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서 나눠서 올리게 됐네요.
늦게 출발해서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몇시간 운전을 하니 해가 지고 있어요. 지는 태양아래 피오나예요. 피오나에게 미안했던 것 중 또 하나는 피오나 방에 해가 잠깐만 비췄거든요.
떠나는 날 비는 오지 않았지만 소나기가 오는 곳도 있어서 맑은 듯 하면서도 짙은 구름이 깔려있었습니다.
3시간 쯤 운전 한 후 잠깐 쉬었어요. 저도 쉬고 피오나도 쉴 겸. 처음으로 오랫동안 차에 있으니 내 놓아도 좀 불안해 했어요. 고양이들이 여행중 뭘 안 먹는다고 그러더니 정말 물도 안마셨어요. 화장실도 가지 않구요. 어린 아이라면 여행가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게 시켰겠지만 ..그럴수없으니 점점 초조해 졌어요. 아직도 3-4시간을 더 가야했으니까요.
어두워 진 후 기름을 넣으러 잠시 멈췄는데 모든게 새로우니 피오나는 눈이 평소보다 두배로 커집니다.
정말 예쁘게 생긴 고양이죠. 언니에게 여행하면서 사진을 보내줬는데 참 안타까워했죠. 저렇게 예쁘고 건강한데 수명이 2년 좀 더 살면 3-4년이니까요.
저도 고양이와 장거리 여행하는 게 처음인데다 하룻 밤 숙소에서 자는 것도 처음이라 여러가지로 걱정이 됐죠. 낮 선 곳이라 놀아 줄 장남감과 고양이 화장실 등 등 다 가지고 들어가는데 정말 짐이 한보따리였어요.
모든 게 낮서니 무척 불안해 보였는데 특히 TV를 켜니까 놀라면서 숨는거예요. TV를 대해보지 못해서 그렇게 놀랐던거죠. 그래서 TV를 끄니 여기저기 탐색하느라 여전히 사진은 제대로 나온게 드무네요.
피오나와 같이 잠을 자 본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 녀석이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걸 알았죠. 집에선 피오나가 있는 방문을 열면 자다가도 일어나 절 반겼을테니 제가 이 놈 자는 걸 볼 수가 없었죠.
너무 피곤해서 얼마 놀아주지 못하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 팔과 가슴쪽에 파묻혀 자고 있어요. 그걸 보니 새로운 곳에 가면 고양이들과 잘 지낼테지만 보통 집 고양이처럼 사람과 하루종일 같이 지내지 못할테고.. 또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죠. 평생 보살펴 줄 수 있는 곳을 찾은 것만 해도 다행인 일인데 사람욕심이 끝도 없습니다.
이 날 밤에도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아침에 좋아하는 캔을 주니 한 입 먹고 더이상 안 먹어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했어요. 다행이 화장실은 다녀오구요.
장거리 여행때문에 올 때 놔 준 주사를 먹일 수 있는 약으로 가져왔어요. 주사기에 넣어서요. 그걸 아침에 먹이고 출발했는데 효과가 비슷한 듯 해요.
아틀란타 병원이 6시에 닫는데 5시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듯 보였거든요. 그런데 이게 제가 시간을 잘 못 알았던 거죠. 하루이틀 여행하는 것도 아닌데 왜 까맣게 생각을 못했는지..마음이 너무 산란하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보니 그랬나봐요. 그리고 시차가 변하면 자동적으로 폰에서 시간이 변해야 하는데, 왜 그런지 아틀란타로 넘어가면서 시간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제가 도착한 시간 5시에 병원은 문을 닫았죠. 그래서 하루 더 피오나와 그 근처 숙소에서 같이 보냈습니다.
전 내심 좋았어요. 하루 이틀 더 같이 있는다고 달라질게 없는데도 피오나와 같이 하룻밤을 더 보내고 싶었거든요.
병원가는 길엔 작은 강이 있었는데 안개가 강 위로 잔뜩 끼어있습니다.
또 다른 숙소 탐색하느라 또 여기저기 돌아다녀요. 이 녀석은 저 Da Bird 깃털 달린 막대기 하나면 24시간도 놀 기세죠.
이 날 아침엔 건사료는 여전히 안 먹고 캔은 아주 조금 먹었어요. 물도 좀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왔구요.
에이미 친구는 목요일 노는 날이라 없었죠. 그동안 피오나 병원에 다녔던 모든 자료를 건네주고, 저녁때 제가 다시 데리고 나가서 잘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이 따가 전화를 해보라고 하더군요.
병원에선 얼덜결에 피오나를 넘겨주는 바람에 눈도 못 마주치고 보냈습니다.
