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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연탄장수 조회수 : 2,115
작성일 : 2004-04-19 01:00:33
안녕하세요 연탄장수입니다.
이번에도 정말 오랜만에 들어왔어요.
이제는 아예 82쿡 들어오는 날만 메일 확인도 할 정도로 우리집 컴퓨터가 최악의 상황입니다.
드디어 내일 새식구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비록 중고 컴퓨터긴 하지만 언니네 사정을 가엾이 여긴 동생이 무상으로 기증하기로 했지요.
동생은 저와는 두 살 차이인데 아직 미혼이거든요.
필요할 때 pc방 가서 할테니 언니네 가져가서 요긴하게 쓰라네요...
그러니 오늘 제가 올리는 글은 노장 컴퓨터의 마지막 작업이 되겠지요..

내일 중고 최신형 컴퓨터가 오면 아무래도 82쿡 들어오는 횟수도 늘겠지요?

도너츠 가게는 잘 다니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일을 하기 때문에 금요일이 황금의 시간이지요.
주말엔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야 허전함이 남지 않는 관계로..
동생과 머리를 짜서 내린 결론이 `매주 금요일을 문화의 날로 정하자`였어요.
그러기위해서 동생은 제 휴무일인 금요일로 휴무를 잡고, 드디어 엊그제가 첫 금요일이었답니다.

우선 `영화`를 보기로 했었지요.
계획을 세워서 차르륵~ 일을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좀 느슨하게, 여유롭게, 약간의 게으름이
있다한들 어떠하겠어요?
우리는 급할게 없고, 초여름 햇살은 눈부신데............

큰 골격만 짜서 외출을 했고, 우리는 먼저 극장엘 갔습니다.
금요일 오전시간 전에는 주부들이 꽤 보였었는데(가끔씩 극장에 가서 영화보는 호사를 누렸거든요)
경기가 안좋아서인지 극장안은 참 썰렁했습니다.
아이구...이 무신 망신이람?%$%#$
이대목에서 영화 제목이 도대체 생각이 안나네용?
큰 망신 당하느니 슬쩍 나갈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억울해서리...
연탄장수 오늘 완존 망했군요^^
암튼 영화 제목은 생각이 안나지만 내용은 `한국은행 50억 사기 친다는 내용...`아시겠죠?
우째 이런일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약했던 점이 아쉽긴 했지만 두어시간 가끔씩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라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반전`이란 것이 좀 실망스럽긴 했구요.

흥행성적은 썩 좋지 않았으나 2주 전에 아이들과 함께 본 `아홉살 인생`이 전 더 좋았어요.
아이들은 억센 전라도 사투리를 잘 못알아들어 엄마가 수시로 해석을 해줘야 했지만
`가족`이라는 기본을 찐하게 깔고 있는 영화라서 감동의 눈물도 났고, 아역배우들의 능청스런
사투리 연기에 배꼽 찾느라 한참을 헤맸고...

