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이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나만의 정원을 가져보느냐가
아주 중대한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돈 안 들고 만들기 어렵지 않고 관리 어렵지 않은 그런 정원.
이쁘다고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유지하고 만들어주는 것...
그래서 많은 분들이 화단을 가지려면 돈이 들어가야 하는 줄 압니다만,
저는 정말 돈을 잘 쓰지 않고 만듭니다.
올해 이사 온 집에는 베란다가 무척 좁았는데, 베란다 유리문 밖에 노출베란다가 0.3평 있습니다.
아마도 베란다가 너무 좁으니 서비스 면적으로 줬나봅니다.
거기를 정원으로 만들 계획을 세워서 4월부터 조금씩 만들어갔습니다.
올해는 초봄에 해도 적고 기온도 낮아서 성장과 발아가 늦었는데 5월 들면서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
확확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이사 몇달 뒤... 이렇게 변했습니다.
2010년 6월 15일 현재의 저의 0.3평 베란다화단을 소개합니다.

아침 햇살의 화단.
거실 문을 열면 보이는 화단입니다.
저는 절대 환경을 무시하지않습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화단보다는, 그 환경에 적합한 환경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실내베란다로는 무척 좁은 면적이지만 노출베란다로는 그래도 쓸만합니다.
왜냐면 이 곳은 통풍에서 완벽하게 자유롭게 햇빛도 꽤 들어오니까요.
물론 겨울이 되면 영하의 날씨 때문에 월동이 안되는 작물은 다 사라지겠지요.
그래도 이 면적을 키친가든으로 사용하기로 했답니다.
물론 먹는 것만 심으면 너무 심심하니까 이쁜 꽃도 심어야하고요.

파종도 하고 모종으로 키워서 옮겨심기도 했습니다.
흙은 지마켓 같은 곳에서 사다가 채웠고요, 마사토를 많이 넣어서 물이 솩솩 빠집니다.
절대 과습이 안되어 좋습니다.
집에 있는 베란다화단은 물을 덜 줘서 말라죽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과습되기가 쉬운지라, 물이 잘 빠지도록했습니다.

저는 이쁘고 가지런한 화단보다는 좀 어수선한 분위기의 자연스런 화단을 좋아합니다.
인공적인 느낌이 나는 것은 좋아하질 않아요.
그래서 수시로 옮겨심고 뿌리고 합니다.
이제 제 화단의 특징이지요.

이쪽은 먹는 것이 많습니다.
중앙에 루꼴라를 중심으로 오른쪽(윗쪽)은 주로 볼 것이 많고
왼쪽(아랫쪽)은 먹는 것들이 많죠.
그 이유는 보시다시피 오른쪽(윗쪽)은 거실이나 부엌에서 바로 보이는 부분이라서 꽃을 많이 놓았어요.


요즘 양귀비와 패랭이가 제법 꽃들을 피우는 시기지요.
그리고 아래에 풍로초, 수레국화, 등심붓꽃이 마구 뒤엉켜 제멋대로 꽃을 피웁니다.



나스타튬(한련화) 화분은 이제사 저 정도 자랐습니다. 파종했거든요.
화원에 이미 꽃이 만발한 행잉분을 팔지만 이상하게 그건 싫더군요.
내가 직접 키운 것은 이쁜데...
올해 꽃이 지고 씨앗이 자연적으로 흙으로 떨어지면 내년에는 보다 일찍
자연적으로 싹들이 올라오겠지요.

수레국화와 패랭이입니다.
이 좋은 화단을 저처럼 뭔가 심어 키우는 화단 용도로 사용하는 주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밖에서 보니 대부분 잡동사니를 쌓아놓는 용도로 사용하더군요.
이 좋은 공간을!!
이 베란다도 밖에 유리문이 하나 더 달렸다면 이런 것들을 파종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만큼 통풍도 안 좋고, 햇빛도 유리문을 걸러서 들어와서 양이 부족하고
그래서 벌레도 많이 발생했을 겁니다.
이런 화단은 배수가 잘되게 해서 흙이 항상 젖어있지 않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물을 자주 줘야해서 바쁜 것 같지만, 항상 흙이 젖어있으면 오히려 병 발생이 쉽고 벌레도 많아집니다.
다소 건조하게 관리하는 게 좋답니다.
물을 주고 잠시후 흙을 파보면 물이 솨악 빠져내려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차이브와 야생화입니다

패랭이의 한 종류입니다.

요즘 양귀비의 계절이죠.

파종한 등심붓꽃입니다. 몇년째 씨앗을 받아서 해마다 꽃을 피우지요.

카모마일은 작년에 텃밭에 농사를 지어서 차를 만들었지요.
올해 올라온 것을 옮겨심었습니다.

풍로초 입니다.

수레국화입니다.

얼굴마담 양귀비..그런데 꽃만 지존일 뿐, 잎은 영...

이름 모를 야생화입니다.

천사의 눈물인지 병아리 눈물인지 하는 겁니다.
그리고 <허브류 입니다>

스위트 바질입니다.
텃밭에는 이것의 10배 넘는 바질이 자라고 있습니다.

루꼴라(로켓)입니다. 정말 잘 자라네요...

파슬리입니다.씨앗 뿌려 키웠습니다.

레몬밤입니다.

허브의 지존, 로즈마리입니다.

타임입니다.

애플민트입니다.

차이브입니다.
그리고 화단 반대쪽은 먹자판입니다. <채소류>들이지요.

대파입니다. 저는 항상 파 한단을 사면 이렇게 화분에 심어놓고 오래오래 먹습니다.
잘라먹어도 뿌리가 남아있으면 계속 새 잎이 올라오지요.

부추입니다.

로메인 양상추입니다. 쌈채소계의 지존이죠.^^
씨앗 뿌려 키웁니다.

케일입니다.

벼에요!! 근처 논에서 모내기 하고 남은 모를 버려서 주워다 키웁니다.
어케 될꼬...ㅋㅋ

20일무f입니다. 씨앗 뿌렸는데 잘 자라네요. 오예~

이것 보세요...빨간 무가 달리고 있습니다..

겨자입니다. 톡 쏘는 맛이 나죠.

뭔지 아시는 분?
참나물입니다. 흠하하하하....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물이에요. 씨앗을 가장자리에 주욱 뿌렸더니 많이 올라오네요.

식사시간입니다. 수확을 해야겠죠?

샐러리도 싹뚝!

겨자도 싹둑!

바질도 싹둑!

양상추도 몇장...

케일도 몇장...

산지직송 쌈채소입니다. ^^

이 화단을 산책하는 것이 취미였던 고양이 꼬마는, 꽃이 핀 뒤로는 접근 안합니다.
꽃을 밟으면 안된다는 걸 아는 걸까요?
그럴 거 같진 않은데...^^ 길냥이여서 흙을 좋아하지요.

0.3평의 아주 작은 베란다 텃밭, 키친 가든입니다.
과감하게 시도해보세요.
작은 집에 맞는 나만의 화단을 만들어보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전혀 화려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지금 제게 딱 맞는, 그런 <키친 가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