃도 한참 구경하고 말린 라벤다 향도 맡아 보았습니다.
테이트 모던을 가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영국 사람들 구경하면서 열차를 기다렸습니다.
템스 강가를 걸으면서 테이트 모던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습니다.
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이 현대미술관은 여러 분야의 현대미술을 포괄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품을 오래 볼 수있도록 준비된 하얀색 접는 의자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로뎅의 키스란 작품이었지요.
강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다리를 건너는 기분은 썩 괜찮더군요.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박물관에서 만난 나이든 여자들의 자신감있는 지적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실제로 영국 할머니들은 책을 좋아하고  동네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하루는 꼼짝않고 잠만 잤습니다.
다 잊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보가 되는 것도 같았어요.
오랫만에(거의15년만에) IKEA구경도 갔습니다.
쇼핑센터 구경도 많이했습니다.(남편은 쇼핑센터 별로 안좋아함)
Nigella lawson의 예쁜 하늘색 그릇(정말 맘에 듦)도 구경하고 책방에서 요리책도 보고 한권 골랐습니다.
한참 구경하면서 옷도 몇개 건지고 코스트코도 가보고 큰슈퍼에서 쿠키재료도 골랐습니다.
다크쵸콜렛도 사고 과일차도 샀습니다.
해롯백화점에선 크리스마스 장식품도 원없이 구경하고 식품매장에서 다크브라우니도 한조각 사먹었습니다.영국 커피는 어딜가나 제 입맛에 맞더군요.맥도날드에서 파는 카푸치노와 시나몬토스터도 좋았어요.
그리고 열흘만에 돌아 왔습니다.
새로와진 느낌입니다.
내자신도 남편도  
집에 있던 아이는 그대로인것 같고
정말 재충전하고 온 그런 느낌입니다.
여행은 이래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언젠가 떠나게 될 그런 여행 그리며 준비하고 싶습니다.
IP : 219.252.xxx.8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blue violet
    '04.11.10 9:00 AM (219.252.xxx.81)

    다시 올려 리플이 지워져 미안해요.
    yuni님 준비하고간 음식들은 많이 남았더군요.
    손수 차려서 먹게 되니까 꼭 필요한 음식만 먹게 되나봐요.
    앞으로 여행 가실 분 저처럼 많이 준비 안해도 되요.

  • 2. 미스테리
    '04.11.10 9:24 AM (220.118.xxx.208)

    정말 멋진여행을 하고 오셨네요...부럽습니다...^^
    저도 때가 되면...

    저도 다시 올려요^^

  • 3. lyu
    '04.11.10 9:49 AM (220.118.xxx.28)

    저도 리플 달고 엔터키를 누르니 원글이 없다고 떠서 깜짝 놀랐답니다.
    꽉꽉 채워 오셨다니 좋으시겠어요.
    한동안 런던거리 눈앞에 삼삼하시겠어요.^^

  • 4. 다린엄마
    '04.11.10 11:10 AM (210.107.xxx.88)

    같은 일도 혼자서 해보면 다른 맛을 느낄수 있지요.
    여행, 함께 하는 것보다 그렇게 혼자서 하는 데에 참 맛이 있을것 같아요.
    따님은 어디서 공부하고 계신지...
    여행 얘기 더 해주세요~~

  • 5. 부러운..
    '04.11.10 11:15 AM (218.144.xxx.30)

    참으로 부러운 여행을 다녀오셨네요...
    제 남편도 님의 남편과 같은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에서 느낀겁니다..
    저도 여유로운 여행을 좋아하지만 유명 관광지를 꼭 돌아봐야하는 남편따라다니다가
    지치기도 많이 지쳤었지요...
    님처럼 저도 언젠가는 저 혼자만의 충전을 위한 여행을 할 수가 있겠지요?

  • 6. 마농
    '04.11.10 11:29 AM (61.84.xxx.28)

    부럽습니다...저도 남편과 원하는게 달라서 충돌이 많았었거든요.
    지금은 서로 많이 절충하게 되었지만...여전히 많은 부분 포기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블루바이올렛님 글이 더 부럽네요.

  • 7. 하코
    '04.11.10 12:09 PM (211.206.xxx.244)

    여행이라....그것도 혼자...언제 가보고 안가본것인지..
    돗자리 하나 들고 하늘보면서 누워있는게 젤 행복했는데...
    생각만해도 설레네요~

  • 8. 선화공주
    '04.11.10 12:24 PM (211.219.xxx.163)

    저두 바이올렛님같은 여행취향을 지니고 있어요...
    프랑스에 가실 기회가 되면
    로댕박물관 꼭 다녀오세요...아마도 저와 같은 취향이시면 분명 마음에 드실꺼예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는게 안타까울뿐이죠..^^
    로댕의 조각품 `키스`는 여러각도에서 봐도 그 애틋함에 가슴이 저미는 작품이죠..
    너무 사랑해서 조심스러운 손길의 아찔함을 꼭 느껴보시길....^^

  • 9. 클리닉
    '04.11.10 2:51 PM (203.232.xxx.81)

    사십 중반이 되고보니 혼자만의 오롯한 시간이 그립습니다 혼자 떠날수 있는 용기도 부럽고요 국내 조용한 산사 에서라도 며칠 머물고 쉽습니다

  • 10. blue violet
    '04.11.10 3:38 PM (219.252.xxx.84)

    여자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면서 나를 찾아 본 일이 언제였던가 아마득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내 생각이 반영된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가까운 곳이라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투자해 보세요.(기차나 버스타고 낯선 곳에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보세요.)
    남자들 여자 혼자 여행가는 거 허락할만큼 속이 넓지 못해요.
    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남편이 간절히 원한다면 들어 주겠지요.
    저도 아이가 아니었으면 어림 없었지만 항상 노래는 불렀어요. 혼자 여행가는 거 .
    남편이 없어도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이 소중했습니다.
    나 자신이 혼자가 되고 싶을 때 아무런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한번 시도해 보세요.
    꿈은 이루어집니다.

  • 11. 김혜경
    '04.11.10 6:25 PM (211.178.xxx.12)

    부럽습니다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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