동생과  한 편의 영화를 봄으로써 문화적 허기도 달랬고,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 한 잔 하자는 동생의 제안에 웬지 발걸음과 머리속이 갑자기 둔해지긴 했지만
과감하게 들어가서 좋은 음악과 좋은 분위기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동생과 속 깊은 얘기도 나누고
집에 올 땐 아이들에게 미안하여 아이들 좋아할 아이스크림도 사오고......
그렇게 금요일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나의 아이들도 행복하고 즐거워진다는 걸...
여러번 느낍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주말에 읽으려고 사 둔 책이 한 권 있었어요.
김이연 선생의 신작소설 `타투`가 그것인데, 토요일 밤에 새벽 세시까지 다 읽고 잤지요.
워낙 읽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뭐든지 닥치는대로 읽고(신문에 끼어오는 광고지까지)지내는터라
한번 읽고자 했던 책은 웬만하면 밤을 새서라도 읽는 편이지요.
뭐랄까...
책을 읽은 후의 생각을 밝힌다는게 참 조심스런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문제는 제 생각주머니가 워낙 작아서 저 혼자만 만족하면 된다는 식이지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작가 선생님에 대한 어줍잖은 결례를 범하는 게 꺼려지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감을 밝히자면
작가의 말에서 밝힌대로
`게으름과 의욕상실과의 구분이 잘 안되는 5년의 시간을 넘어서 소설 한 권 `타투`를  세상에 내놓습니다`라는 기대에는 좀 못미치지 않나 싶었습니다.
제가 길게 말 할 주제는 못되지만 그냥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 듯 싶어요.
글의 읽힘이 막히거나, 지지부진 하거나, 경박하거나, 뭐 그러지 않은 것만으로의 위로는 되었지만요.
아무리 소설이래도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는 상황설정이나 주인공을 보면 너무 소설적인 것에 질리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읽고 싶던 소설 한 권과, 무겁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 영화 한 편을 봄으로써
주말이 꽉 찬듯한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이렇게 문화적 충족함을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비록 시간당 2,500원의 일자리를 갖고 있지만
그거에 연연해 하지 않고, 당당하고 멋지게 나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동생과 함께 할 수 있는 상황도 저에겐 참 편안한 환경이고
동생은 미혼이니까 아무래도 저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동생은 차까지 있으니...일석삼조라 했나이까? 푸하하~

앞으로의 금요일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일요일이면 도너츠 가게 나갈 월요일이 기다려 지는 것 처럼요...
아! 그러고 보니 저는 일주일 내내 행복한 셈이네요.

이 행복을 모두에게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코드의 행복이든...이 봄이 가기 전에 꼭 찾으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ps: 나갔다 다시 들어왔습죠. 영화 제목이 막 생각나서요..`범죄의 재구성` 이정도면 좀 봐주실랑가요?
      진짜로 나갑니당~

IP : 218.238.xxx.70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론의 여왕
    '04.4.19 1:06 AM (203.246.xxx.169)

    오늘도 역시 맘이 따뜻해지는 글을 보여주시는군요. (언제나 감사해요.)

    그 영화, <범죄의 재구성> 아닌가요?
    문화의 날... 제게도 정말 필요한 시간입니다. 연탄장수 님처럼 맘먹고 날을 잡아봐야겠어요.
    찬란한 봄날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2. 이론의 여왕
    '04.4.19 1:07 AM (203.246.xxx.169)

    앗, 댓글 쓰는 사이에 '피에쑤' 다셨네요.^^

  • 3. 김새봄
    '04.4.19 1:13 AM (221.138.xxx.124)

    박수를 막 쳐드리고 싶어요.
    동생과 황금같은 금요일 잘 보내세요..

  • 4. 재영맘
    '04.4.19 1:15 AM (211.204.xxx.18)

    정말 알차게 보내셨네요.
    전 아이들이랑 책의 날을 맞이하여 서점이나 가려다 어영부영 그냥 하루를 보냈네요.

    엄마와 서점가기로 철썩같이 약속을 해놓고는 친구들이랑 노느라 집에는 저녁이다되어 간신히 들어오는 애들을 보며, 그래도 너희들 나름대로는 알차게 보냈겠구나 싶더라구요.

    요새 아이들 만나기도 힘들어 왠만해선 모여서 놀지도 못하잖아요?
    학원다니지않는 우리 애들만 시간이 항상 많은 관계로, 어쩌다 이렇게 친구들하고 놀라치면
    그냥 얼굴이 행복 그자체더라구요

    나누어 주신다는 행복,하루종일 심심했던 제가 받지요.
    연탄장수님이 나누어 주신다면 더 소중할겁니다.

    연탄장수님도 행복하세요

  • 5. 연탄장수
    '04.4.19 1:17 AM (218.238.xxx.70)

    이론의 여왕님께 쪽지 보내려다 실패했습죠~ 아마도 이론의 여왕님도 `야행성`?
    반갑네요. 이렇게 늦은 새벽시간에 같은 모니터 앞에 있다는 것..
    그리고 따뜻한 댓글까지 달아주시구. 김새봄님도 감사해요.우리 함께 이제 그만 꿈나라로?

