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밭 한 켠 온실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것이 자라고 있었어요.
작년 가을에 얼마 되지 않는 깨를 털다가...
얼마 나오지도 않는 짓을 내가 왜 하나 싶어서 온실 안 땅에 털어버렸는데....
그것들이 다 나와서 어느새 자랐더라구요--;;;
순간 미안했습니다. 씨였지만...이런 생명을 지니고 있는걸 제 자신이 너무 홀대했다는 생각에....

마트의 딸기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우리 집 텃밭(후배가 그러더군요--;;언니네 텃밭은 텃밭이 아니라 밭이다....--;;;;)에선 촘촘하게
자라버린 딸기를 따느라 매일 오전 한두시간은 부역아닌 부역신세가 되어버렸어요.

상추도 모종을 사서 키워 먹는 것보다는 씨부터 키운 것이 확실이 야들야들해서...
올해도 적상추 청상추 오크잎 등등.....
항상 후회합니다....너무 많이 나와서--;;;;;;;

작년에 참 재미있게 키웠던 고추를 올해는 작정하고 심어버렸어요^^;;;;
여동생 부부까지 꼬셔설라무네--;;;
진짜 태양초고춧가루의 맛을 느끼게 해주마......
시중에 나와있는 태양초들은 진짜태양초로 만들기 힘들다고 들은 적이 있어서요.
태양아래서 말려 약 한번 치지 않은 채로 (수확량은 확실이 작지만요)
갈아 나온 고춧가루의 향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거든요.
고춧가루에서 단 맛을 느꼈다고 하면 저 미친건가용????ㅋㅋㅋ
이젠 완전 농사꾼이 되어서 비닐멀칭까지는 동네총각 일당주고 부탁하고...
고랑고랑 중간에 부직포로 된 천을 깔아주면 잡초도 안 나고 물도 통과한다며 농협에서
가르쳐준대로 깔았더니....세상 무서운 잡초를 이긴것 같아 까는 내내 얼마나 행복했던지--;;;

토마토가 많이 자랐길래 끈으로 묶어주다가 난생 처음 무당벌레의 알 낳는 모습을 보아버렸어요..
다산의 상징....이더군요^^어찌나 귀엽게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노란 알들을 낳고 있었어요.

요즘은 많이 행복합니다.
친정엄마 오셔서 텃밭에서만 사는 것 같아 돈도 안 주는 머슴살이를 하냐 매일 다투었는데....
요즘은 제가 친정엄마를 닮아가는 거예요--;;;
채윤이 어린이집 가면 머리에 수건까지 싸매고 앉아 고랑 만들고 잡초 뽑고...
땀이 흐르면 살 빠지는 것 같아 즐겁고...
약도 치지 않아 지렁이천지인 텃밭도 이젠 별로 안 무섭고
특히나 바로 딴 딸기나 상추같은 걸 내 가족 입으로 바로 쏙 넣어도...
맛있게 먹어라 하고 웃어줄수 있는 지금이 참 행복합니다.

특히 이 아이때문에 행복합니다.
어느새 세돌이 되어 이젠 엄마 힘들다고 하면 등 두들겨주며 '엄마 힘드로?'해줄때마다....
하루종일 고단했던 살림도 그냥 다 쉽다고 지나가 버립니다.

이제 6월 말이면 태어나면서 하늘로 보낸 둘째가 간지 벌써 1년이 됩니다.
살면서....암도 교통사고도....다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늦은 나이 결혼했지만 순탄한 임신에 순산을 반복할 줄 알았는데....
출산날 잃은 둘째때문에 생전 남들은 안 하고 넘어갈 뻔한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안 맞아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이제 그만 이혼하자.....그리도 남편을 괴롭혔구요.
아무것도 모르는 큰 아이가 재미있게 놀면 혼잣말로'넌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울기만 하고 6개월을
보낸 것 같습니다.
6개월이 지나면서 난생 처음 정신과상담도 하고....
종교의 힘도 빌려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안 하고--;;
내가 무얼 잘못해서 아무 이유도 모르면서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나....
그리고 깨달은 건....
내가 참 생각 없이 본의 아니게 남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겠구나....
주위에 불임부부들도 많은데 나잇값도 못 하면서 입덧이 힘드네...애 키우기 지치네.....
아무 생각 없이 떠벌린 말들 자체를 누군가는 부러워 하고 시기도 했을 수 있겠구나....
내가 참 남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겠구나....
그 순간 생각 나는 주위사람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해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깨달은 순간 둘째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누구에게 알리지도 않고 부부가 매일 경건하게 지내자며 3개월 4개월을 넘기면서...
점점 세상살이가 힘들다....라는걸 매일 느끼고 삽니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고비고비 쉬운 일이 없으니...
아마도 하늘에서 더욱 진지한 마음자세로 항상 남들 배려하며
살라고 우리 부부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구나....하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11월초면 둘째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부부가 태동도 느끼고
키득키득거려요^^;;;;;;;;;;;;;;;;;
비가 온 어느날 아이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고 나가던 남편이 절 부릅니다.
잠깐만 나오라고....
커피 한 잔 들고 이제 쉬엄쉬엄 넷질좀 하려는데....왜 부르나--;;
나갔더니 달팽이가 예쁘게 기어가고 있어요.
너무 예쁘지 않냐고....
차를 빼기 전에 봐서 달팽이가 지나가면 갈 거라고....
아이와 부부가 한참 달팽이가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
이렇게 살면 행복한 거지.....
더 바라면 벌 받을거야....
다행히도.....
이번에도 딸이라네요^^;;;;;;;
저흰 안아보지도 못하고 간 둘째가 딸이어서 죽어도 딸이길 바라고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시월드의 수장님께서만 친정에미 닮아서
줄줄이 딸만 낳을 팔자라고~~~~
이젠 결혼 5년차....
이정도야 넘기기 껌입니다....
뭐 어때요--;;;
우리만 행복하면 되지요 뭘--;;;;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