근처 Waffle house에서 아침을 먹고 짧게 쇼핑을 하는데 눈에 들어오질 않았어요. 마음이 다른데 가 있으니 ..보통 대도시 가면 쇼핑하느라고 바빴는데 뭐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마음은 허공에 뜬 상태라 전화를 하느니 5시쯤 가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죠.
이 날 일년치 눈물은 다 흘렸습니다.
담당 수의사를 만나봤는데, 정말 상냥하고 좋은 사람이었죠. 제가 일단 피오나를 그곳에 떨어뜨린 걸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해요. 왜 그렇게 서럽던지 수의사에게 물어 볼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았는데 한마디 하고 울음이 나오고..멈췄다 또 나오고..
의사말이 자기가 많은 애완동물 주인을 만나봤지만 제이미는 정말 특별히 좋은사람이라고 말을했어요.
보통 류키미아 고양이는 2년 살지만, 잘 보호받으면 몇 년 더 살수있다고도 했죠. 전 먼저 간 키사가 병이 좀 깊은 상태라 비록 류키미아 양성이지만 건강한 피오나가 같이 있다가 더 나빠지는 거 아닐까 걱정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런건 아니라고 해요.
피오나를 안 볼까 했는데, 낮선 곳에서 불안해 할 지 몰라 보겠다고 했어요.
검사 받는 작은 방이었는데, 이녀석이 절 보고 반가워하는 걸 보니 또 눈물이..
피오나는 제가 우니 이상한지 자꾸 쳐다 봐요..뭔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겠죠..그래서도 안 울어야지 마음을 먹는데 이 울음이란게 또 강제로 참으니 가슴이 아파오는거 있죠.
내일 에이미 친구를 보고 떠날 생각이라 내일 다시오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려니 온통 피오나 흔적뿐인 그곳에 들어 갈 수가 없었어요. 낮에 박물관에 들릴 생각이었는데 못갔는데 다행이 이날은 8시까지 문을 열었어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등..전시회가 있었죠.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고 들어가려는데,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와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겠어요.
8시에 나와서도 숙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한국식품점에 들렸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그런곳..그래서 아무생각없이 정신을 좀 딴데로 돌릴 수 있는 곳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울어 눈이 심하게 부어올랐는데, 한국 사람이 보면 한 번에 알아보죠..울어서 부은 눈이라는 걸요. 그래서 다른 사람과 마주칠땐 마치 알러지 때문이라는 듯 기침을 했습니다.
이곳은 아주 오래 전 딱 한 번 와본적이 있는데 전 그 때 따라와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기억도 희미했고, 또 많이 변했어요. 이렇게 깨끗하지 않았던 기억이거든요.
10시 반 쯤 이곳을 나와 차 안에 앉아있는데 이건 뭐 그냥 자동으로 그냥 흐릅니다. 뭐가 그렇게 서러울 일이냐..이렇게 생각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전 정말 서러웠거든요. 피오나가 죽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슬펐습니다.
앉아서 언니에게 짧은 이멜을 보내고, 내일이 마지막인데 피오나를 보고 떠나야 할지 그냥 떠나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어요. 보고나면 오늘 보다 더 힘들지 모른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피오나는 한 번 더 저를 보는게 그곳에서 낫지 않을까 생각도 됐구요.
그래서 제가 이곳에서 알게 된 나이 많으신, 대학에서 정년퇴직하신 심리학교수 한 분을 알고있는데 이멜을 썼습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 내려주는 결정에 따르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였죠. 내가 이 녀석을 내일 마지막으로 봐야겠냐..아니면 보지 말아야 좋겠냐..내일 내가 또 이렇게 울어도 괜찮겠냐..아니면 좀 참아야 하냐..웃긴 질문이죠..그런데 전 정말 저 교수가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었어요. 울지 말라면 좀 쉽게 참아질수 있을 거 같아서였죠.
다음 날 아침 답장이 왔습니다. 긴 답장 중, 눈물이 나오고 슬프다는 건 피오나가 내게 그만큼 소중했기 때문이니..울고 싶은 만큼 울고..억지로 참지 말라는 말과, 문을 열때마다 피오나가 뛰어나와 날 반겼다는 건 내가 피오나에게 그만큼 소중했던 사람이니 자기 생각엔 마지막 날 피오나를 보고 오는 게 좋겠다..낮선 그곳 생활에서 저를 한번 더 보는게 피오나에게 도움이 될 수 도 있으니..그리고 다시 본다면 피오나의 마지막 날을 정말 풍요롭게 해 주라고 했어요. 특별한 내용이 아닐 수도있지만, 이 글을 아침에 읽는 순간 이녀석이 좋아하는 깃털 막대기로 놀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병원으로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