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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가는 길

| 조회수 : 2,784 | 추천수 : 0
작성일 : 2011-09-17 07:23:41
 

핸드폰에서 문자왔숑 문자왔숑 울립니다
혜화동에서 보자네요

요즘 세상 참 좋아졌어요
본인이 잊어버리고 있어도 이렇게 문자까지 해주며 관리를 해주네요

것도 이틀 전에 미리해주어
백수의 꼬인 스케즐을 풀어주니 감사할뿐이죠

석달 전에 받아온 종이 한장을 어디뒀나@@
한참을 찾아 내가 가야 할 곳을 체크하는 데

벌써 몇년을 드나 들었음에도
어디로 가야하나 이건 뭐였나? 의문이 들곤하네요

아침밥상 차려주며 아무생각없이
단호박 조림이 잘되었나 하며 하나 줏어 먹고

보관통에 넣다 말고 양이 좀 남기에
작은 통 쓸수없어 또 몇개 내 뱃속에다 쓸어넣고는
오랫만에 빽빽한 출근 버스를 타고 헤화동에 갔드랬지요

본관 3층에 가서 시간에 알맞게 슬라이딩으로 들어가니 숨 돌릴 새 없이
가슴을 쥐어 누르는 초음파 40분

무척 아프지만 간간히 수면상태로 돌입하는 신공을 펼치기도하니
제 내공도 어지간히 쌓인셈이죠

다음은 보자 새로지은 암센타 1층 이군요
땡볕을 가로질러 가서 가운 갈아입고 흉부사진 두장을 팍팍 찍어 주었습니다

옆병실로 돌아가 아까운 피를 좀 뽑아준 다음

어디보자 ~ 뼈스켄을 하러가야하는데 모야 다시 본관
한꺼번에 몰아주지않고 뭐하는 거지 슬슬 스팀이 새려고 합니다

하지만 잠시 서서 불을 끈다음 본관 핵의학실로 가서
주사 한대를 맞아줍니다

검사는 어린이 병원 4층 핵의학실로 가시랍니다 또!!! 하면서도 네~~라고 순순히 대답합니다

지금이 열시반 그럼 뭐하지 ?? 하다

아!!! 10시 40분 CT촬영를 기억해내곤
다시 정신이 엉킵니다

어디러 가는거지
매번 오지만 매 올 때마다 헷갈리는 이시츄에이션

할수없이 안내에 가서 묻습니다
초록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 아주머니는 상냥한 얼굴로
응급실옆 응급CT실을 가르킵니다

간호사님이 금식을 하셨는지 라고 묻습니다
아~그게...저.. 단호박 몇개를 하니 단호히 지금 검사 불가 라고하십니다

이를 어쩐답니까
그럼 언제?? 먹은 양이 작으니 2시30분 경 다시오면 해주신답니다

아 다행입니다
어차피 뼈스캔 하려면 그때까지 병원 곁을 떠나면 안되니까요

근데 금방 배가 꺼질듯 고파옵니다
물도 먹고 싶어 목도 마렵습니다
갑자기 배고프고 목말라 기운이 촤악~빠집니다

대학로를 갈까하다 너무 덥고 번잡해 고개를 젓습니다
그럼 창덕궁을 갈까 하다 것도 망설여집니다

오늘 날씨가 만만치않게 덥고
우선 걸어 다닐만한 힘이 없습니다

자의로 굶을 땐 별상관 없다가
남이 굶어야한다니 이렇게 배고프고 힘이 없으니 사람만큼 간사할까 싶습니다

눈앞에 좋아하는 궁을 두고 포기를 합니다



그나마 에어컨 가동으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병원에 남기로 합니다

하지만 좌우를 둘러봐도 우울하고 기운없이 아픈사람들
얼굴에 잔뜩 시름을 얹고있는 보호자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병원에서 보내려 했던 것이 후회됩니다

다시 어디라도 그래 동대문시장이라도 하는데
가지 말라고 제눈에 쉼터가 보입니다
궁이 보이는 창가에 갖가지 책들과 컴퓨터 모니터 3대가 나를 보고 손짓합니다

잔잔하니 클래식음악도 틀어놓았습니다

이리저리 검색하고 놀다 밀린 이야기 한편도 정리했습니다

전 공공장소에서 작은일 하나를 합니다

마지막에 꼭 경빈마마님 홈피를 열어놓는 일입니다
나름 마마님댁 흥보담당입니다 ㅎㅎ



시간이 얼추되었으니 어린이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아니 그전에 원래 핵의학실로 먼저 갔습니다
저기요 어린이 병원으로 가시랬는데...!! 아니 언제??라고 하려다 아참 맞지!! 제가 요즘 이렇습니다
어린이병원은 참 가기 싫은 곳입니다

아픈 아이들을 보면 제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눈둘 곳을 찾을수 없습니다
들고 간 책을 보는 척하며 순서를 기다리다 검사를 끝내고
다시 본관 응급실로 옵니다

제일 하기 싫은 검사 주사 한방이면
5초도 되기전 모든 살의 구멍으로 뜨거운 열이 뿜어나오는
그여운이 오래남는 주사를 빨리 내보내기위해
검사 끝나고 나면 엄청남 양의 물을 마셔야하는 검사입니다

부르르 떨며 검사를 마침니다 허기가 갑자기 밀려옵니다
가방에서 챙겨간 찰떡과 물을 꺼내 먹었습니다

아침 8시30분에 집을 나서 3시가 되어야 모든게 끝나는 이런 일정도
이제 일년만 더하면 끝이 납니다

돌아 오는 버스 안에서 평소 안 감던 눈이 저절로 스르르 감김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쓰러지듯 잠들다 일어나니 새벽이 깊어갑니다

마치 도둑이라도 맞은듯 시간이 흘렀습니다


새는 내일은 밝고 환한 날일겁니다
여러분은 건강하십시요




행복이마르타 (maltta660)

요리를 좋아하지만 잘 할 수없는 현실 키톡을 보며 위로받는답니다^^; 사람좋아하고 여행좋아하고 농사짓는 사람 존경하는 행복한마르타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름다운아짐
    '11.9.17 9:45 AM

    기운내세요 월욜 저도 혜화동가는데요 쉼터 이용해야겠는데요 힘내자구요 !

  • 2. 미야
    '11.9.17 1:00 PM

    ㅎㅎ 동지가 또 있네요.너무 리얼하게 그림보듯이 저는 기다리는동안 퀼트해요. 건강하세요 ^^

  • 3. 아이리스
    '11.9.17 10:03 PM

    일년밖에 안남으셨네요...ㅎ
    몇번씩 해도 할때 마다 힘든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힘내셔요~~^^

  • 4. 행복이마르타
    '11.9.18 8:29 AM

    아름다운아짐님 ,미야님, 아이리스님 우린 다 동지였군요 ㅎㅎㅎ
    네 마지막까지 힘들내시고 날마다 즐거운 날 만들어가시자고요!!!

  • 5. 호호아줌마
    '11.9.19 11:22 AM

    작년겨울 문턱에서 경황없이 겪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그 과정을 5년간 매번 반복해야 하는건가요? ㅠㅠ
    해바라기가 참 곱습니다.^^

  • 6. 행복이마르타
    '11.9.21 7:45 PM

    이제 떨출 날을 기다리며 많이 웃고 산답니호호아줌마님 이제 일년 채 못남았답니다
    그래도 병원가면 늘 허둥거리게 되는것은 왜일까요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감 때문일테지요
    잊고 살다가도 병원 냄새가 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아픈 기억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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