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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둥지
인생은 언덕과 같은 것 같습니다.
힘겹게 올라와서 그 동안의 노고를 달래기 위한 내리막길은 한순간에
내려가 버립니다.
수 십년에 걸쳐 올라간 언덕을 행복감과 성취감을 맛볼 사이도 없이
내려와야 합니다.
10개월 동안 소중한 아이를 임신한 임산부가 해산 후 알 수 없는 우울증에
빠질 때가 있다고 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허무감과 고독감에 사로잡혀 가끔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식 교육 걱정, 남편 뒷바라지, 집 장만하기 위해서 콩나물 천원어치도 몇 번
생각하고 사는 알뜰함... 어쩌면 그런 것들은 행복한 몸부림인지 모르겠습니다.
장성한 자녀들은 분가해서 나가고,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높은 자리에 남편은
가있고 두 사람이 쓰기에 너무 넓은 집도 있고, 아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돈도
있고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것이 비어 버린 것 같은 빈 둥지 증후군이 찾아 온
다고 합니다. 임산부 우울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0개월 동안 소중한 생명을 위해서 채우기만 했는데 어느날 출산하고 비어질 때
극심한 공허감은 찾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저희 집도 노부부 처럼 생활합니다.
재잘거리며 어리광도 부리고 애교도 부리는 아이들이 없으니 허전함이 찾아 오더군요.
본 신문 또 보고 괜히 거실을 어슬렁거려 보고 그래도 기다리는 밤은 길기만 합니다.
벌써 하나 둘 떠나는 것인가.
내가 주어야 할 사랑은 아직도 밑바닥에서 헤매는 것 같은데
세월은 이별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화꽃이 피지도 않았는데
가을 바람 때문인지는 몰라도 국화꽃이 저버린 황량한 거리가 떠오릅니다.
1. 헤르미온느
'04.9.15 10:57 AM (210.92.xxx.187)귀여운 토끼님,...사랑이 많으신 분 같네요...
아마, 그 사랑을 부어주실 새로운 일들이 생길거에요...
괜히, 저 시집보내고 "큰 수건 갖고 오너라" 하셔서 큰 수건으로 눈물 닦으셨다던 아빠엄마가 사무치게 보구 싶네요...ㅠ.ㅠ...2. 후..후
'04.9.15 11:09 AM (211.196.xxx.253)오래전이지만
선수협 문제로 백분토론을 했을 때
시청자 의견으로 최동원선수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다들 노조라면 벌벌 떨며
선수들도 이건 노조는 아니다~라고 소극적으로 나오고,
반대측에서는 이건 불온한? 노조라고 협박하느라
토론이 지지부진하던 상황에서
최선수 아버지가
그 협의회가 노조로 발전할 수도 있고 선수들에게 노조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대를 앞서간 사람은 고인이 된 후에는 인정을 받지만
살아있을땐 고난이 너무 많은거 같아요.ㅠㅠ3. Ellie
'04.9.15 2:06 PM (24.162.xxx.174)귀여운 토끼님, 저 기억하세요? 저는 토끼님 기억하는데.. 헤헤 (예전에 제가 제 마음 듬뿍 담아 생신을 축하해드렸었죠.. ^^;;)
가을이라서 더더욱 외롭게 느껴지시나봐요. 울엄마도 저 학교 오고 나서 엄청 힘들었데요. 음식하면서 양손에 양념을 듬뿍 뭍힌채, 아무생각 없이 "Ellie야, 참기름좀 꺼내와라."를 몇번이나 했다고 그러시더라구요. 다행히 우리집에는 막둥이, 두기 녀석이, 제 빈자리를 대신하나 봅니다. 엄마가 화초를 좋아하셔서 엄청 많이 화분을 입양(?)하셨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제가 더 제 자리를 찾고픈 맘이.. ^^
따님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봄에, 어여쁜 여대생이 되면, 그땐 엄마랑 데이트 하자고 귀찮게 조를 날이 올꺼에욤. (근데, 옷값을 감당을 좀 하셔야 할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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