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천골 사람들과 무등산에 다녀왔습니다.
가을걷이때문에 바빠 못간다던 문정아지매가
마음이 바뀌어 집앞으로 지나가는 관광버스를 세우곤
급히 챙겨오느라 미처 신발도 못신고 달려왔습니다.
(환영하는 박수소리로 지리산지역 아침 온도가 일도 상승.)
바람재에 올라 인증샷을 찍을 때만해도 칼라였는데
뭘 잘못만지는 바람에 추억색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허리는 팔순쯤 되보이는 제일 뒤 옥림여사님은
고개를 넘어갈 때마다 더는 못간다더니
초인적인 힘으로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바로 앞의 원터아지매는 산행 실력이 많이 늘었네요.
지난 달 하동 대숲길을 걸을 때도
<이게 내길이다~>며 신바람을 내더니
이번에도 친정길 걷듯 합니다.
일억만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입석대는
무등산의 얼굴입니다.
얼굴을 봐야 그 사람을 보았다고 할 수 있듯이
입석대를 보았으니 무등산을 보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라고 하면 크게 실수하는 거인가요?ㅎㅎ)
하여튼 무등산의 잘 생긴 얼굴을 요모조모 띁어보며
모두들 무등산에 오길 잘했다고 탄복을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무등산을 못보고 죽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무등산 능선은 갈대밭입니다.
드문드문 구절초가 보이고요.
점심먹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까지 해서
7시간 가량 산에서 보낸 것 같습니다.
아침에 출발할 때는 덥더니 능선에 올라서자
공기가 차가워져 옷을 있는대로 껴입고
내려올 때는 옷을 벗었다가 입기를 반복했네요.
산행을 마칠 즈음 모두들
너무 많이 걸었다고 힘들어했는데
관광버스를 타자마자 상황이 돌변.
차를 타고나서부터는 제가 낙오할 뻔 했습니다.
더이상 못걷겠다던 어르신들이 어디서 이런 힘이 솟아나는지...
차라리 산에서 걷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들 비좁은 관광버스안에서 온몸을 미친듯이 흔들며
두시간 가량 잠시도 쉬지않고 뛰었습니다.
저도 완주했습니다.
안그러면 어르신들이 싫어하니까...
눈치보고 슬그머니 앉으면 바로 땡기니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