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중 미술관에 도착했습니다.
혼자 오신 관람객이 팜플렛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우선 한 컷!
표를 구하러 간 사람들이 돌아오기 전 이 곳에서 벽보를 통해서 우선 미술관과 이 지역에 대해서 인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답니다.
번거로운 일들을 도맡아서 처리해준 포스티노님의 여동생분들.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고마운지요!!
이 곳만 촬영이 허용되고 안에서는 절대 사진 불가라고 하네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런 생각 반, 건축물자체가
작품이라서 그런 모양인가 이해 반, 묘한 느낌입니다.
섬에서의 이틀 다양한 꽃을 보았습니다 .계절을 의심할 정도로 많은 꽃에 놀라서 자꾸 카메라에 손이 가네요.
얼굴에 이 곳에 와서 행복하다는 느낌이 가득 묻어나는 두 친구, 다음에 어디를 갈 것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르고 일년에 잘 해야 두 세 번 보는 친구들인데도 여행과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뭉쳐서 말을 꺼내면 바로 의기투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안에 들어가서 세 사람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모네의 방, 말로는 도판으로는 수없이 보았지만 역시
그 공간에 들어가서 그림을 본다는 것은 완전히 색다른 경험이더군요. 다른 미술관에서도 모네의 작품을
여러 차례 보았지만 이 공간이 주는 느낌은 참 특별했습니다 .한 번으로는 헤어지기 어려워서 다시 들어가고
또 들어가고 그렇게 여러 번 모네의 방에 들어갔지요. 서로 나란히 있는 두 그림이 마치 속삭이는 대화상대자로
선정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도 슬며시 대화에 끼어들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제임스 터렐의 경우 이 날보다는 오히려 다음 날 이에 프로젝트에서 만난 것이 제겐 마치 정서의 해방을
경험하는 것같은 폭발을 준 날이었습니다. 다른 한 명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다만 그녀가 꾸민 공간이
마치 제단처럼 느껴져서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공간을 느끼던 시간은 몸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도 안에서는 촬영이 금지, 그러나 밖에서는 찍어도 된다고 하네요.
이 곳에서는 어디를 보아도 물이 있어서 여름에 오는 사람들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이 곳을 기억할 것 같더군요.
물이 낯선 제겐 겨울이어도 좋지만 물이 좋은 사람들에겐 아무래도 여름이 특별한 경험이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밖을 자꾸 내다보게 되었지요.
의자 모양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역시 지난 여행의 경험때문일까 갑자기 도쿄 여행을 회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때 지혜나무님 덕분에 평소에 거의 신경쓰지 않던 가구에 대해서 눈이 확 열리는 경험을 하고는 이번 여행에서는
공간에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에 눈을 열고 보는 저 자신을 느끼고는 재미있어 했거든요.
카페 앞에서 이렇게 멋진 시간을 보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해서 마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지중미술관의 작품이 적어서 조금 아쉽던 마음이 자연속에서 전부 녹아버리고, 바로 이 장면까지도 미술관의
일부를 이루고 있구나 묘한 느낌에 행복하던 시간이 떠오릅니다.