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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연탄장수아우 조회수 : 906
작성일 : 2004-04-19 23:55:10
>안녕하세요 연탄장수입니다.
>이번에도 정말 오랜만에 들어왔어요.
>이제는 아예 82쿡 들어오는 날만 메일 확인도 할 정도로 우리집 컴퓨터가 최악의 상황입니다.
>드디어 내일 새식구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비록 중고 컴퓨터긴 하지만 언니네 사정을 가엾이 여긴 동생이 무상으로 기증하기로 했지요.
>동생은 저와는 두 살 차이인데 아직 미혼이거든요.
>필요할 때 pc방 가서 할테니 언니네 가져가서 요긴하게 쓰라네요...
>그러니 오늘 제가 올리는 글은 노장 컴퓨터의 마지막 작업이 되겠지요..
>
>내일 중고 최신형 컴퓨터가 오면 아무래도 82쿡 들어오는 횟수도 늘겠지요?
>
>도너츠 가게는 잘 다니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일을 하기 때문에 금요일이 황금의 시간이지요.
>주말엔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야 허전함이 남지 않는 관계로..
>동생과 머리를 짜서 내린 결론이 `매주 금요일을 문화의 날로 정하자`였어요.
>그러기위해서 동생은 제 휴무일인 금요일로 휴무를 잡고, 드디어 엊그제가 첫 금요일이었답니다.
>
>우선 `영화`를 보기로 했었지요.
>계획을 세워서 차르륵~ 일을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좀 느슨하게, 여유롭게, 약간의 게으름이
>있다한들 어떠하겠어요?
>우리는 급할게 없고, 초여름 햇살은 눈부신데............
>
>큰 골격만 짜서 외출을 했고, 우리는 먼저 극장엘 갔습니다.
>금요일 오전시간 전에는 주부들이 꽤 보였었는데(가끔씩 극장에 가서 영화보는 호사를 누렸거든요)
>경기가 안좋아서인지 극장안은 참 썰렁했습니다.
>아이구...이 무신 망신이람?%$%#$
>이대목에서 영화 제목이 도대체 생각이 안나네용?
>큰 망신 당하느니 슬쩍 나갈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억울해서리...
>연탄장수 오늘 완존 망했군요^^
>암튼 영화 제목은 생각이 안나지만 내용은 `한국은행 50억 사기 친다는 내용...`아시겠죠?
>우째 이런일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약했던 점이 아쉽긴 했지만 두어시간 가끔씩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라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반전`이란 것이 좀 실망스럽긴 했구요.
>
>흥행성적은 썩 좋지 않았으나 2주 전에 아이들과 함께 본 `아홉살 인생`이 전 더 좋았어요.
>아이들은 억센 전라도 사투리를 잘 못알아들어 엄마가 수시로 해석을 해줘야 했지만
>`가족`이라는 기본을 찐하게 깔고 있는 영화라서 감동의 눈물도 났고, 아역배우들의 능청스런
>사투리 연기에 배꼽 찾느라 한참을 헤맸고...
>
>동생과 한 편의 영화를 봄으로써 문화적 허기도 달랬고,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 한 잔 하자는 동생의 제안에 웬지 발걸음과 머리속이 갑자기 둔해지긴 했지만
>과감하게 들어가서 좋은 음악과 좋은 분위기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동생과 속 깊은 얘기도 나누고
>집에 올 땐 아이들에게 미안하여 아이들 좋아할 아이스크림도 사오고......
>그렇게 금요일 하루를 보냈습니다.
>
>내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나의 아이들도 행복하고 즐거워진다는 걸...
>여러번 느낍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
>주말에 읽으려고 사 둔 책이 한 권 있었어요.
>김이연 선생의 신작소설 `타투`가 그것인데, 토요일 밤에 새벽 세시까지 다 읽고 잤지요.
>워낙 읽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뭐든지 닥치는대로 읽고(신문에 끼어오는 광고지까지)지내는터라
>한번 읽고자 했던 책은 웬만하면 밤을 새서라도 읽는 편이지요.
>뭐랄까...
>책을 읽은 후의 생각을 밝힌다는게 참 조심스런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문제는 제 생각주머니가 워낙 작아서 저 혼자만 만족하면 된다는 식이지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작가 선생님에 대한 어줍잖은 결례를 범하는 게 꺼려지기도 하고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감을 밝히자면
>작가의 말에서 밝힌대로
>`게으름과 의욕상실과의 구분이 잘 안되는 5년의 시간을 넘어서 소설 한 권 `타투`를 세상에 내놓습니다`라는 기대에는 좀 못미치지 않나 싶었습니다.
>제가 길게 말 할 주제는 못되지만 그냥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 듯 싶어요.
>글의 읽힘이 막히거나, 지지부진 하거나, 경박하거나, 뭐 그러지 않은 것만으로의 위로는 되었지만요.
>아무리 소설이래도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는 상황설정이나 주인공을 보면 너무 소설적인 것에 질리게
>되더라구요.
>
>그래도 읽고 싶던 소설 한 권과, 무겁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 영화 한 편을 봄으로써
>주말이 꽉 찬듯한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이렇게 문화적 충족함을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
>비록 시간당 2,500원의 일자리를 갖고 있지만
>그거에 연연해 하지 않고, 당당하고 멋지게 나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
>동생과 함께 할 수 있는 상황도 저에겐 참 편안한 환경이고
>동생은 미혼이니까 아무래도 저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동생은 차까지 있으니...일석삼조라 했나이까? 푸하하~
>
>앞으로의 금요일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일요일이면 도너츠 가게 나갈 월요일이 기다려 지는 것 처럼요...
>아! 그러고 보니 저는 일주일 내내 행복한 셈이네요.
>
>이 행복을 모두에게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코드의 행복이든...이 봄이 가기 전에 꼭 찾으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
>오늘은 여기까지.
>
>ps: 나갔다 다시 들어왔습죠. 영화 제목이 막 생각나서요..`범죄의 재구성` 이정도면 좀 봐주실랑가요?
> 진짜로 나갑니당~
>
>힘냅시다 형님
IP : 211.36.xxx.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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