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휴가의 한 가운데,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점이라서 과연 몇 명이나 신곡의 지옥편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을 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우선 방학내내 아이들과 읽는 고전 수업 준비하느라
다시 고대로 돌아가서 다양한 책읽기에 바빴지요. 그러다보니 정작 신곡의 지옥편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
한 번 잡고 나니 몰입이 되더라고요. 마침 금요일 하루를 온전히 비워둔 것도 책읽기를 마무리하는 일에 일익을
담당한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옥편의 지옥문에 담긴 글에 마음을 온통 빼앗겨 하루 종일 마음속이 혼란스러운 겁니다.
per me 나를 통해서 이렇게 세 번이나 계속되는 구절에서 나를 통해서 지옥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없었을까,
나의 인생 전반에 대한 거리를 두지 못하는 성찰은 상당히 뼈아픈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문학작품을
읽는 일은 자칫하면 온 몸이 고통스러운 경험이 되고 말지요.
이번에 제대로 읽은 지옥편, 제대로 하고 하는 이유는 언젠가 만화로 요약판으로 이런 식으로 단테를 만난 적은
있지만 제대로 완전 번역된 책으로는 처음 읽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단테와 만나는 일에 최대의 난점은 당시의
많은 이름들, 지명들에 익숙하지 않아서 주해를 읽지 않으면 의미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최숙자씨는 태백산맥을 예로 들면서 우리가 삶의 경험과 연관해서 읽는 이 소설이 몇 세대가 흐르면 고전이라고
해서 읽지만 그런 강렬한 경험이 그들에게 가능할까, 그런 의미에서 단테의 피렌체는 아주 오래된 지역의 역사
그리고 우리들과 먼 서양의 역사속의 이야기안으로 들어가려다보니 과연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이 말의 의미는 이해하지만 클래식이란 원래의 의미대로 로마에서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함대를 한대가 아니라 여러대 바칠 수 있는 계층을 의미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위기에 처한
인생에서 무엇인가 끈이 되는 것이란 고전에 대한 해석을 단테의 신곡 연구라는 저서를 통해 의미있게 받아들인
조혜숙씨는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를 마음 깊이 읽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지요. 누구보다 이 책을 잘 읽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던 허신영씨 그런데 예상외로 그녀는 고백록이 더 좋았노라고
이 책은 이상하게 몰입이 되지 않더라고 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고전읽기에서 점점 맛을 느껴가고 있는 최문희씨는 동영상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았노라고 메모를 해서
내용을 전달해주면서 자신의 고전읽기와의 깊어지는 사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처음 알게 된 때부터의 지금까지의 그녀의 인상이 갑자기 한 장의 사진처럼 죽 이어져서
제 앞에 펼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놀랐습니다.
늘 어떻게 여기까지 하고 놀라게 만드는 정재희씨, 이번에도 역시 그녀는 상당한 보조자료도 읽고, 그 안에서
그녀에게 도움이 되었거나 글에서 집어낸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을 해서 눈길을 끌었지요. 함께 하고
있는 세월동안 변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릅니다. 살림에서 나온 박상진 교수의
신곡에 대한 책을 구해서 읽은 내용중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을 읽어주는 것을 듣고 있노라니 아니 나도
저 책을 읽었는데 내 책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행방이 궁금해졌는데요 오늘 우연히 책장 구석에서
발견을 했지요.
신곡 이야기를 하느라 잊고 있었는데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온 진달래씨, 그녀 덕분에 다시 행복한 왕자의 고전읽기
시간, 테이블의 분위기가 변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사람에게 (그녀는 좋아서 한다고 말하지만) 의지해도
되는 것일까 깊이 고민해볼 문제이네요. 그녀가 먼저 스페인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준
시간, 여럿이서 여행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오르고 질문과 대답,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 그 시간이
너무 오래가면 우리가 모인 원래의 목적 단테의 지옥편 이야기가 늦어질 것 같아서 중간에 커트 해야 되는 것이
아쉬운 느낌이었던 것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각자에게 지옥편에서 의미있게 들어온 부분이나 지옥의 각 고리에서 내게 해당하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느낌으로 이 글을 읽었는가, 다음 번에 연옥과 천국을 함께 읽을 것이 아니라 단테 신곡연구의 연옥편까지를
함께 읽고 그 다음에 천국편도 그렇게 읽을 것인가 의견을 구했더니 그렇다면 다음에 연옥편까지 읽는 것으로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어제의 surprise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등장한 박옥아씨, 그녀는 아이들 수업에서 만나고 있는 중인데
이 시간에 책을 들고 오리라곤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새로 이사한 집에
여럿이서 선물한 에스프레소 기계, 거기에 맛있는 커피를 개인적으로 선물하는 김영은씨, 역시 하고 생각을 했지요.
그렇게 마음 쓰는 일이 가능한 사람의 머릿속과 마음이 궁금한 날이기도 했지요. 언젠가 그 집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실 날이 있겠지만 과연 쓴 커피라고 알려진 에스프레소는 입에 맛으려나 , 그런 날 단테의 지옥편을
낭송하는 이탈리아 어를 들으면서 맛을 보면 어떨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네요.
이탈리아어로 된 낭송 동영상을 찾다가 먼저 발견한 것이 신곡의 지옥편 오케스트라 연주입니다.
낭송은 첫 부분은 어제 찾아서 올려 놓았으니 per me 로 시작하는 지옥문의 대사를 찾는 분은 올려 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