  • 6. 이론의 여왕
    '04.4.19 1:23 AM (203.246.xxx.169)

    저는 '야행성'을 넘어서서 숫제 '밤샘형'입니다. ㅋㅋㅋ

  • 7. june
    '04.4.19 6:49 AM (64.136.xxx.230)

    동생분과 함께 보내신 금요일이 듣기에도 즐겁게 느껴지네요.
    늘 행복하세요

  • 8. scja
    '04.4.19 7:12 AM (61.77.xxx.33)

    전 오빠와 단둘인데 주변 친구들의 자매 이야기를 보면 너무 부럽더라구요...
    좋은거 있음 여동생이 다 갖을수 있는 오누이의 법칙(?) 은 좋지만...^^

  • 9. ....
    '04.4.19 10:12 AM (211.252.xxx.1)

    참 지혜롭고..현명하시고...

    '내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나의 아이들도 행복하고 즐거워진다는 걸...'

    저도 행복해지려고 노력할려구요.

  • 10. 김혜경
    '04.4.19 10:21 AM (211.201.xxx.182)

    연탄장수님 글을 읽을 때 마다 마음 한편이 싸해지면서도, 한편으론 뭐랄까 모든이들에게 나눠주시는 넉넉함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오늘 근무하러 가셔야겠네요...열심히 일하세요...

  • 11. 라라
    '04.4.19 10:25 AM (210.223.xxx.138)

    오랫동안 안 보이셔서 궁긍했는데...
    잘 지내셨네요. 컴 바뀌면 자주 뵙기를 기다려요. *:...:*

  • 12. 룰루랄라
    '04.4.19 11:26 AM (211.108.xxx.113)

    님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뭉클해오네요.
    요즘 저도 느끼고 있는건데 행복은 결국 내마음속에 있는것 같아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도너츠 많이 파시구요. 어딘지 알면 저두 사러가고 싶네요. 화이팅!!!

  • 13. 이희숙
    '04.4.19 11:58 AM (211.202.xxx.34)

    요즘따라 형제가 있음에 부자란 생각이 듭니다.
    비록 전 남동생들이긴 하지만 든든하고 의지가 됩니다.

    연탄장수님!!
    이제 여름이니깐 따뜻한 글 말고 시원한 글도 올려주세요. (무리한 부탁인가? .. 쩝)

  • 14. 키세스
    '04.4.19 12:16 PM (211.176.xxx.151)

    동생이 참 기특합니다.
    이제 최신형 중고 컴퓨터가(^0^) 오면 자주 들어오시겠네요. ^^

  • 15. 박현경
    '04.4.19 12:41 PM (61.73.xxx.77)

    ㅎㅎㅎ저두 문화의 날의 재정햐야겠어ㅎㅎㅎ 극장엘 가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ㅋㅋㅋ
    '아홈살인생' 저두 어제 읽었는뎅...넘 잼있고...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더군요...
    오늘 아침에 울 남편 제 잔잔한 마음에 바로 찬물을 끼얹었지만요...ㅠ.ㅠ

    암튼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16. 유리
    '04.4.19 2:42 PM (221.138.xxx.191)

    저도 요 몇개월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느끼지못한것을 대신 만족 시켜주시네요
    간만에 잔잔한 웃음이 납니다

    일하신다는 도너츠가게에서 커피와 잠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 17. 대구아짐
    '04.4.19 11:57 PM (218.238.xxx.236)

    그럴줄 알앗어여. 이싸이트 가끔 들어오면 재주많은 분들 많은것 같았는데 최근에 발견한
    분이 바로 `연탄장수`님이었다 이거죠.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서도 사람 마음에 뭔가를
    찐하게 남기는 재주를 가지신분 같아서여. 처음으로 댓글까정 다는 이유는 연탄장수님의
    생활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지혜와 향기가 있어서지여. 심상치 않은 분일줄 알긴 혔는디.
    밤새워 책을 읽는다는 부분에서 그만 저는 옴메 기죽어~임다. 언제 읽었더라?????????
    대단하신 분입니다. 연탄장수님.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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