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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기혼녀의 생일

일하는 엄마 조회수 : 1,220
작성일 : 2004-09-23 01:34:23
생일이었다
남편은 몇달째 지방에 출장중이고 일은 계속 바쁜데
오늘은 회사가 주관하는 행사가 있어서
오후 2시부터 밤9시까지 있다가 끝나고 같은 사무실 식구들이랑
근처에서 가볍게 맥주한잔하고 들어왔다
집에 오니 늦은시간까지 아이들은 자지도 않고 있다가 이제 겨우 재웠는데
몸은 피곤한데 잠이 잘 안온다
이렇게 생일이 그냥 갔다
기대한 것도 없지만 그래도 왠지 쓸쓸하다
오늘 행사는 각부서 팀장급들을 모아놓고 무슨 인성검사 비슷하게
자신의 적성과 장점,가치관 뭐 그런것들을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거였는데
무척 머리아팠다
무슨 지능검사도 아니고 몇백개 항목을 체크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그걸로 글짓기를 하고
발표를 하고...항목이 넘 많으니까 결과가 이게 진짜 내 적성인지 어쩐지도 몰겠고..
집에 오려고 택시를 잡는데 친구한테서 문자가 왔다
생일 축하한다고 행복하라고...
왠지 눈물이 날것 같았다
집앞에 도착했는데 바로 들어오기가 싫었다
화단에 앉아 담배한대 피우는데 베란다(우리집 1층이다)를 통해 애들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술자리에서도 결혼 10년차넘는 아줌마들이 서로의 팍팍하고 힘든
삶이야기들을 풀어놓기 바쁘고 그냥 들어주기 바빴다
그네들에 비하면 난 뭐하나 투정부릴정도도 안돼는 형국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엔)
왜냐하면 하나는 남편이 하는 학원 잘 안돼서 접을 판이고
또 하나는 남편회사가 부도가 나서 한달째 백수고..
그런데도 부인들은 자기가 집안을 먹여살리는 부담과 남편 기죽을까봐
오히려 눈치를 보는 이중고를 겪고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왠만한 기업의 실장,차장으로 잘 나가보이는데
속으로는 다들 그런 힘겨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더라...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어디가서 위로받지못하고 몸과 맘이 편히 쉴곳도 없는 그런 상태로...
굉장히 맘에 와닿았다..정도는 다르지만 같이 느낄 수 있었거든..
일하는 여자건 전업주부건간에 하여간 여자들은 넘 많은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사회생활 별꼴 다보고 힘든거 마찬가지인데도
집안일에 애보기에 남편수발에 명절이면 죽어라 일만하는게 너무도 당연한 거고
회사에서는 평가 잘못 받아서 재계약 (연봉제라 일년마다 다시 계약해야한다 계약하자는 말 안하면 짤리는 거고..) 안될까봐 전전긍긍하는데
백수남편은 자기 아침 안차려준다고 화내고
남편생일엔 늦게 퇴근해서 밤새고 미역국에 갈비에 잡채에 아침상 차려주고
선물주고 카드메일까지 보내주면서
직접 손으로 고구마케익 못만들어 주는 걸 미안해해야하고
정작 본인 생일엔 미역국은 커녕 찬밥 도시락으로 싸가고
누구하나 챙겨주는 사람도 없는게 현실이다
다 같은 처지다
그래서 우울하다
IP : 210.216.xxx.110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ipplet
    '04.9.23 1:54 AM (211.54.xxx.201)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려요.

    남편분, 멀리 계시다지만 전화라도 한 통 주시지...ㅜㅜ
    담부턴 달력에다 커다랗게 표시해놓고 온 식구들에게 한달 전부터 예고해서라도 꼭꼭 챙겨받으시면 좋겠어요. 1년 내내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모든 주부들..단 하루 여왕처럼 대접받은들 어느 누가 나무랄 수 있겠어요?

    대구에서 뜨신 미역국 한 솥과 장미 한다발 보냅니다~~

  • 2. 행복맘
    '04.9.23 2:12 AM (61.79.xxx.85)

    저두 축하..
    전 결혼하고 매번 생일날 자장면만 먹었습니다.
    첨엔 미안해하던 남편...이걸 아예 연례행사로 만들어야한다나??
    기분 푸시고 스스로에게 축하해 주세요. 엄마에겐 감사를...

  • 3. 마농
    '04.9.23 2:17 AM (61.84.xxx.22)

    피곤하시죠? 어깨라도 주물주물...조물딱 조물딱.....
    힘내세요.

  • 4. 누룽지
    '04.9.23 2:19 AM (221.151.xxx.209)

    생신 축하드려요...기운내세요....저도 마음의 선물 보냅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부들의 생일은 암것도 아닌 날이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선물도 하시고 기분도 내세요. 그것밖에 방법이 없더라구요.
    "내생일에 내가 나에게 쏜다!"
    작거나 크거나 나에게 주는 선물을 한 번 해보시면 그래도 괜찮은 기분들거에요...
    화이팅!

  • 5. 미스테리
    '04.9.23 8:46 AM (220.118.xxx.87)

    "생일 축하 합니다~♪ ♬ ♪ ♪ ♬ ...."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 6. 사람나름
    '04.9.23 9:08 AM (210.105.xxx.253)

    사람나름이고, 여자나름이대요,
    저 역시 일하는 엄마에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회사죠.
    울 팀장 싸모는 전업주분데, 팀장 아침 매일 굶고, 오죠
    저녁 퇴근 때도 일찍 들어가려고 준비하다가 싸모가 저녁 해결하고 들어오라면
    구내식당으로 향하더군요
    토,일요일엔 6끼를 자기가 준비하고, 치운다하더군요.
    난 그녀가 뭐하느라 힘든지, 얼굴 함 봤으면 합니다....

