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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해도 욕먹고, 저런 이야기를 해도 욕먹기 마련

... 조회수 : 168
작성일 : 2011-07-14 12:54:46
군대 이야기 해주는 것을 재미나게 듣는 편이지만 나 자신이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해도 욕먹고, 저런 이야기를 해도 욕먹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자인’ 내가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해도 다시 또 ‘여자이기 때문에’ 댓글은 안 봐도 비디오. ‘군대나 가보고 그런 개드립 치라’는 댓글이 가장 먼저 달릴 것이다.

그런데 <여성협의회>에서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서 말 좀 해보란다. 정부든 당이든 어디서든 이 제도를 부활시킬 모양인데 정작 당사자들인 여성 취준생들은 왜 가만히 있냐고. 이쯤 되면 다양한 의견들 중에 ‘여자에게 군대를 허하라’ 같은 주장도 나올 수 있고 군복 입은 젊은 여성들의 시위 같은 것이라도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요 골자가 되는 부분을 말하자면 이렇다.

“이제 한국의 여성운동가들도 징병제건 모병제건 병역의무를 남녀 함께 지자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21세기는 양성평등의 시대이며 군대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류숙렬)

“징병제인 상태에서는 여자도 함께 징병대상이 되어야 하고 모병제가 되면 어느 한 성의 비율이 70%를 넘어서게 하면 안 된다”(이김정희)


휴, 한숨만 폭폭. 정말로 여자‘도’ 군대를 가기만 하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 그리고 ‘여자에게 군대를 허하라’는 주장과 ‘군복 입은 여자들의 시위’ 같은 게 정말로 당사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군 가산점 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시기는 1999년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이 제도가 폐지된 것과 맞닿아 있단다. 그런데 그 후로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람들의 입에 숱하게 오르내렸으니 이제 막을 내릴 법도 한데 어느 방법으로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오십보백보 제자리걸음만 하는 중이다. 한 쪽에서는 ‘징집당한 군 복무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또 한 쪽에서는 ‘여성과 장애인 등에 대한 필연적인 차별이 전제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10년째 똑같은 상황, 똑같은 소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나 또한 이 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지난 겨울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물론 비단 집에서 뿐만이 아니지만~) 작은 이모는 몇 년 안에 군대 갈 아들을 둔 어머니의 입장에서 군가산점 제도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나는 보상을 해주는데 왜 특정 계층에게 불리한 조건이 포함되어야만 하냐고 반박했다. 외삼촌은 ‘너희 페미니스트’를 운운하며 군 가산점 제도 폐지에는 동의하지만 대체할 만한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하지 않는 심보는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상당수가 징집된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감한다. 단순히 한 개인의 시간을 국가에 바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희생을 포함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주구장창 우려먹는 우리 아빠는 군대에서 맞아서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왼쪽 귀로만 살고 있다. 몸도 약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내 동생을 군대 보낼 때는 온 가족이 혹시나 탈영하지 않을까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자대 배치 받자마자 입원해서 고생할 때는 바리바리 음식을 싸서 매주 면회를 가곤 했다.

육군은 ‘접적 전투부대나 교전 발생가능성이 있는 부대, 편의 주거시설 제한 부대에서 여군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것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서인지, 여성은 육체적으로 전투에 불리하다는 생물학적 이유에서인지..

머리를 쥐어짜내 생각해 본 것은 지금의 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이스라엘처럼 군 복무자 모두에게 4년제 대학 장학금이나 아파트를 주거나, 복지 제공 등의 혜택으로 대대적인 보상을 받으면서 열외가 되었던 사람들이 모두 국방세를 내야만 차별을 받지 않는 제도이지 않을까 한다,

▲ 군 가산점 제도는 정말로 여/남성 간의 문제일까?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똑같은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강요하는 ‘남성 징병제’이지, ‘징병제’ 자체가 아닙니다. 애당초 여성이 병역의무를 면제받은 것이 전통적인 성별 이원체계가 여성에게 허락한 혜택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 사회의 병역 문제는 기본적으로 ‘젠더(gender) 문제’라는 것이지요. 귀하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남성들이 “사소한 문제로 여성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직업군인으로서 여군(女軍)을 강제로 징집된 사병(士兵)과 비교하시는데, 이것은 적절한 비교가 될 수 없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군은 생계유지나 자아실현을 위해 자신의 의지로 군을 선택한 이들이지, 남성과 동등한 공적(公的)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남녀공동병역과 관련해 논점이 되는 것은, 여성이 평등한 시민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공적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일 뿐, 그들이 실제로 병영생활을 하느냐의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남녀공동병역을 주장하는 이들도 모든 여성이 예외 없이 남성과 똑같은 형태로 병영생활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똑같은 군복을 입은 군인이라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어, 직업군인으로서 여군을 강제로 징집된 사병과 비교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처사일 것입니다.

그리고 군필자 가산점제도가 국가고시에 응시하는 여성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사실을 지적하셨는데, 이것은 마치 공직(公職)에 필요한 인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여성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왜 자릿수를 늘리지 않고 남성의 비율을 줄이느냐고 항의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즉 공직 진출과 관련해서는 남성이 전통적인 성별 이원체계의 수혜자였듯이, 병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성이 그 수혜자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병역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남녀공동병역이나 모병제입니다. 그러나 만약 현실적인 이유로 이를 채택할 수 없다면, 군필자 가산점제도는 이른바 적극적 차별시정조치(affirmative action)의 일환으로 새롭게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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