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시작될 무렵, kimys,
"올 여름은 덥다고 하는데..저녁 하느라 애쓰지 말고, 더우면 우리 나가 먹자..나가서 냉면도 사먹고 비빔밥도 사먹고.."
"히히..그러죠..."
이래놓고는 별로 나가서 사먹지를 못했습니다.
7월에는 비가 쏟아져서 나가먹을 일 없었고,
8월 들어서..불볕 더위 속에 나가먹는 것이 더 괴로워서..그냥 집에서 대충대충 때웠죠..
그런데 오늘은..그냥 저녁에 나가서 냉면 먹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저희 집 근처...홍제 사거리쯤에 가면..냉면 곧잘 하는 집이 있거든요..
오랜만에 회냉면 먹었습니다.
회냉면에 겨자랑 양념장 더 넣고 설탕도 약간 더 추가해서...그럼 맵고 달고...제대로 자극적입니다!!
오늘..저녁 하는 데 의욕을 잃은 것은..드뎌 가스오븐이 맛이 갔습니다.
제가 가스오븐을 좀 함부로 쓰는 편이에요.
빨래를 일주일에 두어번 삶는데..주의한다고 해도...자주 비눗물을 넘기곤 합니다.
몇년전 한번 고장이 좀 많이 나서....거금 들여고쳤는데..올 들어서 자꾸 말썽을 피웁니다.
원래도 장마철이면 점화가 잘 안되서, 드라이어로 말려주곤 했는데..올 들어서는 장마철이 아니어도 점화가 안됩니다.
그래서 얼마전 광파오븐 들어오면서, 지나가는 말로..
"저 가스오븐 말썽만 피우는데..확 버려버릴까??"했었거든요.
AS기사 나오면 올 때마다 출장비에 수리비에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 가스오븐 버리고,
그냥 가스 쿡탑을 사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러면 쿡탑 아래 수납공간이 생길 것이고..그럼 수납력이 좋아질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요즘..가스오븐을 째려보곤 했습니다..
그랬는데...
오늘...수건과 속옷 따로따로 두군데에서 삶다가 비눗물이 조금 넘쳤어요.
평소 넘치는 정도였는데...
따 따 따 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나더니, 잠시후 뭔가 타는 냄새가 타는 듯 하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계기판의 불빛이 사라졌어요.
물론 점화도 안되죠..드뎌..맛이 간 것 같아요...
아마..제가 자기 미워하는 거 알고..반항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빨래 한번 안삶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이 더운날 빨래 삶다가..8년 밖에 안쓴 가스오븐 해먹고..
AS신청은 했는데..소식도 없고...
비누며 치약이며 떨어진 것이 있어서 저녁 먹고 잠시 마트에 갔었어요.
3구짜리 가스쿡탑..전..10만원도 안하는 줄 알았는데..그것도 20만원이 넘대요...그릴도 없이 달랑 버너만 세개인 것이....
받침대까지 싱크대집에서 해오면...허걱...
당분간 불 붙일 때마다 주방용 라이터로 불을 부쳐가며 쓸 것 인지,
아니면 거금을 들여서라도 수리를 할 것 인지,
이참에 쿡탑으로 바꿀 건지....
안그래도 더운데..이 궁리하느라..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안그래도 요새 귀에서 열기가 빠져나오는 것 같은데...
여러분..살림살이 중에서 좀 미운 것이 있다고 대놓고 티내지 마세요..저희 가스오븐처럼..반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