    어디서나 누구나 일방적인 건 다 안 좋은 거 같아요.

  • 7. 신짱구
    '04.9.23 9:15 AM (211.253.xxx.36)

    축하드려요. 옆에 계심 맥주라도 한주 드릴텐데....
    맘으로 보냅니다. 안주랑 ㅎㅎㅎㅎ

  • 8. 은비
    '04.9.23 9:15 AM (211.196.xxx.253)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 사랑해요 사랑해요 ♪ ♬
    해피 버쓰 데이 투유---♪ ♬
    울 남편은 제 생일날 아이들 한테 머 먹고 싶으냐고 묻더니 아니들이 먹고 싶다는 거 사주데요. 저 한텐 안 물어 봤어요. 남편들 못되-써 ^^

  • 9. 안나돌리
    '04.9.23 9:20 AM (218.39.xxx.189)

    일하는 엄마님.. 어쩜 저랑 그렇게 똑 같을수가??? 일년에 한번 있는 생일, 정말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기대안해야지 하면서도 그날 못 넘기고 폭발합니다.. 5학년인데도..ㅎㅎㅎ
    내년부턴 혼자 그날이 오면 여행을 길~~~~게 떠나볼까합니다. 엎드려 절 받기도 쑥스럽고요 매년 그런 기분이지만 결론은 항상같아요. 돌아가신 친정엄마생각만 나죠...

  • 10. 일복 많은 마님
    '04.9.23 9:33 AM (203.255.xxx.83)

    저도 9월 초가 생일이었어요.
    언젠가부터 음력이 아니라 양력으로 하는데도 잘 기억하게 되지 않았는데,
    올 해는 남편은 입원중이었고,
    친정엄마도 많이 아프셨고,
    직장에 하필 그 날 큼지막한 행사가 걸려 새벽부터 나와 하루종일 밥도 못 먹었다우.
    미역국이야 재수하는 딸래미 땜시 우리식구 모두 작년부터 두해째 못 먹고 있지만.
    기억도 못했는데 오후에 재수하는 딸래미가 문자보냈더라구요.
    내년부터는 지가 꼭 챙기겠다고.
    이렇게 사는 건가 봅니다.

  • 11. 현승맘
    '04.9.23 9:47 AM (211.41.xxx.254)

    저도 생일 축하드려요...그리고 힘내세요....

  • 12. 리디아
    '04.9.23 9:49 AM (203.253.xxx.27)

    내년부턴 생일마다 일하는엄마님만을 위한 뭔가를 하나씩 챙기세요.
    작은거라도...
    전 올해 제가 직접 절 위해 작은 명함지갑 하나 샀답니다.^^
    그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일하는엄마님!
    축하해요! 글구 힘내세용!

  • 13. 안개꽃
    '04.9.23 9:50 AM (218.154.xxx.103)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14. 이파리
    '04.9.23 10:09 AM (211.59.xxx.187)

    잠시 눈감고 건강과 행복 가득 하시길 기도드립니다(__)

  • 15. 하늬맘
    '04.9.23 10:11 AM (203.238.xxx.205)

    생일 축하 드려요..
    힘든 하루 보내신 후라 더 ..쓸쓸 하셨을거예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기..정말 무거운짐 이죠?
    제가 그런말 했더니 듣고 있던 얄미운 부장넘..
    무거운 짐이라도 지워서 눌러 놔야..남자들 설 자리 있다나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 16. 서민정
    '04.9.23 10:30 AM (211.204.xxx.57)

    생일 축하드려요.
    그 느낌 공감이 갑니다.
    저는 가끔 옆에 남편이 있어도 외롭다는 생각을해요. 그런 느낌이 서늘하게 느꼈는데, 요즘은 즐기는 편입니다.
    버거운 생활 속에서도 여유를 즐기세요.

  • 17. 짱여사
    '04.9.23 11:02 AM (211.194.xxx.48)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내년부턴 생일 몇일전부터 남편분께 말하고 선물도 뭐 사 달라고 미리 얘기하세요.
    우리 대한민국 여자, 아줌마들 힘냅시다!!
    남자들 우리 없으면 못 삽니다.. 까불고들 있어..찌릿...

  • 18. 메밀꽃
    '04.9.23 11:38 AM (211.192.xxx.73)

    생일 축하드려요^^*
    힘내시구요!!!
    그래도 많은 이들이 축하해 주시니 한결 기분이 풀리지 않으셨나요?

  • 19. 내 생일
    '04.9.23 12:15 PM (203.230.xxx.110)

    에 축하 해주는 것은 이동 전화 회사 뿐인데....
    이재는 아이들과 남편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래도 뭐 신통치는 않더라만 내년부터는
    내 손으로라도 음식도 좀 차려볼까 생각중입니다.

  • 20. 로즈가든
    '04.9.23 12:54 PM (220.87.xxx.106)

    생일축하합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싸~~하네요..가을이라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요?
    쓸쓸하단 생각도 들고....
    제가 대신 위로 해드릴께요.. 힘내세요!!

  • 21. 6층맘
    '04.9.23 3:37 PM (211.114.xxx.101)

    네~ 저스트 라이크 헤븐 꼭 볼게요.

    많은 답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하루 되셔요^^

  • 22. 일하는 기혼녀
    '04.9.23 5:34 PM (203.234.xxx.178)

    흑 넘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납니다...
    큰 위로가 되었어요..다들 고맙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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